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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문학상 공모 수상작 / 권우상(權禹相) 명작 단편소설 = 아라홍련의 전설 <제5회>

 

 

 

 

문학상 공모 수상작 / 권우상(權禹相) 명작 단편소설 = 아라홍련의 전설 <제5회>

 

 

                                          아라홍련의 전설

 

 

“어디 사는 누구인지 말해 봐라.”

무달의 말에 아랑은 아무말이 없었다.

“어디 사는 누구인지 모르면 너의 죽은 시체를 어디로 보내겠느냐?”

“산꼴짝 아무 데나 버려두시구려. 호랑이나 늑대가 어련히 처리하겠소?”

“호랑이나 늑대가 처리한다? 이것 배포가 크도 아주 큰 놈이로구나.”

“ ............”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마음이 진정되자, 아랑의 언사에는 호탕스러우면서도 예사롭지 않는 무사(武士)다운 본바탕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너의 가족들이 몹시 염려할 게 아니냐?”

무달은 다시 이렇게 물었다.

“사냥 나왔던 길이니 실수해서 호랑이에게 잡혀간 것으로 짐작할 것이오.”

아랑은 남의 일처럼 담담하기까지 했다. 무달은 아랑의 강인하면서도 구김살 없는 성품이 마음에 들었다. 참으로 사내치고는 괜찮은 놈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겉으로는 여전히 노기를 띠운 체 하며, 이번에는 자기 아내를 향해 소리쳤다.

“이년! 네 죄를 말할 것 같으면 당장 칼로 목을 쳐 죽여도 내 울분이 풀리지 않지만, 내 먼 길을 달려와서 몹시 목이 마르다. 우선 술상이나 봐 오너라.”

그 말에 아내는 몸을 오돌오돌 떨면서 일어나 부엌에 가더니 조금전 아랑과 같이 먹고 남은 술과 고기를 차려 가지고 들어왔다.

“한 잔 따루거라!”

아내는 겁 먹은 얼굴로 떨리는 손으로 남편에게 술을 따랐다. 무달은 그것을 단숨에 들이켰다. 그리고는 그 잔을 아랑에게 쑥 내밀었다.

“너는 내 손에 곧 죽을 몸이지만 이 술이나 한 잔 들고 죽어야 하지 않겠느냐. 사람을 앞에 놓고 혼자 먹자니 술맛이 떨어지는구나.”

그러나 조금도 마음의 동요가 없이 아랑은 서슴치 않고 주는 술을 받아 마셨다. 무달은 허리에 찼던 칼을 쑥 뽑았다. 그리고는 그 칼로 고기 한 점을 꿰어 먹고 나서, 다시 한 점을 꿰어 아달의 코 끝에 바짝 갖다 댔다.

“먹어! 술을 마셨으니 안주는 먹어야지.”

아랑은 손을 대지 않고 그 칼 끝에 꿴 고기를 넙죽 받아 먹었다.

“간은 제법 크구나! 칼이 눈앞에 들어가도 겁이 없다니 보통 사람은 아니구나. 자, 한잔 더 들어라.”

술잔이 몇 차례 더 오고 갔다. 술기운이 거나하게 돌자 무달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고기를 꿰어 먹던 칼을 허공으로 번쩍 치켜 들었다.

“이놈! 네 죄로 말할 것 같으면 이 칼 아래 목이 달아나야 마땅하다. 그렇지만...”

하고는 들었던 칼을 내리고 앉아서 손수 술 한 잔을 더 따라 들이키고 나서 말했다.

“그렇지만, 앞 길이 구만 리 같은 네 인생이 가엾어서 특별히 목숨만은 살려 주마.”

얼른 듣기에는 취중에 횡설수설하는 것 같지만 무달의 정신은 어느 때보다 또렸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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