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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칼럼-일시적인 것에 쫓아 사는 순간의 삶

권우상(명리학자. 역사소설가)

 
‘비리’라는 낱말은 얼른 알아듣기 어렵다. ‘부조리’라는 낱말도 역시 알아듣기 어렵다. 그러나 ‘사기’니 ‘횡령’이니 ‘착복’이니 하는 낱말은 무슨 말인지 쉽게 알 수 있어 그것이 일종의 ‘도둑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비리’니 ‘부조리’니 하는 말을 쉽게 풀이하면 ‘이치에 맞지 않는다’ ‘정당하지 못하다’라고 이해할 수 있다. 모두다 ‘이치에 어긋난 일’이라고 풀이된다.

그런데 ‘도독놈’의 종류는 다양하다. ‘좀도둑’도 있고 ‘살인강도’도 있고 ‘소매치기’도 있고 ‘밀수꾼’도 있고 야바위꾼‘도 있다. 이렇게 우리는 남에게 피해를 주고 내가 피해를 당하면서 사는 것이 오늘의 우리 사회다. ‘사람을 보면 일단 도독놈으로 생각하라’는 일본의 너절한 격언이 있다. 이 격언에 일면 수긍이 가는 측면도 없지 않다. 역대 어느 비리보다 가장 큰 규모로 기록될 부산저축행은행 비리는 7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 가운데 5조 3천4,000억원이 불법대출이라고 한다. 부산저축은행은 ‘금융회사’가 아니라 개인의 사금고였고 금융감독기관은 허수아비였다. 방송들은 저들의 비리를 사회적 부실로 희석하려고 BIS 비율이 8%가 넘는 저축은행도 못믿겠다고 보도하면서 엉뚱한 저축은행까지 바람을 잡았다.

은행이 폐쇄되기 전에 자신들의 돈만 빼간 사실만으로도 부산저축은행 비리사건의 핵심 원인은 경영자의 도덕적 부패와 범의(犯意)가 뚜렷하다. 부산저축은행 비리는 그동안 귀가 따가울 만큼 듣고 또 들었다. 금액도 엄청난 규모다. 문제는 이 돈이 장사해서 한푼 두푼 어렵게 모은 시장 상인들의 피눈물 나는 돈이라는 것이다. 벼룩에 간을 빼먹지 인간의 탈을 쓰고 어찌 이런 돈을 빼앗아 가는지 참으로 하늘이 분노할 일이다.

죽일 놈이란 생각이 든다. 어찌 저렇게 뻔뻔스러울까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데 그 저축은행이 많은 예금주들의 피와 땀이 묻은 돈을 가로챘기 때문에 일반 국민도 격분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 저축은행이 인천 효성지구 개발 때 정관계에 로비를 한 의혹이 포착되어 또 한번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과거에도 불법대출로 망한 저축은행이 적지 않은데 이번에는 관료나 정치인들까지 있다고 검찰이 판단하는 모양이다.

이 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 궁금하다 지금 대한민국이라는 몸통에 ‘암’이라는 세포가 사정없이 퍼져나가고 있는데 이대로 버려두면 대한민국은 머지않아 죽고 말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통령은 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저 보고만 있을 것인가? 다 망한 뒤에 ’미안하다‘라는 말 한마디로 끝낼 셈인가? 대통령이란 막강한 권력을 잡은 사람이 어찌 이렇게 박진감이 없는 모르겠다.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대통령은 뭘 얼마만큼 정치 지도자로써 행동을 보여 왔는지 모르겠다.

국민의 고통과 애환을 해결해 주고 국민 앞에 무엇이든지 털어 놓고 말할 수 있는 정치인이 도덕력 있는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하루 세끼 밥을 먹고 대소변을 보고 잠을 자는 것은 정치 지도자가 아니라 누구나 하는 일이므로 이런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을 지도자라고 할 수는 없다.

매달 받는 월급만 가지고 빠듯하게 사는 공무원이나 회사원 또는 탈세란 생각해 본 적도 없어 납세 기간이 되면 초조하게 뛰어 다녀야만 하는 중소기업인들은 살기가 힘들어도 속은 편할 것이다. 그러나 세상이 어디 그런가? ‘공돈’을 노리는 공직자나 상습적으로 비리를 일삼는 장사꾼이 자기가 그렇다는 사실을 국민 앞에 털어 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상상도 못할 큰 돈을 모아 놓고 죽은 정치인 앞에서 신나게 판을 벌리는 모습은 어럽게 사는 서민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지 궁금하다. 차라리 그런 돈을 절약하여 헐벗고 굶주린 서민들에게 쓴다면 한결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의 가슴에 와 닿지 않을까 싶다. 권력을 이용하여 남모르게 돈을 모아놓고 거드럭거리며 사는 사람들을 보면 분통이 터진다.

하늘을 우러러 한 줌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들이 정치와 기업의 일선에 서는 날이 언제 올지 기다려질 뿐이다. 100년도 살기 어려운 세상에 서로 많이 갖을려고 싸우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나온다. 아무리 애를 써도 100세를 살기가 아직은 불가능 하다고 여겨지는 호모사피엔스라는 동물은 50억년이라는 긴 세월의 선상에서 그저 당황하기도 하고 감동하기도 한다. 태양계의 50억년 역사는 인간 100세에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세월이 아닌가.

밤 하늘에 반짝이는 수 많은 별들은 도대체 몇 개나 되는 것일까? 은하수에만도 수천억 개의 별이 있고 이 우주계에는 은하수와 비슷한 크기의 성군이 또 다시 수천억 개가 있다는데 우리는 이 끝없는 시간과 공간 앞에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는 그 시간의 영원함을, 그리고 공간의 무한함을 생각하면 인생이란 참으로 허망하고 무의미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일시적인 것에 쫓아 사는 순간의 삶이 오늘따라 더욱 허망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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