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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칼럼] 굴뚝의 연기는 옅어지고, 도시의 방향은 흐려진다 - 구미가 보내는 구조적 경고

한때 밤이 깊어도 불빛이 꺼지지 않던 산업도시 구미.
공장의 굴뚝에서는 쉼 없이 연기가 피어올랐고, 그 연기는 곧 성장과 희망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도시는 감정이 아닌 데이터로 조용한 경고음을 내고 있다. 연기는 옅어졌고, 그 자리를 불안과 침묵이 대신하고 있다.
최근 4년간 구미상공회의소 경제동향 자료를 살펴보면, 이 변화는 일시적 침체가 아니라 구조적 흐름임이 분명해진다.
구미국가산업단지의 제조업 가동률은 60%대 후반에서 70% 초반 수준에 머물며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일부 시기에는 60%대 중반까지 하락하며 ‘정상 가동’이라 보기 어려운 상태가 이어진다. 생산 역시 업종별 편차 속에 감소 구간이 반복되며 산업 기반의 체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용 지표는 더 냉정하다.
산업단지 고용은 2022년 약 8만5천 명 수준에서 2024년 약 8만1천500명 수준으로 줄었고, 전체 취업자 수도 완만한 감소세를 보인다. 특히 제조업 비중이 높은 도시 구조를 감안하면, 이 감소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도시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다. 공단 곳곳에 붙은 ‘임대’ 현수막은 경기의 일시적 위축이 아니라, 생태계 연결이 느슨해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인구는 가장 직관적인 경고다.
구미의 인구는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40만 명 초반까지 내려왔고, 청년층 유출은 뚜렷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동시에 평균연령은 상승하며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젊은 층은 떠나고, 도시는 늙어간다. 이 단순한 사실이야말로 지금 구미가 직면한 가장 본질적인 위기다.
경제활동 역시 위축되는 흐름을 보인다. 경제활동 참가율은 하락하고, 고용률은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는 단순히 일자리 수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 전체의 경제적 활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수출과 생산은 간헐적인 반등을 보이지만, 이는 구조적 성장이라기보다 전자·반도체 경기 변동에 따른 일시적 효과에 가깝다. 다시 말해, 구미 경제는 외부 경기에는 민감하지만 내부 체력은 충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다.
이 모든 지표는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한다.
지금 구미의 위기는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라 ‘방향의 상실’이다.
성장은 둔화되고, 인구는 줄며, 산업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은 소득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확신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그렇기에 지금 필요한 것은 과거의 영광을 반복하려는 시도가 아니다.
냉정한 데이터 위에서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는 일이다. 산업 구조를 재편하고, 청년이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며, 정책을 선언이 아닌 실행으로 연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도시의 이해관계를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통합의 리더십이다.
경고는 이미 시작되었다.
그리고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 신호를 외면한다면 구미는 완만한 쇠락의 길로 들어설 것이고,
지금 이 순간을 직시한다면 다시 도약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붙잡을 수도 있다.
굴뚝의 연기는 옅어졌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도시의 방향마저 흐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결국 구미시민 스스로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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