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인생은 마음으로 사는 것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인생은 여건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사는 것이다. 좋은 여건에서 살면서 행복하고 그 반대로 나쁜 여건에서 살면 불행하다는 논리는 나는 받아 들이가 어렵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건이 좋으면 행복하다고 할 것이다. 가끔 ‘마음이 편해야 살지!’ 하는 말을 듣는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인생은 돈만 행복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여건이 열악하다는 네팔이나 스리랑카 사람들은 거의 다 행복한 인생을 살아간다. 물론 어느 정도는 여건으로 행복을 얻을 수 있지만 여건이 나쁘더라도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도 이 세상에는 많이 있다. 평생을 가난하게 살면서도 알뜰히 모은 재산을 어려운 사람을 위해 사회에 기부하고 죽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이야 말로 열악한 여건에서도 아름다운 임종을 맞는 사람들이다. 물론 아름다운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듯이 아름다운 인생에 대한 설계도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러나 행복은 본인이 평가하는 것이지 남이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정지운 시인 한 평생 구두닦이를 하면서 주옥같은 시를 많이 썼다. 그는 만일 부자였다면 시인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행복은 본인이 평가하는 것이지만 아름다움은 남이 평가하는 것이다. 좋은 여건에서 행복하게 사는 인생은 이 세상에서 남기는 것이 없지만 아름다운 인생은 이 세상에 남기는 있다. 그래서 우리들은 행복한 인생을 살 것인가? 아름다운 인생을 살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볼 필요가 있다. 누구에게도 영원한 행복도 영원한 불행도 없다. 불행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살아가는데 약간의 불편이 있을 뿐이다. 행복한 인생도 아름다운 인생도 다 마음이란 곳에 근원을 두고 있다. 마음을 촉촉하게 가꾸고 마음을 크게 키우는 것에 행복과 아름다움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공부와 독서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운다. 공부는 여건을 만드는 노력이고 독서는 마음을 촉촉하게 크게 가꾸는 노력이다. 그래서 독서는 감수성이 예민한 젊은 나이에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의 독서율은 OECD 국가중 하위권에 속한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의 정서가 아프리카 사막처럼 메마르다. 돈만 있으면 호랑이 속눈썹도 뽑아 올 수 있지만 그러나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것을 모른다. 그리하여 자기의 본분, 자기의 신분을 망각하고 얼마나 부자가 되느냐 하는데만 정신이 빠져 있다. 그래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버는 데에만 열중한다.
아무리 고결한 인품을 가진 사람이라도 셋방살이를 하면 사람들은 그 사람의 청렴을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오죽 못났으면 그만큼 배워 가지고도 제 집 한 칸도 마련하지 못하고 살까’ 하고 수군거리는 세상이다. ‘돈이 곧 행복이다’ 이런 생각은 분명히 크나 큰 착각이다. 착각은 금물이다. 왜냐하면 우리를 파멸로 이끌고 우리를 불행하게 하고 우리를 영원히 황금의 노예로 만들기 때문이다. 돈은 생활을 위한 방편이고 행복을 위한 수단이지 생활이나 행복 자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부족함을 느끼게 하는 괴물이다.
돈에 욕심이 지나쳐 마늘 밭에 묻어 둔 수백억의 돈을 가진 사람이 돈도 빼앗기고 감옥살이를 하는 불행한 사태를 보면서 돈만이 행복한 것이 아님을 더욱 깨닫게 한다.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밑 빠진 항아리가 바로 돈이다. 우리 사회가 혼탁해진 원인은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만을 보기 때문이다.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얻었느냐 하는 것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고 얻어진 결과만을 보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수단과 방법이 다 동원되는 한탕주의에 오염돼 있다.
돈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불행의 근원이 된다. 집착은 나에게 소유된 개념으로 상대를 인식함으로 해서 생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우리가 영혼이라고 표현하는 참된 소유가 없다. 죽은 사람이 자기의 몸을 가지고 갔다는 말은 없다. 그러고 보면 자기 몸까지도 궁극적으로는 소유의 개념에 속하지 않는다. 다만 인연에 의해서 잠시 머물다 가는 헛것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나 이외의 것이야 더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헛것에 지나치게 집착을 가져서 근심거리를 만든다. 무엇이든 적당한 것은 좋지만 지나치면 불행의 씨앗이 된다. 그러므로 지나친 집착은 경계해야 한다. 집착을 떠나야만 남에게 베푸는 것이 가능해지고 나와 남을 동등하게 생각하는 넓은 시야의 사유(思惟)가 가능해진다. 땅이 메마르고 척박한 아프리카나 스리랑카 사람들은 부족한 것이 있어도 행복하게 산다. 그래서 인생은 여건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