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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權禹相) 칼럼 = 먼 것이 흠이다

 

 

 

칼럼

 

 

                                   먼 것이 흠이다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우리는 어렸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이런 옛날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옛날에 어느 마을에 남보다 잘 산다고 눈꼴사납게 거들먹거리며 다닐뿐만 아니라 자기 딸이 너무 잘나서 사방 팔방 십리 안에는 사위감이 될만한 총각이 없다고 우쭐거리는 영감이 살고 있었다. 그런 소문이 퍼지자 같은 마을에 사는 총각들은 물론이고, 이웃 마을의 총각들도 그 집에 가서 청혼을 한다는 것은 엄무도 내지 못했다. 세월은 유수처럼 흘러 그 영감의 딸은 어느덧 나이가 설흔이 가까워 왔으나 어느 누구 한 사람 청혼할려고 오는 남자가 없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딱하게 된 과년한 처녀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오만한 영감도 딸을 시집 보내지 못해 매일 속만 끙끙 앓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산을 넘고 물을 건너 닷새나 걸어왔다는 중매쟁이가 그 영감을 찾아왔다. 중매쟁이는 신랑감이 집이 대궐처럼 으리으리 한 부자일뿐만 아니라, 마음씨도 착하고 행실이 유순하다고 온갖 자랑을 늘어 놓았다. 중매쟁이의 말을 다 듣고 난 영감은 마음이 매우 호뭇했다. 영감의 속 마음을 꿰뚫어 본 중매쟁이는 저으기 엄숙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런데 흠이라면 그저 먼 것이지요」라고 말했다. 영감은 터저 나올듯한 기쁜 웃음을 꾹 참아가면서 「이 사람아! 먼 것을 가지고 흠이랄 것 있나. 그건 문제될 게 없으니 혼사가 된 것으로 알고 어서 돌아가 기별을 전하게」라고 재촉했다. 그리고 중매쟁이를 통해 택일까지 하고 보름 후에는 서둘러 혼인 잔치를 성대히 치루기로 했다. 결혼 잔칫날 신랑은 신부를 맞으러 왔다. 그런데 신랑을 태우고 온 마부가 말 위에서 안아 내린 신랑은 눈이 먼 장님의 총각이었다. 이 모습을 본 영감은 하도 기가 막혀 말 뒤에 머뭇거리면서 서 있는 중매쟁이에게 「아니 자네가 이렇게 감쪽같이 날 속일 수가 있는가?」 하고 노발대발 소리쳤다. 중매쟁이는 「그러기에 제가 먼 것이 흠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요?」하고 넌지시 대꾸했다. 그러자 영감은 그만 할 말을 잃고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이 이야기는 우리들에게 다음과 같은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중매쟁이는 어떻게 영감을 속일 수 있었을까? 중매쟁이는 바로 「멀다」는 단어가 상황에 따라 다른 개념을 표현하게 되는 특성을 이용하여 마치 두 집 사이의 거리가 「멀다」는 뜻으로 오해하게 하므로서 영감의 승낙을 받아냈던 것이다. 그러나 영감은 바로 「멀다」는 말의 개념을 분명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낭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 이야기 통해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개념을 분명히 하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 개념이란 무엇인가? 사물의 특유한 속성을 반영하는 사고의 형식이다. 개념이 명확하지 못하면 생각이 혼란해지며 문제를 연구하거나 남과 논쟁할 때 자신의 견해가 분명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므로 논쟁을 하려면 개념을 명확히 밝혀야한다. 개념은 반드시 단어를 통해서만 표현될 수 있다. 개념은 사람들의 두뇌속에 있는 사고의 내용이므로, 그것이 표현되려면 반드시 단어의 힘을 빌려야 한다. 그러므로 개념과 단어는 불가분하게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그런데 개념은 사고의 기본형이고, 단어는 언어의 기본단위이므로 개념과 단어는 완전히 대응되는 것이 아니다. 다음과 같은 일정한 차이가 있다. 첫째, 모든 개념은 반드시 단어를 통해 표현되지만 모든 단어가 다 개념을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명사」 」「동사」「형용사」 「수사」와 같은 실사는 개념을 표현하지만 접속 「부사」 「조사」와 같은 허사는 일반적으로 개념을 표현하지 못한다. 둘째, 동일한 개념이 다른 단어에 의하여 표현될 수 있다. 「의복」 「옷」 「선생」 「교사」 등의 동의어는 다른 단어지만 그것들이 표현하는 것은 동일한 개념이다. 셋째, 동일한 단어지만 다른 개념을 표현할 수 있다. 「멀다」라는 단어는 동음이의어로 상황에 따라 「거리가 멀다」라는 개념을 표할 수도 있고 「눈이 멀다」는 개념을 표현할 수도 있다. 개념과 단어의 관계와 차이를 분명하게 파악하는 것은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적합한 단어로 개념을 명확히 표현하는데 중요한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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