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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 명작소설 = 하늘의 소리 바람의 소리 <제1회>


권우상(權禹相) 명작소설  = 하늘의 소리 바람의 소리  <제1회>

 

 

   하늘의 소리 바람의 소리



이제 더 이상 이런 일을 할 의욕이 사라져 가는 것만 같았다. 생각해 보면 너무나 고달픈 세월이었다. 어쩌면 이럴 수가 있을까 싶어 하늘을 원망도 했다. 하지만 하늘은 나의 소원을 영영 저버리고 뒤돌아 서버릴 것만 같았다. 하늘은 이렇게 나를 버린단 말인가.

벌써 수 없이 반복되었다. 더 이상 해 볼 생각도 용기도 나지 않았다. ‘장인匠人이 된다는 것이 정말이지 이처럼 어려운가를 생각하면 처음부터 장인이 되겠다고 선듯 나선 것이 후회스럽기만 했다. 여기서 물러나자니 지나온 세월이 너무 아까웠다. 그 세월에는 너무나 많은 땀과 눈물과 고난이 녹아 있기 때문이었다.

 


종달鐘達이는 오늘 새삼 아버지가 하늘처럼 우르러 보였다. 아버지의 그런 모습이 뿌듯하게 가슴으로 안겨 왔다. 정말 대단한 아버지였다. 다시 한번 우르러 볼만한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런 사람이라면 살아가는 생활도 좋아야 할텐데 늘 어렵기만 했다. 큰 부자는 하늘이 내려 준다고 하지만 작은 부자는 스스로 노력하면 얻는다고 어느 역술가가 말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무리 스스로 노력해도 부자만은 언제나 남의 몫이었다. 참으로 지지리도 타고나지 못한 복이었다.

 


아버지가 얼마만큼 힘들고 어렵게 장인匠人이 되었는지 이제야 알 것만 같았다. 참으로 아버지 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고 종달이는 다시 한번 생각했다. 종달이는 강범구姜範九 씨의 외아들이다. 위로 내리 딸만 넷을 낳다가 마지막에 낳은 아들이 바로 종달이다. 애타게 기다리다가 다섯 번 째 낳은 아들이라 강범구 씨는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일 뿐 애지중지 키우던 아들이 두 살이 되어서야 말 못하는 벙어리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하늘이 무너질 듯 가슴이 아팠다. 혹여 삼신할머니의 노여움을 사서 그렇게 됐다고 생각한 강범구 씨는 무당을 불러 마당에 굿판을 차려놓고 삼신三神인지 사신四神인지 그런 신에게 빌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지금도 벙어리 아들을 보면 피를 토하고 땅에 엎드려 목을 쳐박고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자신은 평생 남에게 손톱만치도 나쁜 짓을 하지 않았고, 비록 가난해도 정직하고 깨끗하게 살아 왔는데 왜 이런 병신 자식이 태어났나 싶어 잠이 오지 않았다. 정말 신()이 해도 너무 했나 싶었다.

 


어느 듯 세월이 흘러 나이가 스물 다섯의 장정으로 성장한 아들을 보면 비록 말 못하는 벙어리지만 강범구 씨는 가슴이 뿌듯하기만 했다. 아들이 없어 대()가 끓어질까 우려했던 안도감에서 였을까? 이제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 탓인지 대장간 일을 해보면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달랐다. 게다가 하루가 다르게 기력이 쇠약해지고 있었다. 그래서 죽기전에 아들을 장인匠人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 강범구 씨는 마음이 초조해졌다. 좀처럼 아들이 만든 징에서는 징소리다운 소리가 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징이 악기로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예술적인 혼담긴 징다운 징소리가 나야 하는 것이다.

징을 두드리면 이 내린 듯 하늘이 우는 소리, 바람이 우는 소리가 나야 그것이 악기로서의 징이다. 그런 소리가 나지 않고 있는 아들이 만든 징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 더 쎄게 두드리라. 더 힘차게.. 더 쎄게 두드리라.. ”

비록 말은 못해도 귀로 알아듣기는 하는지 망치를 잡은 종달이의 손놀림이 더욱 힘이 있고 빨라졌다. 망치질을 하는 아들 앞에 서서 강범구 씨는 집게로 잡은 쇠붙이를 가로로 넣기도 하고 모로 세워 넣었다가 다시 세로로 넣는 등 두드려야 할 쇠붙이를 연신 망치 밑에다 잽싸게 이리저리 집어 넣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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