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선행학습 금지는 올바른 정책이다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최근 박대통령이 선행학습 금지정책을 발표했는데 입법화되는 것 같다. 일부에서는 ‘학생들의 학업열에 제동을 거는 것이 아닌가’라면서 반대하는 모양이지만 선행학습금지는 잘 한 일이며, 많은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선행학습이란 중학교 1학년생이 중학교 2학년 과목을 미리 학원에서 배우는 것을 말하는데 학원에서 중학교 2학년 과목을 배우는 1학년생이 1학년 과목을 다 소화하기는 사실상 어렵고 그냥 대충 넘어가는 것이다. 중학교 2학년 과목을 배우고 있는 1학년생이, 학교에서 1학년 과목을 가르치는데 거기에 관심을 쏟을 리가 없다. 마지못해 하는 것이다. 졸거나 아예 잠을 잔다는 것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교사인들 학교에서 가르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선행학습은 공교육에 암적인 존재이다. 선행학습은 사설학원 강사들을 먹여 살리는 뿌리이며 때로는 학원과 교육부 일부 공무원의 먹이사실이 된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1학년은 오직 1학년 과목을 진도에 따라 착실하게 소화해야 하는 것이 맞다. 선행학습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학습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일 것이다. 학습이란 미리 배우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차근 차근 제 때에 배워야 할 과목들을 충분히 소화하고 응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훈련하는 것이다.
사실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응용능력을 기르는 것이 학습이요 공부인 것이다. 선진국이라는 미국의 교육은 응용능력을 기르는 교육이다. 그래서 특히 이공계에서는 시험을 볼 때 대부분 ‘오픈 북’ 시험을 치른다. 책을 펴놓고 시험을 보라는 것이다. 짧은 시간에 공식을 잠시 잊었을 경우, 응용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그래서 시험 시간에 책을 보고 응용능력을 발휘해 보라는 것이다. 얼마나 많이 외웠나를 테스트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다 열려 있는 같은 이론을 놓고, 누가 더 잘 응용하는가를 테스트하는 것이 미국 교육의 주요 핵심이다.
초중고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공부라는 것은 3학년 교과서를 2학년 때 미리 배우는 것이 아니라, 제 때에 배우는 과목을 예습과 복습을 하고, 다양한 응용문제를 통해 생각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훈련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 보도에 따르면 사교육 중에서는 ‘학습지’(43.3%)를 가장 많이 하고 있었고, ‘학원’(29.1%)과 ‘개인과외’(10.3%)가 뒤를 이었다. ‘공부방’(7.0%)과 ‘온라인학습’(6.4%)을 한다는 응답도 있었다. 이 같은 사교육 유형을 선택을 한 이유(복수응답)로는 ‘학습시간 선택이 자유로워서’(84.2%)를 주로 들었다. 이외에도 ‘아이의 성향과 맞아서’(16.4%), ‘학습성과가 좋아서’(14.2%), ‘아이의 안전이 안심되어서’(14.2%), ‘경제적인 이유로’(8.2%) 등이 있었다. 선행학습을 경험한 과목(복수응답)은 인당 평균 2과목으로 집계됐는데, ‘영어’(80.6%)와 ‘수학’(74.8%)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국어’(31.6%)가 뒤를 이었다고 한다.
선행학습을 하는 이유(복수응답)는 ‘능동형’과 ‘수동형’으로 갈렸다. 능동적 이유로는 ‘내신성적을 잘 받기 위해’(43.2%)와 ‘아이가 스스로 원해서’(13.0%)를 꼽았고, 수동적 이유로는 ‘주변에 안하는 사람이 없어서’(31.0%)와 ‘학교∙학원 등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므로’(29.6%)를 들었다. 초등학교 교과서일수록 학분야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석학들이 써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교과서들은 이름 없는 브로커들이 교육부 공무원들과 먹이사슬로 야합하여 쓸모 없는 것들이다. 이것을 고치지 않는 한, 한국교육에는 미래가 없다. 박대통령은 반드시 선행학습을 법으로 금지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