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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 단편소설 = ‘하늘의 소리 바람의 소리’ 연재 <마지막회>

 

 

 

 

권우상 단편소설 = ‘하늘의 소리 바람의 소리’ 연재 <마지막회>

 

 

                        하늘의 소리 바람의 소리

 

 

그렇게 말한 강범구 씨는 완성된 징을 가지고 마을 뒷산으로 아들과 함께 올라갔다. 같이 징 만드는 일을 한 복동이와 두 늙은이도 따랐다. 높은 언덕에 오르자 오늘 따라 날씨는 쾌청하고 하늬바람이 살랑살랑 불었다. 강범구 씨는 아들과 나란히 마을을 내려다 보며 오른손에 징을 들고 왼손에 채를 잡고 징을 힘차게 두드렸다.

“우우웅.... 우우웅... 우우웅...”

바람을 타고 산 굽이굽이를 돌아 흐르는 소리는 지금까지 강범구 씨가 그처럼 아들에게 바라던 바로 그 소리였다. 끊어질 듯 이어지며 긴 여운을 멀리 남기고 메아리로 사라지는 나지막한 울림, 그것은 강범구 씨가 그리고 종달이가 그처럼 갈망했던 하늘이 우는 소리, 바람이 우는 소리였던 것이다. 다시 두드려 보아도 마찬가지였다. 분명히 신神이 내린 소리였다. 신이 내리지 않고는 쇠붙이에 불과한 징에서 이런 아름다운 소리가 날 리가 없다. 강범구 씨는 다시 한번 징을 두드렸다.

“우우웅... 우우웅... 우우웅...”

“이 녀석아, 바로 이 소리데이.. 이 소리가 바로 내가 너에게 물려 줄려고 한 소리린기라...”

강범구 씨는 감격에 벅찼다.

종달이도 감격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아버지! 하는 말을

“아바바바!“

하면서 기뻐 어쩔줄을 몰랐다. 강범구 씨는 또 다시 징을 두드렸다.

“우우웅.... 우우웅...”

강범구 씨는 연거푸 징을 두드려 보았지만 징소리는 여전히 신神이 내린 하늘이 우는 소리, 바람이 우는 소리였다.

“그래 이제 됐다. 이제 너는 대정이가 된기다.. 최고의 장인이다 그 말이데이..”

그렇게 말하면서 강범구 씨는 아들 코 앞에 엄지손가락을 쑥 내밀었다. 최고란 뜻이었다. 강범구 씨는 이제는 아들이 최고의 징 만드는 기술을 가진 장인이 되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다시 한번 아들 앞에 왼손 엄지손가락을 쑥 내밀었다. 그리고는 오른 손으로 아들의 어깨를 토닥였다.

종달이는 만족스러워 하는 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보며 엄지손가락을 내민 아버지의 팔을 답숙 잡았다. 그러자 강범구 씨는 아들을 부둥껴 안았다. 강범구 씨와 종달이는 서로 부둥껴안고 감격에 기뻐했다. 두 사람의 얼굴에서는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렸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복동이와 두 늙은이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평생동안 징과 함께 살아온 온 강범구 씨는 이제 자기의 천직을 하나 밖에 없는 아들에게 가업家業으로 대代를 이어가게 했다는데 대해 가슴 뿌듯한 감격을 느꼈다. 오늘따라 아들이 자랑스럽다. 비록 돈도 되지 않고 남들이 기피하고 알아주지 않는 일이지만 삶의 진득한 정情이 묻어나는 징소리를 들으며 농촌에 묻혀 우리의 전통 악기 징의 맥脈을 이어간다는 자부심에 아버지와 아들은 가슴이 뿌듯했다.

이제 강범구 씨는 자신이 가진 경상남도 무형문화제 지정이란 타이틀을 아들에게 물려 주게 되었다는 안도감에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 강범구 씨는 전통공예대전에서 수상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여러번 전통공예대전에서 수상하면서 그는 경상남도 무형문화제로 지정됐다. 그해 가을, 종달鐘達이는 정부가 실시하는 전통공예대전에서 수상을 했고, 이듬해 전통공예대전에서 수상하면서 경상남도 무형문화제 32호로 지정됐다. (끝)

 

<독자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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