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 TV토론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유권자를 위한 가이드북 『쉽게 읽는 대선 후보 TV토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후보자 TV토론』(저자:최영돈)이 발간되었다.
이 책은 후보자 TV토론의 구조와 역할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유권자가 이를 보다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쓰였다. 저자 최영돈(한국독일네트워크(ADeKo) 이사)는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방송토론팀장(2016~2022)으로서 19대·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TV토론을 운영한 경험과 독일 유학 시절의 민주시민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 토론의 기획과 운영 과정, 그리고 유권자의 활용 전략을 구체적으로 담았다.
1장은 TV토론의 의미와 역사, 그리고 유권자가 이를 왜 주목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세계 최초의 선거 토론부터 1960년 미국 대선 케네디-닉슨 TV토론, 독일의 총선 당일 밤 TV토론, 그리고 한국의 대선 토론까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후보자 TV토론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소개한다. 또한 TV토론이 없는 선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탐구하며, 왜 유권자가 TV토론을 주목해야 하는지를 밝힌다. 정치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Q&A 형식과 해설을 병행해 내용을 보다 친근하게 전달한다.
2장에서는 우리나라 대통령선거 법정 TV토론이 실제로 어떻게 기획되고 운영되는지를 방송토론 실무자의 시선으로 생생하게 설명한다. 법적 근거, 토론 진행방식, 초청 후보자·사회자·질문 선정 과정, TV토론 설명회, 세트 설비 등의 무대 뒤편 과정까지 세부적으로 다룬다. 이를 통해 TV토론이 단순한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라, 철저한 준비와 공정한 규칙 아래 운영되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절차임을 보여준다. 또한 대통령선거 법정 TV토론을 주관하는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의 구성과 의사결정 구조, 법적 근거도 함께 다뤄, 유권자가 대선 TV토론의 제도와 준비 절차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3장에서는 유권자가 TV토론을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단순한 시청을 넘어, 말의 방식과 논리적 흐름을 읽어내고 질문 회피 여부를 분석하며, 정책 비교표 작성, 미디어 리터러시, 아리스토텔레스의 설득 3요소(에토스·파토스·로고스)를 활용한 후보자의 발언 분석 등 실천적인 방법을 소개한다. 또한 미국의 '디베이트 와치(Debate Watch)' 프로그램을 사례로 들며 공동 시청과 토론 문화가 어떻게 민주주의 실천으로 이어지는지를 설명한다.
이 책은 유권자가 능동적인 시청자로서 후보자의 정책을 비교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정보에 기반하여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실용적인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 저자 최영돈은“독자들이 TV토론을 민주주의를 돌보고 가꿔가는 과정으로 인식하고 소중한 한 표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를 바라며 이 책을 집필했다. 후보자 TV토론은 유권자가 후보자들의 정책을 한자리에서 비교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민주주의 실천의 무대다. 이러한 역할의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밝혔다.
【본문 중에서】
- 2장 ‘토론 진행방식, 왜 알아야 할까’
아는 만큼, 보인다. 규칙을 이해할 때, 토론은 말이 아니라 전략이 된다.
후보자 TV토론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단순히 누가 말을 잘하는지를 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토론 진행방식의 기본 구조와 세부 운영 방식에 대한 약간의 배경지식만 있어도, 같은 장면이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다. 말이라는 언어 행위의 표면에 머무르지 않고, 그 이면에 숨은 전략과 흐름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상대를 압박하는 절묘한 질문, 논점을 피해가는 원론적 답변, 사회자의 개입 타이밍까지―모든 요소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할 것이다. 마치 바둑의 규칙을 알고 볼 때와 모를 때의 차이처럼 말이다.
좀 더 익숙한 예를 들어보자. 우리는 국가대표 축구 경기를 볼 때 단순히 공이 어디로 가는지만 보지 않는다. 오히려 “아, 저거 파울인데!”, “반대로 넘겨야지!”, “이제 때려!”, “전술이 안 보이잖아!” 같은 반응을 자연스럽게 보이며, 어느새 반쯤은 전문가가 되어 있다.
그만큼 최소한의 규칙과 흐름을 알고 있다는 것은 몰입의 깊이를 완전히 바꿔놓는다.
반면, 규칙을 전혀 모르는 경기는 다르다. 아무리 몇만 명의 관중이 환호하고, 아나운서가 목청 높여 중계방송을 해도, “뭐지···?” 하는 생각만 들뿐이다. 이해할 수 없는 규칙 속에서 벌어지는 장면들은 오히려 보는 이들을 밀어낸다.
후보자 TV토론도 다르지 않다. 토론 진행방식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으면, 사회자의 멘트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후보자 간 공방이 치열해도 그 안에 담긴 전략과 맥락을 읽어낼 수 없다. 결국 토론은 의미 없이 흘러가는 말들의 나열처럼 느껴지고, 그다음은 리모컨으로 손이 간다.
그렇다고 해서 후보자 TV토론을 제대로 즐기고 유용하게 활용하는 데 거창한 전문지식이 필요한 것은 결코 아니다. 기본적인 진행방식의 틀만 이해해도 토론을 보는 눈은 완전히 달라진다. 시청자는 더 이상 수동적으로 발언을 받아들이는 ‘관객’이 아니라, 토론의 맥을 짚고 흐름을 읽어내는 능동적인 ‘참여자’가 된다. 토론 진행방식의 기본 구조와 규칙을 이해하고 있을 때, 후보자 TV토론은 비로소 공방에 그치지 않고, 유권자 스스로 판단력을 키우는 진짜 ‘공론장’으로 다가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