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한국에는 방코가 없다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한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 은행들은 정보기술의 가장 큰 이용자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고객에 대한 서비스로 신속하게 금융시장에 진출하는 혁신을 꾀하는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하다. 이런 현상은 은행이 가진 영업의 특성 때문이거나, 정부로부터 받아야 하는 규제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천만 명의 고객들에게 예금을 받거나 대출해 주는 등 서비스 분야에서 은행은 대부분 수신과 여신 업무에만 관심을 갖는다. 이런 영업 형태는 인터넷이 세계화된 오늘날에는 바람직하지 않다. 브라질 최대 은행인 ‘방코 브라데스코(Bnanco Bradesco)’는 세계인의 주목을 끌만하여 다른 은행들과 차별화를 부각시키고 있다. 이 은행은 거의 설립 초기 단계에서부터 금융업계 최초로 세계인에게 큰 관심을 보여 왔다.
하루 평균 300만 명의 고객이 이용하는 ‘방크 브라데스코’ 은행은 총자신 규모는 687억 달러에 2,200 개에 달하는 지점을 거느린 은행인데, 브라질 민간기업 중에서는 최초로 컴퓨터를 도입했으며, 1982년에는 역시 최초로 현금자동인출기(ATM)와 홈뱅킹 서비스를 도입했다고 하니 매우 놀랄만하다. 브라질은 역사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만연했던 나라이다. 그래서 은행들은 고객들의 계좌정보를 늘 최신 정보로 갱신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날에도 브라질 은행들만큼 계좌정보를 최신형으로 유지하는 은행은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고 하는데 ‘방코 브라데스코’가 때로는 브라질에서 ‘타도의 대상’으로 불린다고 한다. 그 이유는 정보기술을 이용해 고객을 위한 혁신적인 솔루션을 다른 경영업체보다 빨리 개발해 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방코 브라데스코’는 고객들에게 전통적인 은행 업무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어떤 서비스든 다 제공하고 있는데,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남보다 먼저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장에 내놓아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다 보니 6개월 조차도 너무 긴 시간이라 ‘방코 브라데스코’에서는 금용상품 개발 주기를 몇 주 혹은 2 - 3 개월로 단축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으며,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공개할 때는 마치 병참부대가 쓰는 것처럼 출시 전략을 계획한다.
전체 고객들에게 동시에 선보임으로써 그 효과를 높이려는 것인데 지불만기 어음과 수취어음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은 처음에는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단 한 명의 고객을 위해서였는데 지금은 약 4,100개가 넘는 사업체에서 이 응용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으며, 또 다른 고객 한 명을 위해 거래계좌 없이도 현금자동인출기에서 직원 봉급을 수령할 수 있는 급료 카드를 개발했다. 이 카드는 현재 약 1300여 개의 회사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곧 2000여 개 회사 100만 종업원들에게 확대될 예정이라고 한다.
1996년 ‘방코 브라데스코’는 브라질 최초로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인터넷을 이용해 은행업무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1998년에는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1998년에는 44만명의 온라인 고객들 중 35만 명이 이전의 온라인 서비스를 독점했던 전화 서비스를 대신해 인터넷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인터넷 고객의 수는 매달 12%씩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 은행의 웹사이트인 Bradecco Net를 이용하면 거의 모든 분야의 금융 서비스에 엑세스 할 수 있는데 소비자들은 초콜릿에서부터 휴대전화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물품을 직접 구입할 수 있고, 전화요금이나 공공요금은 물론이며 자동차세와 같이 정부에서 징수하는 세금까지도 일괄 납부할 수 있는데 오랜기간 기록된 고객자료는 완벽한 고객 프로필을 만들어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한다.
이처럼 ‘방코 브라데스코’는 인터넷 기술을 통해 다양한 영업을 하고 있지만 한국에는 ‘방코 브라데스코’와 같은 은행이 없으며, 대부분 고객들로부터 저금리로 예금을 받아 고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영업 형태를 취하고 있다. 현재 시중 은행들의 수신 금리는 1.4% - 1.5% 수준이며 대출 금리는 4% - 5% 수준이다. 이렇다보니 고객들은 은행에 돈을 받기기도 어렵고 돈을 빌리기도 어렵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