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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 다라국의 후예들 제2부 제41회

 

 

권우상(權禹相) 장편 역사소설 제2부 제41회

 

 

다라국의 후예들

 

 

신하들은 상당히 부피가 크고 중량도 무거워 보이는 큰 함을 보고 어떤 물건일까 궁금해 하는 표정으로 어명이 떨어지기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거타지왕은 차를 한잔 들이키고 난 후 신하에게 함을 열도록 명령했다. 신하는 서둘러 함을 싼 보자기를 풀고 함 뚜껑을 열었다. 그런데 이것이 웬일인가? 함속에서 나온 것은 곱디고운 처녀인 윤화였다. 거타지왕(巨他之王)은 첫눈에 보기에도 미색이 출중했을 뿐더러 아름답기가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거타지왕을 비롯하여 좌중에 앉은 신하들은 흘린 듯 함속에서 나온 윤화를 바라 보았다. 윤화는 수줍은 듯 눈을 내리깔고 홍조띈 얼굴로 가만히 서 있었다. 거타지왕의 황홀해 하는 표정을 곁눈질로 훔쳐본 촌장 각송이 뭐라 말을 하려는 순간 거타지왕의 명령이 떨어졌다.

“지금 당장 대궐로 돌아가겠다. 어서 환궁할 행차를 준비하라!”

신하들은 물론 촌장 오각송은 당혹스러워 몸둘바를 모르고 우왕좌왕 했다. 윤화는 그저 멍청하게 서 있다가 환궁하라는 거타지왕의 명령이 떨어지자 함 속에 털석 주저 않고 말았다. 거타지왕이 궁궐로 돌아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 윤화의 마음은 기쁨 반 슬픔 반이었다. 거타지왕의 첩실이 되어 대궐로 들어가지 못한 것이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무슨 우환이라도 있지 않을까 싶어 마음을 졸였다. 그것은 윤화의 부모도 마찬가지였다.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사흘이 지났다. 그리고 10여 일이 지나도록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앉자 윤화와 부모는 안도의 한심을 쉬었다.

가을 바람에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고 산에 들에는 단풍나무가 빨갛게 물들어 가는 10월 중순 어느 날 새벽 환한 보름달이 서산에 걸려 천지 사방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을 때였다. 난데없이 사립문 밖에서 인기척 소리가 났다. 그리고는 사람 찾는 소리가 들렸다.

“이보시오! 이보시오!”

배진우는 새벽 단잠에서 깨어난 부스스한 얼굴로 옷을 걸치고 마당으로 나갔다.

“뉘시오?”

“문을 여시오!”

“뉘신지 말을 하시오!”

“문을 열면 알게 될 것이니 어서 문이나 열어 보시오!”

“뉘신지 알아야 문을 열 것이 아니오?”

“문을 열면 알게 될 것이 어서 문이나 여시오!”

배진우는 천천히 사립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밖에서는 옷을 잘 차려 입은 사람이 서 있었다. 그리고 몇 걸음 뒤편에 또 한 사람이 희미한 새벽 빛속에 있었다. 옷차림새를 보아 한 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는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배진우는 아무 말 없이 손님을 집안으로 맞아 들였다. 때마침 마당의 인기척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난 윤화가 방문을 열고 나오다가 그들과 마주쳤다.

“어험! 어험!”

방에서 나오는 윤화를 본 손님 중 한 사람이 가볍게 잔기침을 했다. 무의식 중에 그 사람의 얼굴을 힐끗 쳐다보던 윤화는 얼른 마당으로 뛰어 내려와 땅에 꿇어 엎드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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