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신문에 따르면 당시 국민의례 등의 절차가 끝나자 “날씨도 더운데 옷을 벗고 시작하자”며 시작해 29분간 공무원 사회문제를 지적했고, 이 대통령은 “나라가 비리 투성이” “업자들이 공무원 뒷바라지” “검사들도 접대받고 그러지 않았나“ ”온통 썩은 나라“ 같은 강한 말들을 거르지 않고 쏟아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이런 질타가 아니라도 정부의 공직자 부패는 매우 심각하다. 이명박 정권의 부패는 초기부터 시작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공직복무점검단이 상반기 중 적발된 공직자들의 비위 사례는 대략 60건 정도라고 한다. 공직자 비리는 국토해양부에서 환경부에 이르기 까지 각종 비리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그런데 문제는 단순히 근무기강으로만 볼 수 없는 근무기강과 금품수수 등이 주(柱)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더 문제가 심각한 건 이런 현상이 이명박 정권말기로 들어서면서 더욱 심해진 것이라는 것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해 전국(제주도 제외)의 기업인 600명과 자영업자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지난해(이명박 정부 3년차) 고위 공직자들의 부패 정도가 2000년 이후 가장 심해졌다고 한다. 특히 중앙부처 국장 과장 이상 공직자 및 장관 차관의 부패 정도를 묻는 질문에 ‘심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무려 86.5%나 됐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 건수가 이명박 정부 들어 급증했다고 한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2005년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 건수가 937건에서 2006년 676건으로 줄었고 2007년에는 679건을 기록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 첫해인 2008년은 764건으로 전년에 비해 12.5% 늘었고 2년차인 2009년에는 1,089건으로 전년 대비 42.5%나 늘었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때부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공직기강을 확립했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는 막을 수 있었지만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다. 알선, 청탁, 이권개입이 2009년 70건으로 전년 대비 311.7%나 증가했다는 것도 부패의 심각성을 잘 말해주고 있다. 가장 위반 건수가 많은 금품. 향응 수수도 361건으로 전년 대비 34.6%, 예산의 목적 외 사용도 464건으로 전년에 비해 34.1%나 늘었다고 한다. 저축은행 비리 사건만 보더라도 감사원부터 금융감독원, 국세청에 이르기 까지 칡덩굴처럼 뻗어나간 비리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이처럼 공직계의 부패가 만연해 있는데도 이를 척결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고위 공직자의 이런 행태는 공무원들의 직무 태만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인사 청탁이나 금품수수 행위도 계속 발생할 수 있다. 더군다나 앞으로 이명박 정부 레임덕 현상은 더 심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가 밝힌 공직자의 집중 점검 방침이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 의문이다. 공직자가 돈에 탐욕을 보이는 것은 국회의원도 예외가 아니다. 동아일보(6월 14일자)에 따르면 지난해 예산안을 놓고 여.야의원들이 육탄전을 벌리면서도 세비를 5.1% 올리는데 여.야가 의기투합했다고 한다. 가족수당과 자녀학비 보조수당도 올해 신설했다. 의원의 입법 활동비는 현재 189만여 원에서 내년부터 313만여 원으로 뛴다. 전체의원 297명(2명은 현재 위원직 상실)은 각각 최대 9명까지 보좌진을 꾸릴 수 있다고 한다.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 7. 9급 비서 각각 1명씩 3명. 인턴 3명의 보수를 모두 국가기관에서 지원해 주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의원들은 법을 바꿔 5급 비서관 1명을 증원했다. 당초 2009년 4월 이 법을 처리하려다 여론의 비판을 받자 1년여 미루다가 결국 통과시켰다. 이로 인해 년간 190억원의 세금이 추가로 들어가고 있다. 경제적 풍요로움도 중요하지만 철저한 인성(人性) 교육과 철저한 법치주의의 준수의식 없이는 부패나 물욕에 대한 고리를 끊기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 oblige)’란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말한다. 과거 로마에서 생겨난 것인데 초기 로마의 전성시대에는 공직자 및 사회 고위층들의 도덕적 모범이 대단했다. 성실한 납세, 나라의 충성, 약자의 보호 등 공직자 및 사회 고위층은 일반인 보다 특권을 누리고 대우도 받고 생활한다. 하지만 그들도 국가가 있으므로 그 국가를 구성하는 시민에게 그만큼 베풀고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이다. 다수의 대표자로 행하여야 할 모범! 그것이 ‘노블리스 오블리제’다. 공직자가 가장 준수해야 할 도덕적 규범이 아닌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