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남녀 공중화장실 개선책 나와야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최근 서울의 강남 화장실 20대 여성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전국이 시끌법적하다. 여성 살인사건이 발생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국민들이 더욱 분노하는 것은 피살 현장이 여성들이 자주 이용하는 공중 화장실이란 점이다. 우리나라 공중화장실은 남녀 혼합형으로 문제가 적지 않다. 게다가 여성혐오 현상이 임계치를 넘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졌다는 것에 더국 분노하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19일 강남역 인근 건물 화장실에서 김모(34)씨가 A(23·여)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여자들이 나를 항상 무시했다"고 진술했다는데 김씨와 A씨는 전혀 모르는 사이라고 한다. 여성을 상대로 한 묻지마 범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무차별 폭행이나 강도 범행이었을 뿐 현장에서 끔찍하게 살해한 사례는 드물었다. 최근 대전시에서는 심야에 귀가하던 여성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잔인하게 폭행당한 적도 있었다.
또한 이달 2일에는 대전 대덕구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B(16)군이 20대 여성의 머리를 둔기로 수차례 때리고서 달아났는데 B군은 단순히 화가 났다는 이유에서 전혀 모르는 여성을 공격했다고 한다. 피해자는 다행이 일찍 병원 치료를 받아 목숨을 건졌으나 자칫 끔찍한 사건으로 이어질 뻔 했다. 연약한 여성을 노린 범행을 예고하는 징후는 이미 오래전부터 뚜렷했다. "여성만 보면 분노가 치솟는다"는 등 표현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거침없이 쏟아졌다. 극우 사이트인 일간 베스트 저장소에서는 여성 성기를 이르는 단어를 붙인 욕설 글이 넘쳤다. '김치녀', '된장녀' 등 여성을 헐뜯는 표현도 무수히 많았다. 일부 네티즌은 "한국 여성은 삼일한(3일에 1번씩 때려야 한다는 비속어)해야 한다"는 폭력 선동도 서슴지 않았다. 일부 여성의 '무개념 행동'을 꼬집는 글과 사진이 여성 전체를 매도하거나 증오하는 사태로 악화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5세 이상 35세 미만 남성 1천200명과 여성 300명을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이런 세태를 읽을 수 있다. 남성 54.2%가 '김치녀', '된장녀', '김여사', '성괴'(성형괴물) 등 표현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청소년이 쉽게 접근하는 인터넷 공간에서 확산하는 여성 증오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온라인에 퍼진 여성혐오 게시물은 합리적 근거가 부족하고 매우 과격하다. 가치관이 미성숙한 청소년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여 여성 거부감을 증폭시킬 수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우리나라에도 공중화장실에 관한 법이 있다. 이 법률에 따르면 공공건물의 공중화장실은 남녀 공간을 분리하도록 되어있다. 민간 역시 업무시설도 연면적 3000m², 상가시설은 2000m² 이상이면 남녀 화장실을 분리해야 한다. 그러나 이 법은 2004년 이후에 지은 건물에만 적용된다. 그전 건물은 방치되고 있다. 구 건물의 남녀 혼합 화장실은 셀카 몰카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공중화장실 청결도(78개소)에서 84.3%가 청소상태가 불량, 환기 및 냄새제거가 불량한 곳이 53.2%, 변기에 배설물 잔류 45.3% 등으로 청결관리가 이용자의 요구수준에 상당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의 공중화장실 관리실태를 보면 일본, 미국, 싱가폴, 유럽제국은 공중화장실을 그 지역, 그 나라의 얼굴이며, 서비스 정신의 바탕이라고 인식하여 행정당국의 강력한 지도단속과 관리자의 노력으로 청결성을 유지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도 공중화장실 남녀 분리 및 CCTV 설치 등 시설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성범죄는 어느 나라에도 있는 일이지만 잔혹한 살해와 성폭행, 성추행 등 범죄, 그리고 여성을 배려하는 제도나 문화의식 면에서는 한국은 아직도 후진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