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적(敵)의 마음을 굴복시킨 제갈량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촉왕(蜀王) 유비가 세상을 떠나자 그의 아들 유선이 17살의 나이로 황제에 올랐다. 유비는 죽으면서 제갈량에게 어린 유선을 간곡히 부탁했다. 유비의 사망 소식을 들은 위왕(魏王) 조비(조조의 아들)는 사마의에게 70만 대군을 주어 촉나라를 침공하게 했다. 이때 촉나라 남쪽에서는 도적의 두목 맹획이 맹달 맹우 형제와 함께 30만 병졸을 모아 반란을 일으켰다. 촉나라로서는 양쪽에서 싸워야 할 형편이었다. 제갈량은 오왕(吳王) 손권에게 위(魏)와 촉(蜀)이 연합하여 위나라를 친후 오와 촉이 영토를 나누어 갖자고 제의했고 손권은 이를 수락하여 오(吳)와 촉(蜀)이 위(魏)와 싸웠다.
이 전쟁에서 위나라는 갈대를 묶어 병졸 모양을 만들고 군복을 입히고 깃발을 들게하여 가짜 성벽과 거짓 성루 위에 세워 놓았던 제갈량의 전술에 말려 크게 패했다. 위나라의 공격을 막은 제갈량은 장수 위연과 조운을 거느리고 맹획을 소탕하려 남쪽으로 진군했다. 맹획이 통치하는 남쪽은 산이 험하고 거리가 멀어 촉나라 조정에서 직접 통치하기 어려운 곳이라 맹획이 만왕이라고 자칭하면서 이곳을 다스리고 있었다.
제갈량 군사와 접전을 벌린 맹획은 많은 부하들을 잃고 맹획도 잡혔다. 그런데 맹획은 “운이 나빠서 잡혔다”면서 항복을 거부하자 제갈량은 맹획을 풀어 주었다. 돌아간 맹획은 무리를 거느리고 다시 싸울려고 왔다. 그러나 이번에도 맹획은 많은 부하들을 잃고 잡혔다. 하지만 이번에도 맹획은 항복하지 않자 제갈량은 맹획을 풀어주었다. 돌아간 맹획은 다시 부하들을 데리고 싸우려 나왔지만 이번에도 맹획은 촉군에게 잡혔다. 제갈량이 항복하느냐고 묻자 맹획은 이번에도 항복을 거부하면서 “다시 싸우면 반드시 이긴다”고 말했다. 제갈량은 맹획을 놓아 주었다. 돌아간 맹획은 또 다시 20만의 무리를 거느리고 싸웠지만 이번에도 많은 부하들이 잡히고 맹획도 잡혔다.
제갈량은 맹획에게 항복을 권유했지만 맹획은 “실수로 졌을뿐 항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제갈량은 맹획을 풀어주면서 다시 싸우자고 했다. 맹획은 돌아간 후 다시 무리를 거느리고 싸우려 나왔지만 이번에도 역시 잡혔다. 그러나 항복하지 않자 제갈량은 맹획을 풀어 주었다. 장수들이 말했다. “맹획은 남만의 대두목(渠魁 : 두목)인데 무엇 때문에 자꾸 풀어줍니까?” “내가 맹획을 잡는 것은 주머니 속에 든 물건을 꺼내는 것과 같네. 그러니 놓아주어 마음을 굴복시켜야 하네. 그래야 남방이 평정되네. 만일 죽이면 다른 놈이 또 두목이 되기 때문에 영원히 평정할 수가 없네” 맹획은 돌아간 후 다시 무리를 거느리고 싸우러 왔지만 이번에도 잡혔다.
제갈량은 맹획에게 항복을 권유했지만 맹획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제갈량이 말했다. “내 너를 놓아주어 돌려 보내겠다” 맹획은 말했다. "이번에 나를 돌려주면 집안 장정들은 모아 반드시 이기겠소!“ ”다시 잡으면 그 때는 가볍게 용서하지 않을 것이네.“ 맹획이 돌아간 후 다시 많은 무리를 이끌고 싸우려 왔지만 많은 크게 패하여 맹획도 잡혀 제갈량 앞에 끌려왔다. 맹획은 말했다.
”나는 비록 가르침을 받지 못한 미개한 곳의 사람이지만 승상처럼 간사한 계책으로 싸움을 하지 않소. 내 어찌 복종하겠소“ ”내가 자네를 놓아 주어 돌려 보내면 다시 싸울 수 있는가?“ ”승상이 나를 다시 붙들면 그때에는 마음을 다 받쳐 항복 하겠소“ 제갈량은 웃으며 맹획을 놓아 주었다. 많은 부하들을 잃은 맹획은 서남쪽의 타사대왕에게 지원받은 동의 군사를 이끌고 싸우려 나왔다. 하지만 역시 맹획의 병졸들은 크게 패하고 맹획은 아내인 축융부인과 함께 잡혔다.
제갈량은 맹획에게 물었다. ”이번에는 항복하겠소?“ 맹획은 눈물을 흘리면서 명세했다. ”저의 아들과 손자 손자의 아들과 다시 그 손자의 아들에 이어 모두 하늘처럼 뒤덮고 땅처럼 받쳐주시면서 살려주신 은혜에 감격할텐데 어찌 순종하지 않겠습니까? 일곱 번 사로 잡았다가 일곱 번 놓아 준(七擒七縱 : 칠금칠종)일은 예로부터 없었던 일이오. 내 비록 임금의 가르침을 받지 못한 곳의 사람이지만 예절과 의리를 제법 아는데 그처럼 수치심이 없을 수야 있겠소. 살려주는 은혜에 감격하며 순종하겠습니다“
그는 곧 동생과 아들 종족 무리들은 모두 데리고 제갈량에게 죄를 빌었다. ”승상께서는 하늘과 같은 위엄을 지니셨습니다. 남쪽 사람들은 다시는 반란을 일으키지 않겠습니다“ 제갈량은 맹획을 윗자리에 청해 앉히고 잔치를 베풀자 맹획과 종족 무리들은 감격하여 펄쩍펄쩍 뛰면서 제갈량은 찬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