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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權禹相) 칼럼 - 尙同求異, 같아도 다르게 하라

칼럼

 

 

                  尙同求異, 같아도 다르게 하라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상동구이(尙同求異)라는 말은 같음을 숭상하되 다름을 추구하라는 말이다. 즉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받더라도 그 가르침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뜻이다. 주나라 손빈이 방연의 계략에 휘말려 발뒤꿈치를 베어 병신이 되자 황급히 제()나라로 도주했다. 그런데 방연의 위()나라가 한()나라를 공격하자 한()나라는 합종과의 약속에 따라 제나라에 지원군을 요청했다. 그러자 이번엔 손빈이 제나라 군사를 이끌고 황급히 위나라를 공격했다. 방연은 급히 군사를 돌려 자기 땅으로 들어간 제나라 군사를 추격했다. 손빈은 군사들에게 먹이려고 첫날 밥 짓는 부뚜막 숫자를 10만 개로 정했다. 그리고 이튿날은 5만 개로 줄이고 다음 날은 다시 2만 개로 줄였다. 그러자 추격해 오던 방연이 이 모습을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저 군사들은 겁쟁이로구나! 사흘 만에 5분의 4의 군사가 달아났으니 말이다. 달아나지 않았으면 군사들에게 먹일 밥을 저렇게 줄이지 않을 텐데이렇게 방연은 손빈의 군사를 얕잡아보고 추격했다. 그런데 매복하고 있던 손빈의 군사들이 갑자기 달려들었다. 매복에 걸려든 것이었다. 2만의 군사들이 쏜 화살에 꼼짝없이 고슴도치 신세가 된 방연의 군사는 거의 전멸되고 말았다.

 

 

이 전쟁이 유명한 손빈의 부뚜막 줄이기계략이다. 후한 때 우후는 적은 군사로 강족(羌族)의 반란을 진압하러 갔다. 적군의 수가 엄청나게 많아 후퇴하자 추격이 거세졌다. 상황이 매우 급하고 위험했다. 그러자 우후는 손빈의 계략을 역()으로 이용했다. “우리도 부뚜막 작전으로 간다. 대신 군대의 수를 늘려라부뚜막 작전으로 간다는 말에 장수들은 이상하게 생각했다. 통상 부뚜막 작전이란 군사들에게 먹일 밥 짓는 부뚜막의 숫자를 줄여서 적군의 방심을 이끌어 내는 전술이다. 그런데 우후는 그것과 반대로 명령을 내렸다. 전쟁이 격렬해져 우후의 군사들이 매일 후퇴하면서도 부뚜막 숫자를 두 배로 늘려 나갔다. 추격해 오던 강족(羌族)은 늘어나는 부뚜막 숫자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이상하게 생각했다. “부뚜막 숫자를 늘리는 것을 보니 후방에서 지원군이 오는가보구나. 그렇지 않고서는 군사들에게 먹일 밥 짓는 부뚜막을 늘릴 이유가 없지 않을까.” 부뚜막 숫자를 늘리는 것을 보고 분명히 후방에서 지원군이 온다고 판단한 강족 군사들은 지례 겁을 집어먹고 잔뜩 위축돼 버렸다. 그래서 우후의 군사들은 전의를 상실 한 채 오합지졸이 된 강족을 아주 쉽게 물리칠 수 있었다.

 

 

여기서 한 사람은 부뚜막 숫자를 줄이는 계략으로 승리했고, 다른 한 사람은 부뚜막 숫자를 늘리는 계략으로 승리했다. 이처럼 같은 방법이지만 결과는 다를 수 있다. 주어진 상황이 달랐기 때문에 가능했다. 말 그대로 상동구이(尙同求異)인 셈이다. 위의 경우 전쟁에서 불리해진 것은 같지만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는 방법은 다르다. 기업을 경영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위기를 대처하는 방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므로 국가나 기업이 전쟁이나 경쟁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식보다 지혜가 필요하다.

 

 

한신(韓信)의 배수진(背水陣)은 말도 안 되는 병법이었지만 승리했다. 부하 장수들이 승리하고도 승리한 이유를 몰라 얼떨떨해했을 정도다. 반면 임진왜란 때 신립(申砬) 장군이 배수진을 쳤지만 패했다. 왜 패했을까? 같지만 달라야 한다는 상동구이(尙同求異)의 정신을 몰랐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터도 상동구이를 잘 구사해야 하는 곳이다. 재료는 같은데 만들어진 음식은 요리사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재료는 별 것 없었지만 입맛 당기는 음식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있다. 처한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자신이 가진 재료를 어떻게 구사할지에 대한 관찰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맛을 낼 수 있다. 국가간의 전쟁이나 우리의 삶 모두에 상동구이(尙同求異)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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