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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칼럼-종교와 정치는 분리 원칙 지켜야

권우상(명리학자, 역사소설가)

 
종교란 무엇인가? 종교는 라틴어로(Religio, 영어로 Religin)이라고 해서 사람이 초인간적인 위력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정(情)을 느끼며 희생을 바치고 기원, 예배하며 나아가서는 흔히 제사의식을 행하고 의무 관념에서 복종, 종사하는 생활을 말한다.

학자에 따라서는 이런 행위만 가지고는 종교라는 현상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종교를 상식적 수준에서 정의할 때 ‘신(神)과 인간과의 관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물론 유신론적 관념을 중심으로 종교를 규정한 것이지만 신(神)을 배제한 종교는 성립할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인 관점이다.

한국은 종교 박람회라고 불릴만큼 다양한 종교를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 기독교는 타 종교에 비해 신도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불교 역시 신도수가 1,0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처럼 기독교와 불교 양대 종교의 신도수가 많다 보니 국민의 투표로 선출되는 정치인의 경우 기독교계와 불교계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의 종교인 기독교계가 최근 이스람채권(수쿠크) 법안을 놓고 비기독교 간에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기독교 신자가 기독교계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서 기독교계의 대통령이 아니라 모든 종교를 아우러야 할 대한민국 대통령이란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기독교 단체의 기도회 모임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이 무릎을 꿇고 통성기도를 하는 모습을 보면 종교 편향적인 부적절한 처신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문화일보 3월 3일자 1면의 사진 한 장은 대통령의 처신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데 충분하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개신교가 연례 행사로 개최해온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하여 무릎을 꿇고 소리내어 기도를 했다고 한다. 여기서 대통령의 부적절한 처신을 지적하는 것은 이 대통령의 참석 자체를 탓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무릎을 꿇는 장면은 국민들의 눈에는 일국의 대통령이 개인적인 신앙으로 자연스럽게 기도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전례가 없었던 일일 뿐 아니라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당시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하겠다’고 말했던 것처럼 특정 종교에 대한 편향성 연상시켰다. 이슬람 채권(수쿠크) 입법 추진을 둘러싼 개신교계의 반발을 의식하는 제스처로도 보였다.

수쿠크법의 경우 개신교 목사들이 국익과 관련된 경제 문제를 종교 문제로 비화함으로써 절제를 잃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중동의 오일모니를 유치하기 위한 경제적 법안을 종교의 시각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다.

수쿠크는 이슬람 율법이 금하고 있는 이자 소득. 지급을 우회하는 금융상품으로 실질적으로는 채권이지만 실물 거래를 통해 이자 대신 수익금을 지급하는 행태를 취할 뿐이다. 그럼에도 ‘법안을 계속 추진하면 이 대통령을 하야(下野) 운동을 벌이겠다’ 거나 ‘찬성하는 국회의원의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하는 것은 도를 넘은 종교 이기주의로 비치기에 충분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모습을 연출하도록 이끈 것은 매우 신중치 못한 일이다. 더구나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대표 회장(길자연 목사)이 예정에도 없이 갑자기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에게 무릎을 꿇고 통성기도를 하도록 유도 했다고 한다.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은 국가 품위와도 직결될 뿐 아니라 국내외 상징성 또한 큰 것이다. 그래서 이런 대통령의 처신이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다. 불교계에서도 ‘제발 체통을 지켜라’고 하면서 이 대통령에서 화살을 겨누고 있다.

경향신문(3월 4일자)에 따르면 대한불교청년회는 이 대통령의 무릎 기도를 ‘사회적 갈등 요소가 되고 있는 일부 공직자들의 종교 편향과 일부 종교 광신도들의 민족문화유산 파괴 행위를 정당화 시키고 국가 수장으로서는 지도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민족문화를 수호하지 못하고 민주주의의 파괴, 민생파탄 책임을 지고 먼저 국민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일 이명박 대통령이 진실로 종교적인 편향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사찰을 찾아가서 불상 앞에서 108배를 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렇게 할 확률은 001.%도 안된다.

불교방송도 불교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나 대통령 취임 이후나 사찰을 방문해 법당 안에서 기본적인 예를 갖추는 삼배를 올린 적이 없었다’며 자기 종교에만 눈이 멀어 불교계를 무시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이 선거 때의 표를 의식해 개신교를 포함한 종교계 눈치를 살피고 종교계 또한 이 약점을 이용하는 식으로 사실상 서로 거래를 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회의 현실이다. 헌법 제20조 2항은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종교가 정치에 관여하여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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