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의약품의 약국 외(外) 판매를 결국 포기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정부가 이익집단에 굴복한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김국일 의약품 정책과장은 3일 “특수 지정 확대 방안을 중심으로 (약국 외 판매를) 검토했으나 약사회가 수용하지 않아 실효성 있는 방안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일반 단순의약품 외 판매 포기 방침을 밝혔다고 한다. 단순의약품 슈퍼 판매는 국민 불편 해소 차원에서 10여년 전부터 제기했던 사안이자 이명박 대통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2010년 업무보고 자리에서 감기약. 해열제 등 일반 의약품의 수퍼마킷 판매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회 이슈화 됐다.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약사법을 개정해 일반약 수퍼마킷 판매를 추진하는 대신 심야나 공휴일에 동사무소나 소방서 등을 특수 장소로 지정하고 약국의 약사가 특수 장소 내 대리인을 관리하면서 의약품을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정부가 약사회에게 굴복해서 일반약 수퍼마킷 판매 거부를 수용한 것은 일반약 수퍼마킷에 대한 정부 방안을 기다려 온 국민들을 기만한 것이다. 이렇게 정부가 이익집단에 굴복하는 허약함을 보여서야 앞으로 무슨 정책을 어떻게 실시할지 의문이다. 약사회의 주장에 항복한 정부의 모습이 가관이다. 약사회는 전국 2만개 약국 가운데 앞으로 자정까지 운영하는 당번 약국을 평일에는 4,000곳, 휴일에는 5,000곳씩 운영하고 저소득층 가정부터 상비약 보관함을 보급하겠다고 하지만 얼마나 지킬지 의문이다. 지금까지 약사회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약사회는 작년 9월부터 50여개 약국이 새벽 2시까지 문을 여는 심야응급 약국제를 실시했으나 지난 4월 경제정의실천연합의 조사결과 19%가 문을 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이번 약속도 빈말에 거칠 공산이 크다. 시민단체는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재분류 방안을 수용할 수 없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심지어 보건복지부 장관 퇴진운동을 전개하겠다는 입장이라는 말도 들린다. 가정 상비약 시민연대는 이번 보건복지부 발표안이 불편 해소를 위한 국민의 염원을 무시한 처사라며 경제조정정책회의의 결정이나 국민권익위원회의 주문과도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고 했다. 상당수 언론과 주변 단체는 ‘순환근무제’의 정착에 부정적인 시각을 계속 보이고 있다. ‘순환근무제’에 동참하지 않는 약국에 대한 적절한 징계 방안이나 징계권이 없는 상황에서 평일 4,000개 약국이 자정까지 문을 열도록 하겠다는 얘기가 설득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시행한 심야응급약국 운영시범사업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고 보기 때문에 이 같은 전철을 다시 밟은 것 아니냐는 시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6일 오후 KBS 뉴스에서 일반약품(OTC)의 수퍼마킷 판매에 대해 국민의 78%가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돼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재 허용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이런 국민의 여론을 무시하고 약사회의 주장에 항복하여 사실상 일반의약품 수퍼마킷 판매는 강 건너간 셈이다. 정부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기 보다는 특정 이익집단을 위해 존재하는 모양새로 보이는 대목이다. 미국, 일본은 일반의약품을 수퍼마킷에서도 판매한다. 그런데도 유독 한국에서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는 약사법을 제정할 당시 약사회와 의사회가 서로 자신들에게 유리는 옧을 챙기기 위해서 만든 법이라는 말이 힘을 얻고 있는 이유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약사법은 약을 약국에서 약사에게만 살 수 있도록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약사법을 개정없이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했다”며 약사회 주장에 따른 국민 반발을 희석시킬려고 하는 모양이다. 이런 약사법이라면 누구를 위한 약사법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진실로 국민을 위한 법이라면 국민이 편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미국, 일본에서도 시행하는 일반의약품 수퍼마킷 판매를 한국에서만 하용하지 않는 것은 애당초 약사법을 제정할 때 국민을 무시하고 특정 이익집단의 이익을 위해 만든 법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