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통치자에게 덕이 없으면 백성들은 고달프다
권우상
사주추명학자. 역사소설가. 극작가
한비(韓非)의 저서(韓非子)에는 거대한 집단 조직의 최고 관리자와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태도와 지위를 지키기 위해서 해야 할 점이 기록돼 있다. 한비는 인간은 이익을 좇아 움직이는 동물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동기는 애정도 아니고 배려심도 아니며 오로지 이익뿐이다.” 라는 냉철하고 일관된 사상을 담고 있다. 한비는 이렇게 말했다. “뱀장어는 뱀과 비슷하고 누에는 애벌래와 비슷하다. 뱀을 보면 누구나 깜짝 놀라고 애벌레를 보면 누구나 징그러워한다. 그러나 어부는 맨손으로 뱀장어를 잡고 여자는 맨손으로 누에를 잡는다.” 이익이 된다고 판단되면 누구든 용감해진다는 말이다. 또 이렇게 말했다. “수레를 만드는 사람은 모든 사람들이 부자가 되길 바라고, 관을 만드는 사람은 사람들이 빨리 죽기를 원한다. 그렇다고 전자가 좋은 사람이고 후자가 나쁜 사람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가난한 사람에게 수레를 팔 수 없는 것처럼 살아있는 사람에게 관을 팔 수 없을 뿐이다. 사람을 증오해서 죽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죽어야만 관을 팔 수 있고, 그 만큼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관계 이익을 좇아 움직인다면 군신 관계, 즉 지도자와 부하의 관계도 예외는 아니라는 것이 한비의 생각이다.
부하는 늘 자기의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 기회만 있으면 윗사람에게 달라 붙어 자신의 이익을 챙기고, 틈만 나면 윗 사람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한다. ‘한비자’에서는 지도자는 절대로 방심하거나 틈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충고하면서 지도자가 배려해야 할 점으로 다음 세 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는 법(法)이고, 둘째는 술(術)이고, 셋째는 세(勢)이다. 법(法)은 공직을 세우면 그에 어울리는 상을 주고 실패하면 벌을 주는 것이고, 술(術)은 법을 부려 쓰면서 부하를 제어하기 위한 기술이며, 세(勢)는 권세나 권한을 의미한다. 부하가 윗사람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은 윗사람이 자신의 목숨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윗사람은 권력을 거머쥐고 있어야 한다. 권력을 놓치면 지배력을 잃어 부하를 다스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큰 재앙이 돌아온다. 일찌기 나폴레옹은 권력에 대한 정의를 내린 것이 있다. 나폴레옹이 포병 소위로 발랑스 라페르 포병대에 부임할 때인 1789년 7월 14일 프랑스 대혁명이 발발했다. 1789년 11월 코르시카의 바스티아에서 민병대를 조직, 정부군에 대항하는 전쟁을 시작으로 남프랑스에서 이탈리아 원정군 포병사령관에 취임하면서 백전백승의 장군으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1797년 12월에 프랑스 학사원의 역학부문, 물리, 수학 제1분과 회원으로 선출된 것을 보면 수학과 물리에 뛰어난 수재가 아닌가 싶다. 그의 저서에 따르면 나폴레옹이 휴가로 고향인 코르시카 섬을 방문했을 때 무거운 큰 가방에 든 것이 선물인 줄 알고 어머니가 열어보니 책만 가득 들어 있어 “군인이 왜 책을 가지고 다니느냐”는 질문에 “책 속에 내 희망과 내가 가야할 길이 담겼습니다.”란 말에 어머니는 장차 아들이 큰 인물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25살 나이에 포병사령관이 된 나폴레옹을 질투한 살리체티의 탄핵으로 억울한 누명으로 감옥에 갇혔을 때 한 측근에게 “질주가 멈출 때 모든 것이 허망하게 느껴진다. 인간들은 늘 배반한다. 간혹 충직한 인간도 있긴 하지만 믿을 사람은 나 자신 밖에 없다. 오직 나 자신만을 믿어야 한다.”고 했다. 몸에 포탄 파편을 맞아도 지칠 줄 모르는 전투력은 늘 백전백승이었다. 알렉산드리아 항(港) 상륙 점령, 피라미트 전투, 맘루크 기병대 대파 승리, 시나이반도 북방의 알 아리시 점령 입성, 아부키트 전투 대승, 로지전투, 밀라노 정복, 아르 콜레 전투, 리버리전투 등 수 많은 전투에서 언제나 승리는 나폴레옹의 몫이었다. 프랑스 대혁명으로 1806년 1월 1일 황제에 올라 즉위식에서 “정치는 원래 그런 것, 투쟁 아니면 중상, 모략이고, 아부와 매수 아니면 죽음이다.”라고 말했다. 국가통치자의 은혜는 바다와 같고 백성들은 풀과 같아 풀은 바람이 부는 대로 이리도 눕고 저리도 눕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통치자에게 덕(德)이 없으면 백성들은 고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