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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부산mbc 제2회 방송작품현상공모 단편소설 수상작 권우상 作 (제5회)

 

 

 

 

부산mbc 제2회 방송작품현상공모 단편소설 수상작 권우상 作 (제5회)

 

 

                       재심청구(再審請求)

 

 

재성이는 서울로 올라 왔다. 철도 공안원으로 발령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해서 철도 공안원이 된 재성이었다. 지금까지 20여 년 동안 한결같이 무사고로 근무해 온 모범 공무원이었다. 마치 자기의 인생처럼 언제나 그가 근무해 온 자리는 느림보 완행열차 뿐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늘 두더지(광부)보다 몇 배나 나은 직장으로 생각하면서 감사한 마음으로 충실히 근무해 온 터였다. 완행 열차라고 불평이나 불만을 가져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첫부임을 했던 일자리인 그대로 이지만 그는 늘 감사한 마음으로 공무원의 품위를 준수하면서 성설히 근무했다.

그의 공안원 자리는 그의 마음만큼이나 변동이 없었다. 다만 변동된 것이 있다면 경부선 완행열차를 탔다가 이제는 경춘선 완행열차에 근무하게 된 것 뿐이었다. 20여 년 전 자기와 함께 공안원으로 근무하던 동료들은 지금 모두 특급 열차를 타고 있었다. 그것도 ‘여객전무’라는 높은 직위였다. 그러나 재성이는 어떻게 된 셈인지 영문도 모른 채 아직도 완행 열차 나부랭이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었다. 완행 열차는 단거리 시골 승객이거나 장사꾼들이 타고 다니는 쓰레기같은 3등 열차다. 어쩌면 자기의 인생이 이 완행 열차처럼 3등 인생인지도 모른다고 가끔 푸념을 늘어 놓기도 하였다.

요근래에 있었던 일이었다. 남들이 멸시하는 이런 3등 열차를 재성이는 20여 년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타고 있었던 것이다. 20여 년 무사고 근속에 열차를 이용하는 여객들의 치안 질서와 공무원 품위 유지에 공헌했다는 것이 이번에 재성이가 표창을 받게 된 공적서의 내용이었다.

이제 철도청장의 연설이 끝났는지 일곱 명의 수상자들이 차례차례로 호명이 되었다. 그 호명에 따라 수상자들은 한 명씩 단(壇) 앞으로 나아가 표창장과 상패를 받기 시작했다. 재성이는 일곱 명의 수상자 가운데에서 맨 마지막에 호명되었다. 그는 다른 수상자들처럼 단(壇) 앞으로 나아가 철도청장에세 허리를 굽혀 정중히 인사를 했다. 청도청장은 재성이에게 표창장괴 상패를 쥐어 주고는 손을 잡고 악수를 해 주었다.

20여 년만에 처음으로 철도청장이란 높은 사람과 나눈 악수였다. 앞으로도 철도 공안원이 맡은 임무를 더욱 성실하게 수행해서 다른 사람의 귀감이 되어야지.. 재성이는 이렇게 혼자 마음속에서 다짐하여 보았다. 그가 다짐한 근면 성실이란 불의나 부조리와 타협하지 않는 것을 말함이었다. 공무원들의 부정부패가 극심했던 이승만 자유당 시대에도 재성이는 남에게 담배 한 개비 얻어 피워 본 적이 없었다. 그만큼 청렴결백한 성품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청렴결백한 성품이 오히려 무서운 독(毒)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올 줄을 재성이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무임승차가 잦은 완행 열차의 경우 적발했을 때 생기는 부정적인 음성 수입(돈)은 공안원들에게 짭짤한 부수입이었다. 그러나 재성이는 이를 거절했다. 그처럼 재성이는 청렴결백한 성품을 지닌 사람이었다. 어떤 공안원은 이러한 재성이의 청렴결백을 아주 싫어하다 못해 몹시 경멸하는 눈치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재성이로서는 추호도 그런 자기의 청렴결백한 마음을 저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특히 철도 공안원이 빠져 들기 쉬운 열차내의 소매치기와의 금품 거래를 재성이는 몹시 저주하고 있었다. 말하지만 소매치기에게 정기적으로 돈을 상납 받고 그들의 행동을 묵인해 주는 일 따위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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