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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문학상 공모 수상작 / 권우상(權禹相) 명작 단편소설 = 아라홍련의 전설 <제3회>

 

 

 

문학상 공모 수상작  /  권우상(權禹相) 명작 단편소설 = 아라홍련의 전설 <제3회>

 

 

                                            아라홍련의 전설

 

 

아랑이 방안에 앉아 젖은 옷을 말리고 있는 동안 여자는 부엌에서 부지런히 저녁밥을 지었다. 얼마 후 여자가 저녁상을 차려 들어왔다. 산속의 오두막답지 않게 제법 풍족한 반찬에 음식 솜씨도 짭짤했다. 아랑은 두둑하게 담은 밥 한 그릇을 거뜬히 비웠다. 저녁을 먹고 나자 자신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서 빨리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날은 저물고 비가 쏟아져 이대로 길을 떠날 수는 없었다. 집까지는 거리가 상당히 많이 떨어져 있는 듯 싶었다. 어쩐지 백제나 고구려의 국경 가까이 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알지도 못하는 길손이 이렇게 후한 대접을 받았으니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소. 변변치 못한 것이지만 오늘의 후대를 치사하는 뜻에서 두고 가리다.”

아랑은 그날 잡은 호랑이 가죽을 내놓고 일어서려 했다. 지금쯤 집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찾고 있을 일을 생각해서였다. 그러자 여자는 덥석 아랑의 손목을 잡아 끌었다.

“좀 더 쉬시다 가시지 그렇게 급히 가실 이유가 무어 있습니까?”

여인의 말소리에는 원망하는 투조차 섞여 있었다. 아랑이라고 목석은 아니었다. 젊은 사내인 아랑도 감정이 있고 욕정이 있었다. 부드러운 여자의 살결을 느끼자 젊은 피가 용솟음쳤다. 더구나 결혼을 하지 않는 총각이 아닌가. 그래선지 아름다운 여자의 자태에 마음이 점점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아랑의 손목은 어느덧 여인의 어깨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정말 아름다운 여자로구나!’

아랑의 손이 어깨에 닿자 여인은 아랑의 허리에 매달렸다. 아랑의 손이 차츰 아래로 더듬어 내려가자 여인은 그만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고, 아랑은 여자의 아랫도리를 벗기느라 더듬기 시작했다. 이때 밖에서 한 남자가 문틈에 눈을 들이대고 두 사람의 동정을 엿보고 있었다. 그러나 방안에서는 그런 줄은 꿈에도 모르고 두 젊은이는 희희낙낙 구름이 되고 비가 되어 밤이 오는 줄도 몰랐다. 두 남녀가 몸을 부비며 즐기는 방에서 불이 꺼지는 것을 보자, 그 남자는 얼른 문밖을 떠나 산길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그 남자가 향해 간 곳은 산 너머 마을, 부친의 병구완을 하고 있는 여자 남편의 아버지 집이었다.

“여보게 무달이! 자네 집에 큰 변고가 생겼네, 어서 가 보게.”

남자는 여자의 남편인 무달에게 이렇게 일러 바쳤다. 남자는 바로 이웃집에 사는 친구였다. 무달이 집을 떠날 때 아내에게 무슨 일이 있거든 곧 기별해 달라고 당부했었다. 그래서 이웃 친구는 늘 그 집에 드나드는 사람을 눈여겨 살피다가 낯 모르는 남자가 찾아든 것을 보고 문틈으로 엿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친구에게 급히 가서 알린 것이다.

“그럼 어디 가보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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