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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심학봉 前 구미중소기업협의회 경제고문, 「반도체 후공정 클러스터」 조성이 구미의 살 길이다

2026년 새해 벽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반도체가 ‘산업의 쌀’을 넘어 국가 안보와 AI 시대의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구미는 대한민국 반도체의 출발점이었다. 1976년 박정희 대통령이 구미공단에 한국전자기술연구소(KIET)를 설립하며 반도체 설계와 공정기술의 국산화가 시작됐다. VLSI 개발, 국내 최초 인터넷망 연결 등도 구미가 기반이었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대기업들이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추진 중인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는 구미가 포함되지 않았다. 아쉬움은 크지만, 냉정하게 보자면 전공정(Fab) 유치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전공정은 막대한 전력과 용수, 정밀 장비 인프라가 필수다. 구미공단의 하루 평균 전력 사용량은 약 0.9GW 수준이지만, 대규모 Fab 단지를 수용하려면 10GW 이상이 필요하다. 공업용수 또한 하루 최대 100만 톤 규모가 요구된다. 현재 인프라로는 1~2기 수준이 한계다. 전공정을 무리하게 유치하자는 주장은 현실성이 낮다.
그렇다면 해답은 무엇인가.
용인이 전공정에 집중한다면, 구미는 후공정(조립·검사) 클러스터를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은 설계–전공정–후공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최근 후공정은 단순 포장을 넘어 발열 제어·소형화·고성능화를 좌우하는 핵심 공정으로 발전하고 있다.
후공정 세계시장 규모는 2026년 약 993억 달러로 전망된다. 한국의 점유율은 4%대에 불과하다. 이는 위기이자 기회다. 전공정 중심의 집중형 구조는 효율적이지만, 국가 전략산업 차원에서는 분산형 네트워크 구조가 필요하다. 재해·안보 리스크를 고려해 후공정 일부를 지역에 분산 배치하는 방안은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
구미는 이미 2023년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되었고, 소부장 기업 340여 개와 시험·검사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5공단 2단계 부지 일부를 ‘반도체 후공정 클러스터’로 지정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또한 경상북도와 구미시가 ‘후공정 유치 펀드’를 조성하고, 이전·증설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한다면 국내외 기업 유치도 가능하다. 과거 산업부 재직 시절 추진했던 ‘구매조건부 기술개발 프로젝트’처럼 정부·수요기업·장비기업이 공동 투자하는 방식도 충분히 재현 가능하다. 이는 구미형 후공정 R&D 모델로 발전시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전략과 순서다. 이미 확정된 국가 프로젝트를 정치적으로 흔들기보다, 민간 전문가 중심의 정책 포럼과 연구용역을 거쳐 체계적인 제안서를 준비해야 한다. 중앙정부를 설득할 논리와 명분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구미는 2019년 대기업 유치 실패 경험이 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부풀린 구호보다 실현 가능한 설계가 필요하다.
용인 프로젝트는 위기이자 기회다. 치밀하게 준비한다면, 구미는 세계적 후공정 산업의 거점으로 다시 도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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