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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부산mbc 제2회 방송작품현상공모 단편소설 수상작 권우상 作 (제6회)

 

 

 

 

 

부산mbc 제2회 방송작품현상공모 단편소설 수상작 권우상 作 (제6회)

 

 

 

                               재심청구(再審請求)

 

 

그 날은 경부선 완행열차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였다. 열차내의 승객들에게 금품을 털어 오던 소매치기 한 놈을 검거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그 소매치기를 붙잡고 보니 다른 공안원과 의형제를 맺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소매치기의 입에서 나온 의형제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어느 한 열차에서 소매치기가 승객의 금품을 털다가 공안원에게 잡히면 그 공안원은 잡은 소매치기를 경찰관서로 이첩하는 듯이 인계하는데 인계하면서 그 공안원에게 이 소매치기가 자기의 의동생이니까 잘 봐 달라는 부탁을 한다. 그렇게 해서 그 소매치기를 인수한 공안원은 그 소매치기가 자기에게 인계한 공안원의 의동생이라는 구실을 내세워 그 소매치기를 어느 장소(역)에 가서는 풀어놔 준다는 것이다. 풀려난 소매치기는 다음 열차에 승차하여 또 다시 승객의 금품을 털게 된다. 그러니까 또 잡히면 다른 열차의 공안원에게 인계 되는데 자기의 의동생이니까 잘 봐 달라는 부탁을 한다.

이런 방법으로 공안원들과 소매치기들은 한 통속에 들어 앉아 서로 붙잡고 붙들리고 하면서 금품을 받는 뒷거래를 하는 것이다. 죄꼬리만한 공안원 봉급만으로는 평생을 살아봐야 내 집 한칸 마련하지 못하는 처지로 봐서 소매치기와의 금품 거래는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어느 공안원은 재성이에게 귀뜸해 주었다. 그렇다고 해도 재성이는 자기만은 그런 비리에 말려 들고 싶지 않았다. 다른 공안원들의 말처럼 평생 내 집 한칸 마련하지 못한다 해도 자기만은 그런 떳떳치 못한 유혹에 말려 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재성이는 한 공안원에게 수차례 소매치기와 결탁하여 금품 수수를 하라는 제의도 받았지만 그럴 때마다 재성이는 완강히 거절하곤 했다. 자기가 받는 봉급이 아무리 적다고 해도 공안원으로서의 사명을 망각하고 그 따우위 나쁜 짓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재성이는 그런 제의를 하는 동료 공안원을 나무라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들은 ‘모난 돌이 정 맞는다’란 속담을 인용하면서 향후 재성이에 좋지 않는 일이 닥칠 것을 넌지시 암시하기도 했다.

그들은 좀처럼 소매치기와의 결탁을 포기할 수 없다는 듯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재성이는 그래도 이들을 선도할려고 갖은 노력을 기울었지만 허사였다. 오히려 그들은 재성이의 청렴결백한 성품이 자신들이 행동에 걸림돌이 되는 듯한 언동마저 나타내며 재성이의 행동은 바보 같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꾸짓기도 했다. 부정부패가 만연한 자유당 시대에서는 어쩌면 그들의 말이 맞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정직하게 살아가도 누구 한 사람 알아 줄 사람이 없고 오히려 자신만 바보가 되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재성이로서는 다른 공안원들과 함께 소매치기와 결탁하여 부정한 금품을 거래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재정이는 죽어도 그런 짓은 할 수 없었다. 이쯤되자 동료 공안원들은 재성이를 몹시 미워했다. 결국 재성이는 자기의 정직성 때문에 동료 공안원들에게 미움을 사게 되었고 급기야 그들에게 저주와 원한을 사게 되었다.

어떤 공안원은 재성이에게 자기의 행동(부정)에 동조하지 않으면 재미 없을 것이라고 공갈 협박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성이는 굴복하지 않고 그의 청렴결백한 마음은 추호로 흩어러짐이 없이 열차내 소매치기 소탕에 혼신의 힘을 기울렸다. 그것이 공적으로 인정된 것이었다. 열차내의 소매치기 숫자가 줄어진다는 것은 소매치기와 결탁한 공안원들의 잠정적인 부수입이 줄어든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보면 재성이는 소매치기와 야합된 공안원들로부터 증오와 원한의 눈초리를 받게 마련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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