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무엇이 불공정한 사회인가?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최근 한 보도에 따르면 장애인에게 머리염색 비용으로 52만 원을 청구한 A미용실 사건을 수사 중인 충북 충주경찰서는 9일 탈북민(북한이탈주민) 등이 추가 피해를 입은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라고 하면서 경찰은 A미용실이 한 탈북민에게 2차례 머리 관리 클리닉 시술을 해주고 33만 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 시술 내용과 요금 지불 경위를 조사했다고 한다. 이 탈북민은 경찰에서 "미용실 원장에게 요금을 물었지만, 머리 손질이 끝날 때까지 제대로 얘기를 안 해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 조사 결과 A미용실은 2차례 머리 관리 비용으로 B씨에게 각각 16만원과 17만원을 청구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A미용실이 국내 물정을 잘 모르는 탈북민을 상대로 부당한 요금을 청구했는지 조사중인데 경찰은 최초 피해자 이모(35·여)씨 외에 다른 장애인 2명도 조사했으며, 이 중 한 명은 2차례 요금으로 32만5천 원을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내용이 이와 유사한 불공정한 피해로 인한 문제는 미국에서도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그 사례의 내용은 이렇다.
남편과 사별하고 시카고에서 자녀도 없이 홀로 사는 할머니가 있었는데 어느 날 화장실 변기에 물이 새고 변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되자 할머니는 수리업자를 불렀고, 자그만치 5만 달러를 들여 고치기로 했다. 그리고 2만 5000 달러를 계약금으로 현금 지불하기로 하고 나머지는 할부로 지급하겠다는 계약서를 썼다. 할머니는 계약금을 지급할려고 은행에 가서 2만 5000달러를 출금 하자 노인이 한꺼번에 많은 돈을 찾는 것이 의심스러워 은행직원이 사용처를 묻자 변기 수리업자에게 줄 계약금이라고 말했다. 변기 수리 금액이 많아 수상하게 여긴 은행직원이 경찰에 신고 했고, 경찰은 수리업자를 사기죄로 체포했다.
일반적인 사회통념상 변기 수리에 5만 달러를 약속한 계약은 두 사람이 아무리 자유 의사에 따라 체결됐다 해도 터무니 없이 불공정한 계약이라고 말 할 것이다. 이 사건은 계약의 도덕적 한계 두 가지를 잘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첫째, 동의 했다고 해서 그 합의가 공정하다는 보장은 없다. 둘째, 합의만으로는 도덕적 의무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이런 계약은 상호 이익은 커녕 특혜도 아니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할머니가 그 터무니 없는 금액을 지불해야 할 도덕적 의무를 져야 한다고 말 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 변기 수리 사기는 순수하게 자발적인 계약이 아니라 못된 수리업자가 물가 정보에 어두운 노인을 이용해 먹는 일종의 착취였다고 말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변기 수리업자의 생각은 어떠했을까? 이 사건 이후 수리업자가 경찰서에서 어떤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는 아마 정당하게 계약을 한 것이라고 말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변기 수리업자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사기죄로 구속했다. 이것은 아무리 자발적인 동의(계약)라 해도 동등하거나 동등한 수준의 이익 교환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후 수리업자가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대방이 세상의 물정을 잘 모르거나 물가 정보에 어두운 노인을 대상으로 과도하게 돈을 요구하는 일종의 착취행위는 마땅히 근절돼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는 소수집단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 때문에 불공정시비에 휘말려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이러한 정책으로 흑인 학생보다 성적이 우수한 백인 학생 ‘셰릴 홉우드’가 텍사스 법학전문대학에 입학하지 못해 소송을 낸 적도 있었다. ‘스웨트 대 페인드’ 사건은 미국 대학교육의 인종분리정책에 치명타를 안겨주기도 했다.
웨스트 텍사스 앤드루스 고등학생인 ‘캘리스마트’는 뇌성마비를 앓고 있지만 미식축구 응원단원에 뽑히자 다른 학부모가 불공정을 제기하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소수집단우대정책은 보상 논리와도 연관성이 있다. 소수집단 학생들을 불리한 처지에 몰아넣은 역사적 차별을 보상하는 차원에서 그들을 우대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 논리는 만만찮은 도전에 직면했다. 과거 정부가 한 일을 왜 현 정부가 보상하느냐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