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사주추명학자의 “이것이 운명이다” <9>
이것이 운명이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나는 황선엽과 엘리베이트를 타고 25층 스카이라운지로 올라갔다. 이곳에는 한식 양식 등 음식점은 물론 댄스빠와 터키탕. 노래방도 있어 늘 돈으로 인생을 즐기는 남녀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터키탕이란 이름이 불순한 이미지가 담겼다고 해서 요즘은 증기탕이라고 하지만 터키탕이든 증기탕이든 머니파워로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이름 따위가 문제될 게 없었다.
내용을 말하자면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돈 많은 사람이 머니파워로 편안하게 인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중에 하나가 바로 터키탕이다. 체온에 맞는 따끈한 물에 목욕을 하고 안락한 등받이 의자에 몸을 기대고 두 다리를 쭉 펴고는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장소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지금까지 40년을 살아오면서 한 번도 이런 곳에 와 보지 않았던 나는 이런 곳에 자주 들락거려 제법 숙달된 조교처럼 보이는 황선엽을 따라 탈의실로 들어갔다. 황선엽과 함께 옷을 벗고 알몸이 된 나는 대형 거울에 반사된 나의 매끈한 전신 나체를 바라보며 이런 아름다운 몸매로 태어난 내가 어찌하여 세 번이나 재혼을 거듭 반복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우리 속담에 미인박명(美人薄命)이란 말처럼 얼굴이 예쁜 여자는 팔자가 좋지 않아서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세 번째 결혼에도 남편과 생이별하여 독수공방 한다는 것이 조금은 따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가벗은 알몸으로 있기가 왠지 수줍은 듯 나는 타올로 앞을 가리며 황선엽 뒤를 따라 조심스럽게 욕실로 들어섰다. 대 여섯평 남짓한 욕실 구석에는 두 사람이 들어갈 만한 욕조가 금빛을 품어내는 고급스런 외제 타일로 치장되어 있었다. 황선엽은 이런 분위기에 매우 익숙한 듯 대형 수도꼭지를 두 손으로 비틀어 욕조에 물을 가두었다. 물은 쏴 소리를 내며 삽시간에 욕조에 가득 찼다. 온수와 냉수를 적당히 혼합한 후 황선엽은 목덜미까지 몸을 물속에 깊이 담구자 나도 황선엽이 하는 대로 몸을 물속에 깊이 담구었다.
“여기에 온 기분이 어떠냐?”
황선엽의 말에 나는 얼굴로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이마위로 걷어 올리며 말했다.
“난 이런 목욕탕엔 처음인데 여기가 터키탕이냐?”
“터키탕이란 게 뭐 별다른 줄 아니? 정확히 말하면 즐기는 탕이라고 생각하면 돼. 남녀가 목욕을 하면서 서로 상대방의 마음을 확인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돼...물론 목욕만 하는 경우도 있지만 솔직히 말해서 때만 밀려고 비싼 돈을 내고 이곳을 찾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면 그 해답은 간단하게 나와... 요즘 때 미는 사람이 없긴 하지만 호홋..”
그제야 나는 문득 불순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잘못 들어 온 곳은 아닐까’
남편이 있는 여자가 이런 곳에 와 있다고 생각하자 갑자기 마음이 불쾌해 지고 불안했다.
“그렇다고 달리 나쁘게 생각하지마. 여자는 누구나 남자를 상대하는 앞에서는 동물적인 야성으로 돌아가는 거야. 방에서 부부가 섹스를 즐기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고 이런 욕실에서 섹스를 하는 것은 음흉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선이야....솔직히 말해 난 그런 위선이 싫어.. 넌 어떤지 모르지만..”
황선엽은 욕조에서 나와 샤워기 앞에 서서 몸에 비누칠을 하기 시작했다.
“벌써 비누칠이야?”
“몸에 묻은 먼지만 털면 되지 이런데서 때를 밀면 촌스러워...”
십분도 채 되지 않아 황선엽은 비누칠을 한 몸을 샤워 꼭지로 휑구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