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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문학상 공모 수상작 / 권우상(權禹相) 명작 단편소설 = 아라홍련의 전설 <제2회>

 

 

 

문학상 공모 수상작 / 권우상(權禹相) 명작 단편소설 = 아라홍련의 전설 <제2회>

 

 

                           아라홍련의 전설

 

 

오늘은 큰 호랑이를 쫓다가 집에서 제법 떨어진 곳에까지 오고 말았다. 혹여 고구려나 백제의 국경을 넘지 않았나 싶었다. 유배를 온 아버지와 함께 고구려 국경 가까운 곳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월경(越境)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미 집에서 멀리 왔기 때문에 되돌아 갈려고 해도 날은 저물고 비가 쉴새없이 퍼부었다. 그래도 아랑은 사내 대장부 기백답게 그다지 난처해 하는 기색도 없이 부지런히 말을 타고 달렸다. 한참을 달리다가 민가(民家) 서너 채가 모여 사는 마을에 당도했다. 저녁 때라 마을 곳곳에서는 짐승의 고기 굽는 냄새가 구수하게 흘러나왔다.

아랑은 몹시 배가 고프던 참이었다. 비를 맞는다거나 밤 길을 달리는 것은 그런대로 참을 수 있었지만 배고픈 시장기만은 견디기 힘들었다. 아랑은 그중 한 집의 사립문 앞에 말을 세우고 소리쳤다.

“주인장 계시오?”

그러자 부엌에서 젊은 한 여인이 나왔다. 나이는 열 일곱이나 열 여덟쯤 되어 보이는 백옥같은 피부에 미색이 출중한 여자였다. 반짝이는 두 눈, 불그스레한 두 볼, 치렁치렁한 검은 긴 머리에는 금방 이슬이라도 흘러내릴 듯한 너무나 아름다운 자색에 아랑은 자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지금까지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어디서 오시는 분이신데 누구를 찾으시나요?”

목소리도 꾀꼬리처럼 청아하게 맑고 부드러웠다. 사내의 간장을 녹이기에는 충분했다. 그제서야 아랑은 간신히 정신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먼 산에서 사냥을 갔다가 돌아가는 길인데 도중에 비를 만난데다가 날은 저물고 시장기도 심해서 잠시 머물러 갔으면 하오.”

아랑의 말에 젊은 여자는 잠시 머뭇거렸다.

“아니, 이 댁에는 혼자만 계시오?”

머뭇거리는 여자의 모습이 이상해서 아랑은 물었다.“예. 바깥 양반은 산 너머 사시는 아버님이 편찮으셔서 병구완 하러 갔기 때문에 여러 날 동안이나 저 혼자 지낸답니다.”

여인은 살짝 눈웃음을 쳤다. 그 눈웃음에 아랑은 그만 간장이 다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이거 안되겠는데....’

속으로 이렇게 생각한 아랑은 그 눈웃음 속에 사뭇 끌려 들어가려는 자기 자신의 욕정을 참을려고 무척 애를 썼다. 그 여인과 가까이 하면 크게 불길한 일이 있을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던 것이다. 더구나 남편 있는 여자를 범한다는 것은 마음에도 썩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그만 그 집에서 물러나려고 했다. 그 여자는 다시 한 번 눈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그렇지만 이렇게 날도 저물고 비가 쏟아지는데 어떻게 그냥 가시겠어요? 잠깐 들어오셔서 옷이라고 말리고 가세요.”

그 말에 아랑은 그만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그 여자의 뒤를 따라 방안으로 들어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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