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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 명작 단편소설 = 신인배우 연재 제4회

 

 

 

 

권우상 명작 단편소설 = 신인배우 연재 제4회

 

 

 

                              신인배우(新人俳優)

 

 

 

배우는 감독에게 잘 보여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영화계에서는 다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매달리고 싶었다. 나는 그가 권하는 술잔을 비웠다. 그리고 다시 한잔 더 마셨다. 그의 말처럼 영화배우가 된 기분을 오늘 한번 만끽해 보고 싶었다.

“권성희 씨는 오빠가 있어요?”

“저는 오빠가 없어요. 제 밑으론 남동생 하나 뿐이예요.”

“그래요.”

“우리 집은 모두 남자 형제뿐입니다. 그래서 나는 여동생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답니다.”

“그럼 강 선생님을 오빠로 생각하겠어요.”

“그럼 나는 권성희 씨를 누이동생으로 생각하죠.”

“앞으로 이 동생을 인기 스타로 키워 주실거죠?”

“물론입니다. 오늘 우리 의남매를 결의하는 뜻에서 술 한잔 더 하면 어떨까?”

“그러죠. 술에 취해 집에 갈 수 없게 되면 오빠가 책임져야 해요.”

“그야 물론이지.”

나는 거기에서 나와 그가 가자는 다른 술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조용하고 분위기가 아늑한 곳이었다. 거기서 나는 딱 한 잔의 술을 더 마셨는데 그 후엔 정신을 잃었다. 깨어보니 어느 모텔의 침대에 누워 있었다. 옆을 돌아보니 강시후 씨는 없었다. 내가 언제 여기에 와서 그에게 무슨 일을 당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다만 음부가 묵직묵직하고 누구에겐가 성폭행을 당한 느낌이었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이 나에게 성폭행을 ...아니 내 몸을 짖밟아 놓고 간 것이 아닌가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그가 내 몸을...내 정조를 유린한 것 같았다. 남자의 정액으로 짐작되는 끈적한 분비물이 내 음부에 묻어 있었다. 강시후 씨가 날. 그가 날 이렇게 했다고 생각하자 분노가 솟구쳤다.

나는 휴대폰으로 그에게 전화를 했지만 그런 전화번호는 없으니 다시 확인 한 후 걸어보라는 답변이었다. 다시 전화를 걸어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강시후 씨를 찾아 GF연예기획사 사무실을 찾아갔을 때는 문이 닫혀 있었고, 다음날 다시 찾아갔을 때는 사무실 앞에는 사람들이 수십 명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GF연예기획사에서 실시한 신인배우 모집에 합격했다가 돈만 날리고 사기를 당한 여자들이었다.

그런데 더욱 이상한 것은 이번 신인배우 모집에 합격한 사람 중에 남자는 한 사람도 없고 모두 여자뿐이었다. 여자만 모두 합격한 것이었다. 이번 신인배우 모집에서 나처럼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본 50여 명의 여자들은 문 앞에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모두들 억울하고 분노가 담긴 표정들이었다. 옆 건물 사무실 직원에게 강시후 씨를 아느냐고 물었지만 모른다는 대답뿐이었다. 신인배우에 응모하느라 돈도 적지 않게 들었고 더구나 그에게 정조까지 유린당하고 보니 어이가 없었고 정신마저 멍청해졌다. 머리가 찌근찌근 아팠다. 나는 힘 없이 문이 닫힌 GF연예기획사가 있던 빌딩의 계단을 힘 없이 내려갔다. 그리고 힘없이 길을 걸었다. 이때 내 등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났다.

“권성희 씨!”

뒤를 돌아보니 나를 인터뷰 했던 포항매일신문 박성훈 기자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실망이 크시겠습니다.”

나는 화난 얼굴로 아무말이 없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죠. 내가 알아보니 강시후 씨란 사람은 서울에서 활동하는 촬영기사도 영화감독도 아니더군요.”

박성훈 기자는 나와 나란히 걸어면서 말했다.

“권성희 씨는 무명인 채로 사라지는 연예인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시죠? 이 이야기는 제가 서울에서 기자생활을 할 때 직접 취재한 사건입니다.”

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서울의 한 매너지먼트사 관계자는 무명 연예인의 실태에 대해 묻는 저에게 연기나 가수 지망생 풀(pool)로 보면 실제 데뷔에 성공한 이는 극소수이고 큰 빙산의 일각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얼굴이나 이름 알리기는 물론이고 데뷔조차도 어렵고 힘들다고 했다. 최근에 극단적 선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신인배우 한채원도 그런 경우라고 했다. 당시 사건을 접수한 경찰 관계자도 그가 연예인이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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