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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문학상 공모 수상작 / 권우상(權禹相) 명작 단편소설 = 아라홍련의 전설 <제4회>

 

 

 

 

문학상 공모 수상작 / 권우상(權禹相) 명작 단편소설 = 아라홍련의 전설 <제4회>

 

 

                                              아라홍련의 전설

 

 

무달은 친구를 데리고 급히 집으로 달려왔다. 아직 날이 밝기 전이었다. 무달은 이웃 친구를 치사해서 돌려보내고 자기는 집 뒤로 돌아가서 창 너머로 엿보았다. 방안에서는 과연 흥분으로 간드러진 아내의 교성과 낯선 남자의 거친 숨소리가 연방 문틈으로 흘러 나왔다. 그러다가 그 교성과 숨소리가 뚝 그치더니 이번에는 신음처럼 앓는 소리가 들렸다. 흥분에 목줄기가 바짝바짝 타는 소리였다. 무달은 피가 머리끝까지 치솟는 것 같은 울분을 더 참을 수 없었는지 마당에 있는 지푸라기를 둘둘 말아 쥐고 불을 붙여 들고 방문을 박차고 뛰어 들었다.

방안에 뛰어들어 보니, 아내는 발가벗은 알몸이 되어 낯선 남자 품에 안겨 있었다. 그러다가 무달이 들어서는 것을 보자 여자의 얼굴이 파랗게 질리며 기겁을 했다. 옷도 채 주워 입지 못하고 방 한 구석으로 피해 앉아 오돌오돌 떨기만 했다. 아랑도 자못 난처했다. 창피함과 뉘우침으로 낯을 붉히고,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이런 처지에 무어라 할 말도 없었다. 무달은 무서운 눈초리로 두 남녀를 번갈아 노려보았다. 당장에 두 놈을 때려 죽이고 싶었다.

그러나 무달은 솟구치는 격정을 억누르며 꾹 참았다. 그가 아내의 거동을 이웃 사람에게 감시시키기까지 한 것으로 미루어 보면 질투가 심하고 도량이 좁은 인간으로 생각될지 모르지만, 실은 그런 것도 아니었다. 무달의 아내는 자색이 출중하고 마음씨 역시 아름다웠다. 결혼을 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남편과 성관계를 해 본 적이 없는 처녀의 몸이었다. 남편이 고자(鼓子)였기 때문이었다.

성불구자가 대부분 그렇듯이 무달도 아내에게 의심과 질투가 많았다. 어쩌다 무달의 친구들 중에 신수라도 훤한 남자가 찾아오면 공연히 의심이 나서 방안을 들락날락 했고, 게다가 아내가 친구에게 시선이라도 돌리면 무서운 눈알을 굴리며 무슨 일이라도 낼 것처럼 위태롭기 짝이 없는 행동을 일삼았다. 이처럼 의심이 많기에 무달은 아내에게 늘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웃 친구에게 무슨 변고가 있으면 통지해 달라고 부탁한 것도, 속히 달려와서 망신을 당하기 전에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한참동안 말도 없이 두 사람을 번갈아 훑어보던 무달은 아랑에게 날카롭게 시선을 던지며 비로소 소리를 질렀다.

“너 이놈! 어떤 놈인데 함부로 남의 집에 뛰어들어 남의 계집을 농락한단 말이냐? 간이 크도 아주 대단히 큰 놈이구나!”

아랑은 얼른 대답할 말이 없었다. 사내장부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젊은 혈기로 철없는 짓을 저질렀소. 그 죄는 죽어 마땅하니, 내 목숨은 주인장에게 맡길 뿐이오.”

무달은 다시 아랑을 훑어 보았다. 준수한 용모며, 침착한 언동이며, 어딘가 근엄해 보이는 모습으로 보아 땅이나 파먹고 사는 막되어 먹은 인간은 아닌 것 같았다. 특히 아랑이 찬 칼이 눈에 띄었다. 자루에 달린 구슬이라든지 칼집을 장식한 금이라든지, 상당히 고귀한 집이거나 왕족의 자제가 분명했다. 아랑의 이 칼은 지난해에 도항(도읍지)에 나타난 호랑이를 잡아 가실왕에 바치고 얻은 칼이었다. 왕에게 하사받은 칼이다 보니 아랑은 이 칼을 애지중지하며 허리에 차고 다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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