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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칼럼 = 뱃사공 솜씨는 어느 때 알 수 있는가?

 

 

 

 

칼럼

 

 

               뱃사공 솜씨는 어느 때 알 수 있는가?

 

 

                                                           권우상

                                             사주추명학자. 역사소설가

 

 

기술이란 과학이론을 실제로 적용하여 물체를 인간의 생활에 유용하도록 제조 또는 가공하는 수단을 말하거나 물체를 잘 다룰 수 있는 방법이나 능력을 말한다. 전자는 제조기술, 건축기술 등이며 자동차 운전기술은 후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노를 젖는 뱃사공의 솜씨도 기술일까? 노를 젓는 삿대는 배를 물가에서 떼거나 물가로 댈 때, 또는 물이 얕은 곳에서 깊은 곳으로 밀어 갈 때 쓰는 긴 막대이다. 배를 부리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으로, 뱃사공이라고도 한다. 옛날에는 배가 강을 건너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복궁자가 서문자에게 물었다. “나는 당신과 같은 나이인데 사람들은 당신만을 출세시키고, 당신만을 존경하고, 용모도 나와 비슷한데 당신만을 사랑하며, 똑같은 말을 하는데도 당신 말만 받아들이며, 행동이 같은데도 당신만이 성실하다고 하고, 똑 같은 벼슬인데도 당신만이 존귀하게 여기며, 똑같이 일을 하는데도 당신만이 부자가 되고, 이윤이 남게 합니다. 그리고 내가 입은 것은 거친 베옷이며, 먹는 것은 보잘 것 없고, 사는 곳은 작은 초가집이며, 외출할 때는 걸어 다닙니다. 그러나 당신이 입은 옷은 비단옷이며, 흰 쌀밥에 고기 반찬이고, 사는 것은 크고 화려한 기와집이며, 외출할 때는 네 필의 말이 끄는 사두마차를 타고 다닙니다.

 

당신은 덕이 나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합니까?” 이 질문에 대해 서문자가 말했다 “나도 이렇게 된 까닭이나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네. 자네가 일을 하면 막히고, 내가 일을 하면 순조로이 잘 트이니 이것은 아마 덕행이 좋고 나빠서 나타난 결과가 아닐까 싶네? 그런데도 자네는 자네의 모든 것이 나와 같다고 말을 하니 자네는 낯가죽이 매우 두껍구먼.” 복궁자는 대답할 수가 없어 집으로 돌아가다가 도중에서 동락선생을 만났다. 동락선생은 복궁자의 말을 듣고 “내가 당신의 부끄러움을 없애 주겠습니다. 나와 같이 서문자에게 가봅시다” 하자 복궁자는 같이 갔다. 동락선생이 서문자에게 “당신은 어째서 복궁자를 모독함이 그토록 심했소. 그 까닭이 무엇인지 말해 보시오” 하고 물었다. 서문자는 “복궁자는 자기가 시대나 가문, 나이, 용모, 말, 행동이 나와 같지만 비천함과 존귀함 그리고 가난함과 부유함이 나와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그에게 ”나도 이렇게 된 까닭이 무엇인지 그 실정을 알 수가 없네. 그것이 자네가 일을 하면 막히고 내가 일을 하면 순조롭게 잘 풀리니 그 원인은 아마도 덕행이 좋고 나빠서 나타난 효험이 아니겠나” 라고 대답하면서 “그런데도 자네는 모든 것이 나와 같다고 말을 하니 낯가죽이 두껍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하고 말했다.

 

동락선생이 그 말을 듣고 말했다. “당신이 좋고 나쁘다고 말한 것은 재주와 덕행상의 차이를 가리킨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내가 좋고 나쁘고를 말한 것은 이런 것과는 다릅니다. 복궁자는 덕행은 좋지만 운명이 나쁘며, 당신은 운명은 좋지만 덕행은 나쁩니다. 당신이 앞길이 잘 트여 출세한 것은 좋지만 덕행은 나쁩니다. 당신이 앞길이 잘 트여 출세한 것은 지혜로워서 얻어진 것이 아니며, 복궁자의 앞길이 막혀 고생한 것은 어리석어서 실패한 것이 아닙니다. 이 모든 것은 각자 타고는 운명에 있는 것이지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당신은 운명이 좋은 것을 스스로 뽐내며 복궁자는 덕행이 좋은 것을 스스로 부끄러워하니 당신들은 모두 그렇게 된 이치를 모르고 있소” 그러자 서문자가 ”선생님께서는 그만 하십시오. 나는 감히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하였다.

 

 

복궁자는 집에 온 이후 거친 베옷을 입고서도 여우나 담비의 가죽옷 같은 따뜻함을 느꼈고, 보리밥을 먹으면서도 쌀밥과 같은 맛을 알았으며, 작은 초가집에 살면서도 궁전같은 집에 사는 것 같음을 느끼면서 죽을 때까지 의기양양하면서 영화로움과 치욕이 다른 사람에게 있는지 아니면 자기에게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살았다고 한다. 행복과 불행은 운명에 달렸다는 ‘열자’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흔히 운동선수가 시합이나 경기대회에 나가 우승을 하면 스타니 천재니 하면서 영웅시 하지만 운동에는 천재도 영웅도 없다. 운동경기의 승패는 그 사람의 그날의 길흉에 따라 결정된다. 그래서 운의 길흉에 따라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다. 바람이 불지 않아 물결이 잔잔한 강에서나 바다에서는 노를 젓는 뱃사공의 솜씨를 알 수 없다. 하지만 능숙한 뱃사공의 솜씨는 바람이 강하게 불어 풍랑이 심할 때에 안다. 능력이란 어떤 일을 감당해 낼 수 있는 힘을 말한다. 능숙한 뱃사공은 심한 풍랑을 감당해 낼수 있다는 말이다. 삶이 어려울 때 지혜롭게 대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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