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뻐하지도 슬프하지도 말라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궁합(宮合)을 한자로 쓰면 집 宮자에 합할 合자로 두 집이 합한다는 뜻이다. 즉 어느 특정한 가계와 혈통을 이어 받은 집안끼리 남자와 여자가 만나 두 집안이 한 집안처럼 혼인을 하고 새로운 가정을 이루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선인들은 ‘사주팔자’라는 학문을 인용해 운명적인 판단에 따라 가계와 혈통을 따졌고 당사자들의 사주를 분석해 가면서 일가양연(一家良緣)의 합일가부(合一可否) 수단으로 사용돼 온 것이 궁합이다. 이는 동양철학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동양철학적인 견해에 의한 궁합이란 화목토금수( 木火土金水)라 하는 오행학에다 근거를 둔 것인데 오늘날 현대인들이 알고 있는 요일인 일월화수목금토(日月火水木金土)의 7일에서 해(日)와 달(月)을 떼어낸 것을 말하는 것이 오행인 것이다.
갑목(甲木)으로 태어난 사람이 있다고 하자. 甲木은 양(陽)에 속하며 이 날에 태어난 사람은 자존심이 강한데 나무의 계절은 봄이기 때문에 사주 자체가 따사로운 기운을 더해줄 수 있는 병화(丙火)나 정화(丁火)의 식신이나 상관을 만나야 가을의 금왕절(金旺節)에 해당하는 경금(庚金)이나 신금(辛金)의 극제를 면할 수 있어 좋아진다. 그러나 火를 만나지 못한 봄의 甲木이 庚金이나 辛金을 만나게 되면 연약한 봄의 木를 다치게 하여 좋지 않고 여름에 태어난 甲木은 土와 水의 조화를 좋아하고 가을에 태어난 木은 火와 土를, 겨울에 태어난 木는 그 나무가 한겨울의 추위에 얼어 죽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무토(戊土)나 기토(己土)로써 북돋아 주고 한 두 개의 병화(丙火)나 정화로써 따뜻하게 해줘야만 좋은 것이다.
그래서 한 쌍의 부부가 만나 새로운 가정을 이루고자 할 때 맞춰 보는 궁합도 이와 같은 오행의 논리에 의해 자신의 사주명국에 반드시 필요한 오행이 무엇인가를 알고 필요한 오행이 들어 있어 자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이 용신의 부합법인 것이다.
또한 을목(乙木)으로 태어난 사람은 乙木은 덩굴나무처럼 연약한 나무인데 乙木이 갑목(甲木)을 만나면 덩굴을 감고 올라갈 수 있는 의지처가 확보되어 乙木으로서는 편안하지만 여자가 甲木이고 남자가 乙木이라면 여자가 생활전선에 나가고 남자는 여자의 보조 역할을 하는 운명을 맞게 되니 甲木의 여자가 乙木의 남자를 만나면 고단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乙木의 성품은 음일(陰日)이기 때문에 내성적인 데가 많지만 끈기와 저력이 대단하고 자존심이 강하다. 음양(陰陽)에는 태양(太陽). 소음(小陰), 소양(小陽), 태음(太陰)의 사상(四象)으로 분류되는데 陽이 두개 모이면 太陽이며 陰이 두개 모이면 太陰이 되고 陰과 陽이 모여서 小陰. 小陽이 된다. 이 사상으로 한의학에서 사상체질 즉 태양인. 소음인. 소양인. 태음인으로 분류해서 질병을 치료하기도 한다. 이러한 네가지 분류는 사주에서 분류되는 신태강. 신강. 신태약. 신약에 비유할 수 있다. 주역에서는 8괘라 하여 건(乾). 태(兌). 이(離). 진(震). 손(巽). 감(坎). 간(艮). 곤(昆)으로 나누고 이 소성괘가 둘이 모여서 대성괘가 되는데 8x8 = 64괘가 주역의 바탕이다.
사주에서 가난하거나 요절하는 명이 있다. 역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개 인생을 살다가 불운을 만날 때 연구하는 분들이 많다. 필자도 젊은 시절에 사업을 하다가 망하여 자살하고 싶은 심정을 이기지 못해 죽음을 택하였다가 입산하여 명리학을 연구하게 되었다. 작가도 불우할 때 쓴 명작이 많다. 사마천의 <사기>가 대표적이다. 사마천은 역모사건으로 인하여 불알을 거세당하는 형벌을 받는다. 이러한 울분과 한(恨)에서 대나무에 <사기>를 집필하게 된 동기가 된다.
소설 <천둥소리>는 필자가 가장 절망적인 시절에 쓴 작품이다. 문학전집에 수록될 만큼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부귀를 지혜의 힘으로 구할 수 있다면 공자께서는 벌써 제후가 됐어야 했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천명(天命)을 모르고 공연히 심사만 괴롭히며 밤잠을 못자고 고민한다’는 중국의 격앙시의 한 구절이다. 성경에 ‘악은 집안에서 난다’고 했다.
‘영웅의 아내는 그 남편이 영웅인지 알지 못한다’라는 속담이 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을 경계하라는 뜻도 함축되어 있는 말이다. 대운은 10년 주기로 길운과 흉운은 순환한다. 그러므로 슬프다고 슬프하지 말고 기뻐다고 기뻐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