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가 권우상(權禹相) 해학소설 = 봉이 김선달 <3>
봉이 김선달
“ 저놈이 그래도 말대꾸 하는구나. 이놈이 닭을 가지고 봉이라고 속였으니 그것이 죄가 아니고 무엇이냐 ? 괘씸한 놈 같으니라구.... 너는 똥구멍이 아리도록 맞아야 싸다! ”
“ 닭을 봉이라고 속였다구요? 아이고 저놈의 닭장수 때문에 내가 볼기를 맞아 죽는구나 에이구 볼이야...... 에이구 볼이야..... ”
김선달金先達은 그렇게 말하며 능청스럽게 엄살을 부리며 꺼이꺼이 울었다.
“ 뭣이 ? 지금 닭장수라고 했느냐? ”
“ 그렇습니다 ”
사또는 김선달金先達의 입에서 흘러나온 닭장수라는 말을 듣고 무엇인가 미심쩍은 생각이 들었다.
“ 잠간 볼기를 그만 쳐라 ! ”
사또는 형리에게 명령을 내렸다. 아직도 설흔 대까지 채울려면 일곱 대나 남아 있었다.
“ 지금 네 입에서 닭장수라는 말이 나왔는데 닭장수가 어찌했단 말이냐? 자세히 말 해 보거라! ”
“ 예. 말씀 올리겠습니다. 소인은 오늘 닭전을 지나다가 우연히 꿩과 같이 색깔이 아름다운 닭을 발견하고는 하도 빛깔이 고와서 저것이 무슨 닭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그 닭장수가 하는 말이 이것은 닭이 아니라 봉이라고 말했습니다. 에이구 볼기야.. 닭보다 비싼 돈을 주고 봉이라고 산 날 이렇게 볼기를 치다니....에이구 볼이야....”
“ 그래서 어찌 되었단 말이냐? ”
“ 어리석은 소인의 생각에는 닭장수 말대로 봉인 줄 알고 사또님께 선물로 바치려고 몇 번이나 봉이 틀림 없느냐고 물었습지요 ”
“ 으음 그래서? ”
“ 그 닭장수가 틀림없는 진짜 봉이라고 하길래 한 냥 하는 닭 값보다 더 주고 일곱 냥에 사다가 오늘 이렇게 사또님께 바친 것이옵니다. 하온데 어찌 내 볼기를 치십니까 ? 에이구 볼이야... ”
사또는 김선달의 말을 듣고 입을 굳게 닫았다. 바보처럼 모르고 닭을 봉이라고 산 사람보다 닭을 봉이라고 속여서 판 사람이 더 나쁘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사또에게 바치겠다고 볼기를 맞으면서도 관가에까지 찾아온 갸륵한 마음씨가 칭찬할만 하여 마음속으로 고맙게 생각했다.
“ 으음 그 닭장수에게 벌을 줘야 하겠다! ”
사또는 그렇게 생각하고 즉시 명령을 내렸다.
“ 여봐라! 이 사람을 방면해라. 그리고 지금 당장 닭장수를 잡아 들이거라! ”
“ 예잇... ”
포졸들은 사또의 명령에 대답한 후 곧 바로 김선달을 데리고 닭전으로 달려가 김선달에게 봉이라고 판 닭장수를 찾았다.
( 흠. 일이 생각대로 척척 들어 맞아 가는구나. 너 어디 한번 당해 봐라. 닭을 봉이라고 나를 속이다니... 이 선달을 속였다가는 육신이 온전치 못할 것이다! )
김선달金先達은 마음 속으로 쾌재快哉를 부르며 매를 맞아서 아직도 후끈거리며 아픈 볼기짝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닭장수를 골탕 먹일 생각에 젖어 있었다.
“ 저기 저 놈이 바로 닭을 봉이라고 판 놈입니다 ”
김선달은 닭장수를 보고 포졸들에게 알려준 후 자신은 포졸보다 먼저 뛰어가서 고함을 질렀다.
“ 이 놈아! 닭을 봉이라고 일곱 냥이나 받아 먹은 도둑놈아! 관가에서 너를 잡으려 왔으니 가서 곤장이나 죽도록 맞아 봐라! ”
김선달金先達의 고함소리에 닭장수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아 어쩔 줄을 모르고 있는데 포졸들이 들이 닥쳤다.
<계속>
역사소설가 권우상(權禹相) 해학소설 = 봉이 김선달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