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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 다라국의 후예들 제3부 제75회

 

 

권우상(權禹相) 장편 역사소설 제3부 제75회

 

 

다라국의 후예들

 

 

고씨는 혼비백산 해서 넋을 잃고 말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귀한 자식을 어찌 이렇게 허망하게 하루 아침에 잃어 버린단 말인가? 간밤에 별다른 아픈 징후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무슨 연유로 세상을 버렸다는 말인가? 고씨는 당장 통곡이라도 하고 싶으나 곧 마음을 지그시 누르고 평정을 되찾았다. 연로하신 시어머니가 아직 잠에서 일어나지 않는 탓이었다. 고씨는 애간장이 끊어지는 심정으로 이미 숨이 끊어진 서량(徐亮)을 등에 업고 발소리를 낮춰 부엌으로 나갔다. 먼저 솥에서 시어머니의 밥을 퍼 따뜻한 방 아랫목에 묻은 다음 남편의 밥을 퍼서 반찬 몇 가지를 곁들여 함지박 속에 담았다. 그런 와중에도 눈물은 쉴새없이 볼을 타고 흘러 혹여 시어머니와 남편의 밥에 눈물 한 방울이라도 떨어뜨릴까봐 고씨는 몇 번이고 얼굴을 돌려 혼자 고스란히 눈물을 받아냈다. 고씨는 함지박을 머리에 이고 남편이 일하고 있는 밭으로 나갔다.

서운세는 잠시 일손을 멈추고 밭둑에 앉아 아내가 차려 온 아침밥을 맛 있게 먹었습니다. 다른 날과는 달리 아내의 표정이 어두워 보이기는 했지만 등에 업은 서량을 더욱 정성스럽게 안고 있는 것으로 봐서 서량이 칭얼거림이 어느 때보다 좀 더해서 그렇거니 하고 어림짐작만 할 뿐이었다. 서운세가 밥 한 그릇을 맛있게 비우자 고씨는 조심스럽게 등에 업었던 아이를 바닥에 내려 놓았다. 그리고 참았던 눈물이 봇물처럼 터지듯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아니 여보, 왜 그러시오? 무슨 일이오?”

서운세는 갑작스런 아내의 눈물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 아이가... 우리 아이가... 흐흐흑..”

아내의 흐느낌에 놀라 서운세은 땅에 눕힌 서량(徐亮)을 품에 안았다. 서운세의 얼굴은 순식간에 흑빛으로 변했다.

“이게 무슨 일이오? 어찌된 일이오 여보!”

“흐흐흑...아침밥을 짓고 젖을 물리려고 방에 갔더니...흐흐흑.”

고씨는 품에 안았던 서량을 바닥에 내려 놓았다.

“이 불효막심한 녀석! 이렇게 일찍 가다니 말이 되느냐? 일흔이 넘으신 할머니를 두고 네가 먼저 가다니.”

서운세는 피눈물을 흘리며 어린 아들의 뺨을 사정없이 때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보다 못한 고씨가 남편의 손을 잡고 함께 울부짖으며 매질을 말렸다.

“제 명대로 살다 가지고 못한 이 불쌍한 어린 것에게 이 무슨 몹쓸 짓이란 말입니까? 이러지 마세요. 흐흐흑.”

고씨가 남편의 손을 잡고 절규하던 순간 죽은 줄로만 알았던 제가 울음을 터뜨렸다.

“응애! 응애!”

서운세와 고씨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땅에 눕혔던 어린 아들을 껴안았다. 기적처럼 죽었던 서량이 살아난 것입니다. 아들의 죽음에 애통해 하던 서운세와 고씨의 눈물은 금세 기쁨의 눈물로 바뀌었다. 죽었다 살아난 서량은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부모의 품속에서 생긋생긋 귀엽게 웃고 있었다.

서량(徐亮)이 3살 때 서량의 동생이 태어났다. 이름은 거성(巨星)이다. 아버지께서는 큰 장군이 되라고 해서 이름을 거성이라고 지었다. 거성이가 2살이고 서량이 5살 때였다. 서량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늘 나무 꼬챙이로 마당에서 그림을 그렸다. 서량에게 서운세는 무척 대견스럽게 생각하였다. 서운세는 화가이긴 해도 그림에만 열중하지는 않았다. 손바닥만한 농토에 의지하여 농사를 지으며 먹고 살다보니 그림을 그릴 여건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서운세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화가의 꿈을 서량을 통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래서 서운세는 늘 서량에게 그림 그리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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