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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방석영 칼럼] 머물 자리와 떠날 때

 

공자님께서는 “無可無不可也(무가무불가야)”를 역설하신 바 있다. 할 만한 것도 없고 불가한 것도 없다는 말이다. 이 세상일에는 반드시 이렇게 해야 된다거나, 또는 이렇게 해서는 절대 안 된다거나 하는 고정된 바가 없기 때문에, 물 흐르듯 상황 상황에 딱 들어맞는 무애 자재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다.

 

맹자는 사서집주를 통해 “孔子可以仕則仕(공자가이임즉임) 可以止則止(가이지즉지) 可以久則久(가이구즉구) 可以速則速(가이속즉속)” 즉, 공자께서는 벼슬을 할 만하면 벼슬을 하고, 그만둘만하면 그만두고, 오래 할 만하면 오래 하고, 빨리 떠날 만하면 빨리 떠나심으로써, ‘무가무불가야’의 삶을 몸소 실천하셨다고 말했다.

 

벼슬할만하면 벼슬하고, 그만둘만하면 그만둘 수 있는 삶은 주체적이면서도 자유롭고 여유로운 행복한 삶이다. 이와 같은 삶을 가능케 하는 것은 사사로운 욕심을 벗어난 지공무사한 마음이다. 또한 목전의 상황을 정확하게 꿰뚫어 보는 지혜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가능한 삶이다. 누구나가 사리사욕을 벗어던지고 ‘머물 때와 떠날 때’를 아는 자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정계 및 재계에서 마지못해 타인에 의해 쫓겨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물러날 때를 알아 제 발로 걸어 나가는 올곧은 군자들이 있어서 화제다.

 

정계에서는 국회 법사위에서 활동해온 민주당 표 창원 의원이 그 주인공으로, “법사위는 지옥, 나도 그 모습 되는 게 괴로웠다”며 내년 4월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표창원 의원은 “법사위 위원 중에 충분한 기량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다. 그렇다보니 공격하고 방어해야 할 사안은 명백한데, 갖춘 능력은 거기에 뒤따르질 못하는 탓에, 막말이 나오게 되고, 잇따른 무 논리, 적대적 공격과 비하, 심지어 가짜뉴스 같은 허위 사실까지 다 동원된다.”며 “저도 그 모습이 되어 가는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재계에서는 평사원으로 입사해 1994년 대표가 된 후 25년간 한샘을 이끌어 온 국내 최장수 전문 경영인 최양하(70) 회장이, 용퇴 의사를 밝혔다. 최 회장은 대표이사직 임기를 1년 이상 남겨두고 있지만,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한 후, 조촐한 퇴임식을 갖고 한샘 고문을 맡을 예정이다. 가뭄에 단비처럼 참으로 오랜만에 타의가 아닌 자의에 의해, 떠날 때를 알고 자유롭게 떠나는 사람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정계 재계 등 모든 분야에서 대중을 이끌며 의사결정을 하는 ‘리더’들만이라도, 우선 먼저 솔선수범하여, ‘자신이 머물만한 때고, 머물만한 자리인지, 떠나야할 때고 떠나야 할 자리’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행동으로 옮기는 세상, 그래서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멋진 세상이 도래하기를 서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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