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가 권우상(權禹相) 해학소설 = 봉이 김선달 <2>
봉이 김선달
김선달은 봉 아닌 닭을 봉이라고 일곱 냥을 주고 사서 그 길로 바로 관가官家를 향해 발길을 옮겨 놓았다.
“ 흥. 네 놈이 내 올가미에 걸렸으니 어디 한번 두고 보자 ! 남의 돈은 몰라도 이 선달先達이 돈만은 공짜로 삼키지는 못할테니까... 으흠... ”
김선달金先達은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고는 헛기침을 하고 나서 걷는 동안 어느새 관가 앞에 이르렀다. 김선달은 문지기에게 사또를 만날 것을 요청하자 문지기는
“ 누군데 우리 사또 나으리를 보자 하시오? ”
하자 김선달金先達은
“ 소인은 이 고을에 살고 있는 백성으로 사또님을 꼭 한번 뵈려고 하오 ”
“ 무슨 일이오? ”
“ 소인이 아주 귀한 봉이라는 새를 얻었사온데 사또님께 올리려고 왔소이다 ”
“ 봉이라니.. 어디 좀 봅시다! ”
봉鳳이라는 말에 문지기는 놀라서 눈을 휘둥거렸다.
“ 여기 있습니다 ”
그러나 김선달이 쳐들고 보이는 것은 봉이 아니라 닭이었다.
“ 아니 이건 닭이 아니오 ? ”
“ 닭이라니요. 무슨 섭섭한 말씀을 그리 하십니까. 이건 세상에서 아주 보기 드문 봉이라는 새입니다. 무려 일곱 냥이나 주고 사온 것이오 ! ”
“ 좌우간 봉이든 닭이든 사또 나으리에게 바칠려고 왔다고 하니 안으로 들어가 보시오.... ”
문지기는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사또에게 바칠려고 한다니 안으로 들어 보내었다. 김선달의 가짜 봉은 이방에게 전해졌고 이방은 가짜 봉을 사또에게 전달하게 되었다. 사또는 이방이 내민 닭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이리저리 보고는
“ 이게 봉이라고 했느냐? ”
하면서 닭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사령을 불렀다.
“ 사령 ! ”
“ 에잇.. ”
“ 이리 와서 이것이 닭인지 봉인지 잘 살펴 보아라! ”
사또의 명령이 떨어지자 사령은 허리를 구부리고 나오더니 눈을 껌벅거리면서 가짜 봉을 자세히 살펴보고 이렇게 말했다.
“ 이건 봉이 아니라 닭인 줄로 아뢰오! ”
“ 음. 닭을 봉이라고 속였구나. 괘씸한 일이로다. 어떤 놈이 감히 사또를 능멸하느냐. 당장 그놈을 잡아 들여라 ! ”
몹시 화가 난 사또는 벼락같은 호통을 쳤다. 사령이 물러가고 잠시 후 잡혀 온 김선달金先達은 동헌東軒 마당으로 끌려 나왔다.
“ 사또를 능멸한 저 놈에게 볼기를 설흔 대만 쳐라 ! ”
사또의 명령이 떨어지자 형리刑吏들이 즉시 형구形具를 차려 놓고 김선달金先達의 볼기를 때리기 시작했다.
“ 에구 사또 나으리. 소인이 무슨 죄로 이렇게 볼기를 맞아야 합니까 ”
김선달은 이런 일이 있으리라 미리 예상하고 단단히 각오를 했었지만 겉으로는 아파 죽는다고 엄살을 떨었다.
“ 이 고얀놈 같으니 네가 감히 사또를 희롱하다니.... 에끼 이 썩어질 놈아! ”
화가 난 사또의 호령에 김선달은 일부러 앙탈을 부렸다.
“ 사또 나으리! 소인이 무슨 일로 회롱했다고 하십니까 ? 소인은 사또 나으리를 희롱한 일이 없사옵니다. 에이구 볼이야... 정작 썩어질 놈은 내가 아니라 닭장산데... 에구 볼이야...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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