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무상복지, 공짜는 없다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한국의 가계부채가 1200조, 여기에 공기업들의 부채를 보태면 천문학적 숫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적자를 보면서도 공기업들은 직원의 상여금을 올리고 사장들은 억대 연봉을 받는다고 하니 향후 한국도 그리스 모양을 닮지 않을까 걱정이다. 게다가 선거 때만 되면 후보자들은 표를 긁어 모우는데 혈안이 되어 공짜복지를 남발하면서 국민들도 공짜에 넋이 빠진 채 환호한다. 먼저 빼먹는 곶감이 달다고 야금야금 먹다보면 나중에는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게 되는 것이 국가재정이다. 국가도 수입보다 지출이 많으면 파경을 맡는 것은 집안 살림과 같다. 지난해 그리스가 국가 부도 상태에 빠지게 된 큰 원인은 첫째 그리스가 2010년 재정 위기 이후 구제금융 2400억유로(약 300조원)를 받고도 경제 회복에 실패한 것인데 구제금융 자금은 대부분 그리스 경제를 살리는데 쓰이지 않고 빚을 갚는데 사용됐다. 그러면서 채권단이 강요한 긴축정책으로 그리스 경제는 지난 5년 동안 국내총생산(GDP)이 24.6%나 줄어드는 혹독한 불황을 겪었다.
노동 인구의 26%인 13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임금도 38% 줄어들었다. 둘째는 치프라스 정권의 포퓰리즘 정책이다. 치프라스 총리는 긴축 정책에 대한 국민의 반발에 편승해 긴축 반대와 임금 인상, 복지 확대 등 달콤한 설탕 공약을 내걸고 지난 총선에서 승리했다. 국가 부채로 공짜 복지를 펴온 과거로 돌아가겠다고 한 것이다. 그는 집권 후 경제를 살릴 방안을 내놓지 않은 채 사사건건 채권단과 부딪치기만 했다. 임금·연금 삭감에 분노하고 있는 노동자들과 퇴직자들은 환호했지만 국제사회의 불신이 커지면서 경제는 점점 더 어려워졌다. 공짜복지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잘 준 사례이다. 한국도 공짜복지를 너무 좋아하면 치프라스 정권의 포퓰리즘 정책이 되기 쉽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치프라스 총리가 채권단과 협상이 결렬된 뒤 국민투표 카드를 꺼내든 것도 무책임의 극치이며 지킬 수 없는 공약으로 국가 부도사태를 야기하고는 최종 결정을 국민에게 떠넘긴 꼴이라 국가 지도자로서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비난을 피하기가 어렵게 됐다.
그런데도 치프라스 총리는 국가 경제야 어찌 되건 말건 채권단의 구조개혁 요구에 반대표를 던져 달라는 선동까지 하고 있어 나라를 말아 먹을려고 작정을 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치프라스 자신은 끝까지 서민 편에 섰다는 명분을 세우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유력하지만 그보다 치프라스가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국가와 국민의 운명을 건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더 우세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스 사태는 국민이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하는 정치인을 선택할 때 그 나라가 어떤 종말을 맞게 될지를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김영삼 정부때 IMF 환란을 만나 전 국민들이 나서서 금모으기를 하면서 국가부도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다. 그러므로 그리스 국민들도 전국민이 나서서 가구당 100만원 정도 내면 2조원(한화)이 조금 안되는 돈은 해결할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서구인들이 다 그렇듯이 개인주의가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무엇이든지 너무 강하면 부러지기 마련이다. 그리스인의 너무 강한 개인주의는 결국 그리스를 파경으로 몰고 간 것이다. 지금 우리는 남의 나라 걱정을 할 때가 아니지만 그래도 세계가 다 함께 잘 사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그리스 사태를 단순하게 남의 나라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우리 나라도 그리스처럼 나라를 말아 먹지 않을려면 어딘지 숨어 있다가 선거 때만 되면 표를 긁어 모을려고 나타나는 공짜복지를 유권자들은 단호히 거부해야 할 것이다. 그리스 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도 공짜복지 좋아하다가 선진국 문턱에서 주저 않았다. 1940년 대 페론 대통령의 무상정책으로 국민들은 기대 심리 충족과 소득분배가 이루어졌지만 계속되는 경제정책 실패로 끝내 국가부도 시태를 맞았다. 이는 무능한 정치인과 공짜 기대심리가 높은 국민들의 의식이 만들어 낸 합작품이다. 세상 어디에도 공짜는 없다. 반드시 그 댓가를 치루게 될 것이며. 그 돈은 결국 국민들이 각자 자기 지갑에서 꺼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