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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문학상 공모 수상작 / 권우상(權禹相) 명작 단편소설 = 아라홍련의 전설 <제7회>

 

 

 

 

 

문학상 공모 수상작 / 권우상(權禹相) 명작 단편소설 = 아라홍련의 전설 <제7회>

 

 

                                                     아라홍련의 전설

 

 

무달이 이렇게 호통을 치자 아내는 남편의 목에 두 손을 감고 매달리며 제발 노비로 팔아넘기는 일만은 거두어 달라고 애원하자 무달은 말했다.

“남의 사내에게 몸을 판 더러운 년을 더는 내 곁에 두고 싶지 않다."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네년이 그런 부정한 짓을 하고도 용서 받기를 바라느냐. 노비로 팔아 버릴 것이다. 어차피 너는 날 버리고 서방질을 한 년이 아니냐.”

“다신 그런 짓을 하지 않을테니 제발 노비로 팔겠다는 말을 거두시어요.”

무달의 마음이 다소 누그러진 것을 눈치 챈 아내는 남편의 손을 잡고 노비로 파는 일만은 제발 거두어 달라고 거듭 애원했다. 무달은 아내의 팔을 끌고 자리에 눕혔다. 그리고는 불을 끄고 단단히 일렀다.

“이웃집에 좀 다녀올테니 너는 꼼짝 말고 깊이 잠이 든 척 하란 말이야. 알겠어?”

“알았어요. 벼락이 떨어져도 가만히 누워 있기만 하면 되죠?”

이렇게 수다를 떨고 나서 아내는 눈을 감았다. 무달은 그 길로 이웃에 사는 친구의 집으로 향했다. 친구는 이미 잠이 든 뒤였다. 무달은 방문을 두드려서 친구를 깨웠다.

“그래, 자네 마누라와 정을 통한 사내놈은 어떻게 처리했나? 때려 죽였나?”

자다가 일어난 친구는 연방 하품을 하며 물어 보았다.

“그런데 그게 참 이상하단 말이야.”

“뭐가 이상하단 말인가?”

“없단 말야. 사람이 없어.”

“사람이 없다니. 누가 없단 말인가?”

“자네가 말한 사내놈이 없단 말일세.”

“그런 까닭이 없는데, 틀림없이 내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자네 도대체 우리 마누라 방에 딴 남자가 들어갔다는 거 어떻게 알았나?”

“자네 마누라 방에서 남자 목소리가 났거든.”

“그럼 그놈이 아직 있어야 할 게 아닌가?”

“그렇지, 틀림없이 있을 텐데.”

“그럼. 나하고 같이 다시 가보세.”

무달은 친구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일부러 발소리를 죽이고 방문을 와락 열어 보았다. 방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불을 켜 보자 방안에는 무달의 아내만이 혼자서 곤히 잠이 들어 있을 뿐이었다. 친구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아니, 이럴 리가 없는데?”

친구는 고개만 자꾸 갸우뚱거렸다. 그러다가 두 볼이 새빨갛게 상기되었다. 틀림없이 두 남녀가 정을 통하는 소리를 자기 귀로 들은 듯 하기는 하지만 막상 남자의 종적이 없어진 이상 큰 실수를 한 셈이었다. 친구는 대단히 난처했다. 경솔했던 자기의 처사가 절실히 뉘우쳐졌다.

“이거 잘못 알았나 보이, 정말 미안하게 됐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기어들어갈 형국이었다. 그러자 무달은 파안대소(破顔大笑)를 하며 친구의 어깨를 툭툭쳤다.

“너무 염려 말게. 그게 다 자네가 나를 위해서 한 일이 아닌가. 자네가 나를 생각해 주지 않았다면 어찌 그런 연락인들 나에게 해 주었겠는가? 무슨 일이 일어난들 내버려 둘 게 아닌가? 다만 자네가 나를 너무 생각해 준 나머지 헛소리를 들은 것 뿐일세. 세상에는 그런 일이 흔이 있는 법이니까 말이네.”

그리고 나서 문득 정색을 하며 말했다.

“그렇지만 말일세. 뜬 소문이라도 젊은 여자가 외간 남자를 끌어 정을 통했단 말이 퍼지면 창피하기 이를 데 없는 일이니 오늘 일은 일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 주게. 그리 해 주겠는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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