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심 [下 心]
우리는 각자가 살아온 나이만큼 이나 긴-세월을 살아왔다고들 꺼리낌 없이 자랑을 한다. 어떠한 생각과 마음을 어느 방향의 악과 선에 맞추며 살아 왔던간에 다 자기의 운명이라고 한다. 낮에는 강렬한 태양에 의해 나의 그림자가 짙고 길게 나타타며 밤에만 찾아오는 달빛은 주위와 그림자가 구분이 덜 되게 해주고 별들은 그림자를 잊고 아름다움을 아름답게 보여주며 아름다움에 젖어들게 하여 잠시나마 나를 혼미하게 해준다. 해와 달 그리고 별들이 없는 시간에는 그림자가 생기지 아니한다. 나의 발로 밟아봐도, 걷어차도, 도망을 가도 잠시라도 발밑을 떠나지 않는 그림자가 있다. 빛이 없으면 그림자가 생기지 아니하듯이 탐 진치를 버려 보라는 이야기다. 어떤 생활 속에서 살아왔던간에 그 방식에 의해 각자 마음이라는 그릇에 모두 담아 놓고들 있다. 추억을 버린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버리자. 내려놓자. 마음의 그릇에 들어있는 모든 과거를 내려놓아야만 발전성 없는 과거의 회상에 젖어들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비어진 마음의 그릇을 깨끗이 닦아 지금부터 살아가면서 담고 싶은 것들을 새롭게 담아라. 수십년 간을 담아왔던 것을 버려 봤기 때문에 아닌 것을 버리긴 그만큼 쉬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