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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문학상 공모 수상작 / 권우상(權禹相) 명작 단편소설 = 아라홍련의 전설 <제6회>

 

 

 

 

문학상 공모 수상작 / 권우상(權禹相) 명작 단편소설 = 아라홍련의 전설 <제6회>

 

 

                                    아라홍련의 전설

 

 

무달 역시 사람인 이상, 아내가 외간 남자와 정을 통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무너지는 분노에 떨었지만, 그렇다고 이 젊은이를 죽이고 나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가? 아내가 낯선 남자와 통정했다는 것이 만천하에 폭로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나이로서의 창피는 말할 나위도 없고 본의 아니게 아내 역시 죽여 버리거나 쫓아낼 수 밖에 없었다. 한편 생각하면 이런 일이 벌어진 것도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부부 인연을 맺은 지 삼 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부부관계를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무달은 아직도 미색 때문인지 아내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어떤 일이 있어도 아내를 다른 사내에게 내주지 않고 더욱 독점하고 싶은 욕망이 새삼 불타 올랐다. 문제는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저 젊은이의 행색을 보니 땅이나 파먹고 사는 그런 천민이 아닌 것 같아 보였다. 어딘가 무예가 출중한 장수의 아들처럼 보였다. 죽을려고 칼을 목에 겨누어도 눈썹 하나 깜짝하지 않은 얼굴 표정을 봐도 범상치 않은 인물임에는 분명한 것 같았다. 만약 그런 자를 죽인다면 장차 어떤 화를 입을지 모른다. 더구나 왕족이라면...

결국 어느모로 보나, 이 젊은이를 죽인다는 것은 평생을 망치는 길밖에 안 된다고 무달은 생각했다. 그리고 술 몇 잔 오고 가는 동안에 분노는 많이 가라 앉았다. 분노 대신 구김살 없고 늠름한 젊은이의 인품에 자꾸 마음이 끌리기까지 했다.

“목숨만은 살려줄테니 냉큼 이 집을 떠나라! 그리고 다시는 이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아라!”

호통을 치기는 매한가지였지만, 그 속에는 친구에게 투정이라도 하는 것 같이 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볼 낯이 없소이다!”

주인 여자에게는 시선도 보내지 않고 아랑은 허리를 굽혀 공손히 인사하고 급히 그 집을 물러 나와 말 위에 오르는데 무달이 아랑을 불렀다.

“무슨 일이오?”

아랑은 무달을 뒤돌아 보며 물었다.

“보아 하니 너는 백제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내 말이 틀렸는지 말해 봐라.”

“맞소이다. 나는 아라가야 사람이요.”

“아라가야 사람이 왜 백제까지 왔느냐?”

“여긴 백제 땅이오?”

“그렇다. 그러구 보니 너는 국경을 넘어 온 아라가야 첩자가 아니냐?”

그제야 아랑은 자신이 사냥에만 몰두하다가 그만 국경을 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첩자가 아니라 사냥을 하다가 월경(越境)을 한 것 같다고 말했지만 아랑은 백제의 군영으로 넘겨져 옥방에 갇히게 되었다. 아랑을 백제의 군영에 넘기고 집에 돌아온 무달은 아내의 머리채를 휘어 잡았다.

“이년 네 죄를 알겠지?”

무달이 소리치자

“여보, 정말 잘못했어요. 글쎄 내가 귀신이 씌었던가 봐요.”

하면서 아내는 애써 방긋 웃는 것이었다.

“이년, 내 너를 마땅히 칼로 목을 쳐 죽여야 하겠지만 더러운 정에 못이겨 목숨만은 살려 주겠다. 하지만 너는 남의 사내와 정을 통했으니 노비로 팔아 버릴 것이니 그리 알거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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