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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칼럼 = 총과 창 그리고 검과 활이 격투한다면

 

 

 

 

칼럼

 

 

             총과 창 그리고 검과 활이 격투한다면

 

 

                                                     권우상

                                        사주추명학자. 역사소설가

 

 

북한 김정은은 소총을 직접 들고 조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마치 당장이라도 한국을 공격할 것처럼 날뛰고 있다. 이런 엄포는 한미(韓美)는 먼저 북한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적에게 이익이 되는 미끼를 던져 적을 아군에게 유리하게 움직이도록 한 후 숨겨둔 복병으로 갑자기 공격하라.” ‘전쟁의 기술’에도 있는 이런 초보적인 전술도 모르는지 요즘 중동의 상황을 보면 미군은 몸을 움츠리고 있는 모양새다. 과거 아프칸의 테러처럼 해외에 주둔한 미군이 먼저 한방 얻어 맞으면 그 만큼만 갚아주는 식의 싸움은 절대로 이길 수 없다.

 

몽골인들은 기병대 전투에는 뛰어났지만 체계가 잡혀있지 않아 싸움에서 전리품을 얻지도 못하고 대규모 전투를 수행할 능력도 없었다. 그러자 칭기즈칸은 질서없이 빠르기만 한 몽골 군사들을 체계적으로 훈련시켰고, 규율과 전략을 수행할 수 있는 조직적인 군대로 만들었다. 전쟁할 때 우수한 장군과 그렇지 못한 장군을 판단하는 것은 전략이나 책략이 아니라 비전에 있다. 우수한 장군은 동일한 사안을 다른 시각에서 본다. 고정관념이나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뛰어난 두뇌에서 합당한 전략을 창안해 낸다. 그 전략은 적군이 전연 생각하지 않는 곳에서 나온다.

 

한국전쟁 때 연합군 사령관 맥아더 장군은 우수한 장군이다. 그는 북한군이 인천에 상륙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천상륙 작전의 성공은 전세를 역전시켰다. 한니발 역시 우수한 장군이다. 그가 로마를 포위 공격할 때 로마인들은 한니발의 천재적인 전략에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전쟁은 우리의 삶과 가까운 영역이며 인간 본성의 악함과 선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인간적인 격전장이다. ‘전쟁은 만물의 아버지’라고 말한 헤라클레토스의 말을 보면 인간은 전쟁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뉘앙스가 풍긴다.

 

전쟁에서 성공하는 전략들은 전통적이든 비전통적이든 사태를 초월한 심리학에 기반을 둔다. 총(銃)과 창(創)이 싸우면 다수의 사람들은 총이 이긴다고 말한다. 이런 대답은 전략, 전술의 무지에서 나온 말이다. 일본 최고의 검객인 ‘미야모토 무사시’는 일본의 최고 궁술의 달인 ‘고야가다 겐나이’와 격투를 했다. 갠나이는 화살을 100개 사용할 수 있고, 무사시는 두 개의 검을 좌우에 쥐었다. 다만 검은 던질 수 없다. 거리는 50미터 정도, 격투전 누구도 검(劍)이 이긴다고 보는 관중은 없었다. 그런데 겐나이가 화살을 조준하고 있는데 이미 무사시의 검은 겐나이의 목을 자르면서 무사시가 승리했다. 다른 사례를 보자.

 

1878년 12월 영국은 현재 남아프리카에 해당하는 지역의 전사부족 줄루족에게 전쟁을 선포했다. 줄루란드와 영국 영토인 나탈 사이의 경계선이 전쟁 명분이다. 이것은 바로 원주민 병력인 줄루족의 군대를 격파하여 줄루족의 영토를 영국 영토로 흡수하는 것이다. 창(創)으로만 무장한 남아프리카 줄루족 군대와 총(銃)으로 무장한 영국 군대와의 전쟁은 누가 봐도 총을 가진 영국군이 승리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전략, 전술에 따라 승부는 달라진다. 이 전쟁에서 창(創)으로 무장한 줄루족이 승리했다. (세계전쟁사에 기록돼 있다.)

 

줄루족은 병법에서 매우 중요시 하는 포위 작전을 했다. 영국군이 총(銃)을 가졌기 때문에 백병전처럼 사격할 수 없도록 가깝게 붙었다. 창(創)으로 무장한 아프리카 줄루족의 강점은 적의 눈에 보이지 않도록 근접한 계곡에 숨어 있다가 때가 되면 대군이 일시에 번개처럼 나타나 적을 사방에서 가깝게 포위하여 압박해 들어가는 것이다. 적과 가깝게 붙어 싸우면 창이 매우 유리하다. 공격을 개시할 때는 정면 돌파보다 우회하여 공격했다. 가깝게 붙어 창으로 공격하면 총을 겨눌 수가 없다. 결국 영국군이 패했다.

 

월남전에서도 첨단무기를 가진 미군은 맨발로 수류탄과 소총으로 싸우는 베트공을 이기지 못했다. 줄루족이 창으로 총을 가진 영국군을 이긴 것과 같다. 전쟁을 하다보면 약한 위치에 서기도 하며 유리한 패를 하나도 갖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나 그런 때일수록 진격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힘과 의지를 과시하거나 압박을 멈추지 않음으로써 아군의 약점을 감추고 협상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되며, 결국 이 발판으로부터 아군에게 유리한 새로운 패를 만들어 내게 된다.

 

1940년 6월 독일의 전격적인 전쟁으로 인해 프랑스군의 방어선이 붕괴되자 결국 프랑스는 항복했고, 샤를드골은 영국으로 도주했다. 이 패전은 ‘전쟁의 기술’의 무지에서 나온 결과다. 러~일 전쟁의 육전에서 사활을 건 전투는 봉천전투다. 화력면에서 일본은 러시아에 비해 열세였다. 포탄을 서로 주고 받는 식의 전투로는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일본군은 일개 사단이 전멸하는 희생을 치루면서 러시아군에 접근하여 육박전을 전개하여 승기를 잡아 러시아군을 패배시켰다. 러시아군 병력은 100만 명에 비해 일본군 병력은 겨우 40만 명에 불과했다. 이 병력에서 일개 사단이 전멸했다고 하니 30만 군대로 러시아 100만 대군을 이긴 셈이다.

 

러시아의 소모전에 일본군은 책략전으로 대항하여 승리한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우수한 무기라도 싸울 줄 모르면 이길 수 없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노나카 이쿠지로의 저서 ‘전략의 본질’에서 이렇게 말한다. 전략은 변증법이다. 전략은 진정한 목적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전략은 시간, 공간, 힘의 장(場)의 창조이다. 전략은 사람이다. 전략은 승리로 가는 지름길이다. 전략은 신뢰이다. 전략은 언어(言)이다. 전략은 통찰이다. 전략은 사회적인 창조물이다. 전략은 정의(正義)이다. 전략은 현려(賢慮)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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