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權禹相) 단편소설 – 몰운대 달빛 <제2회>
몰운대 달빛
정운 장군은 입술을 굳게 다물며 주먹을 불끈 거머쥐었다. 장군이 되겠다고 이 자리에 나온 청년은 모두 사십 두 명이었다. 이제 곧 무예 실력을 테스트 하는 시합이 있을 모양이다. 이 시합에 합격해도 실전 경험이 없기 때문에 장군으로 출전하기 위해서는 매일 고된 훈련을 받아야 하지만 오늘 이 시합에서 무예솜씨가 뛰어나면 장군의 호위무사인 부장이 된다고 했다. 무예실력을 겨누기 위해 나온 청년들 중에는 활을 잘 쏘는 청년도 있었고, 칼이나 창을 잘 쓰는 청년도 있었다. 이들은 각자 자기의 실력을 겨눌 창이나 칼 또는 활을 가지고 한쪽 구석에 마련된 장소에서 연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무예시합이 곧 시작되는 듯 구경을 나온 많은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 들었고, 무예 실력을 겨눌 청년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 자리에 나온 청년들은 그동안 부장이 되기 위해 부단히 실력을 연마해 온 예비 장군들이었고, 그 중에는 이미 장군으로 손색이 없는 창검이나 활을 잘 쏘는 훌륭한 실력을 갖춘 청년도 있었다. 좌중에는 무예 실력을 심사하는 다섯 명의 장군들이 앉아 있었고, 그 가운데 앉는 분은 심사관인 정운공 장군이었다. 무술시합이 시작되었다. 저리에서 일어선 정운 장군은 이렇게 말했다.
“오늘 장군감을 뽑는 이 행사에는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펼치기 위해 조선 각지에서 많은 장정들이 와 있소. 지금 우리 조선의 정세는 매우 어수선 하오. 더구나 일본은 명나라를 친다면서 조선에 길을 열어 달라고 하고 있는데 이 말은 먼저 조선을 친후 명나라까지 치겠다는 말이 아니고 무엇이겠오? 오늘과 같은 난세에서는 오로지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으니 무예가 출중한 장군을 발굴하여 중요한 임무를 맡기고자 이런 자리를 마련하였소. 그러니 이 기회에 무예가 출중한 청년들은 자신의 무예솜씨를 충분히 발휘하여 모처럼 장군이 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기를 바라오!”
와! 하는 군중들의 함성소리가 온 바닷가를 뒤흔들었다. 정운 장군은 계속 말했다.
“그러면 검투시합부터 시작하겠소. 검투는 두 사람이 대결하는 방법으로 하는데 어느 한 쪽이 패할 때까지 계속해서 하는데 진 사람은 탈락되고 이긴 사람은 다시 이긴 사람끼리 대결해서 모두 거기서 최종 이긴 사람을 가려 장군으로 선발할 것이오. 하지만 패한 사람도 다시 훈련을 해서 실력이 뛰어나면 장군이 될 수 있을 것이니 모두들 실제로 적과 싸운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해 주기를 바라오. 처음 시합을 할 사람을 호명할터이니 앞으로 나오시오!... 박가순. 최순돌.....”
청년 둘이 나왔다. 정운 장군에게 예의를 표하고 나서 서로 마주 보고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더니 목검을 뽑아 들었다. 진검을 사용하면 죽을 수도 있어 목검을 사용했다. 징소리가 둥! 하고 크게 한번 울리자 두 청년은 무서운 눈초리로 상대를 노려보며 목검을 겨누었다. 잠시 서로를 탐색하는 매서운 눈매와 몸 동작이 이어지더니 목검이 서로의 목을 겨누는 긴장감이 팽팽하게 흘렀다. 뚝탁! 하는 두 목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으나 아직 승패는 나지 않았다. 목검을 쥔 두 사람의 손에서는 땀이 흐르고, 눈빛과 목검으로 상대를 노리는 숨가쁜 검투시합이었다.
야앗! 하는 기합 소리와 함께 목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탁! 탁! 하고 허공에 수차례 울려 퍼졌다. 두 사람은 비장한 각오로 입술을 한일 자로 굳게 다문 채 공격과 방어의 자세로 상대방의 허를 찌를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무서운 눈빛이 역력해 보였다. 서로의 목검이 부딪쳤으나 무승부였다.
다시 야앗! 하는 기합소리와 함께 목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목검이 부딪치는 소리는 계속 되었다. 검투는 시간이 지날수록 치열하게 전개되었으나 막상막하로 좀처럼 승패가 나지 않았다. 얏! 하는 기합소리가 허공을 가르면서 최순돌의 목검 끝이 상대방의 턱밑에 닿았다. 승패는 끝났다. 진검 같으면 목이 잘렸을 것이다. 승패가 가려지자 천지가 진동하듯 와! 하는 군중들의 함성이 승리한 최순돌은 의기양양한 표정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