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소비자를 봉으로 인식하는 까닭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오늘날 소비형태를 보면 왕이 될 소비자 스스로가 봉이 되고 싶어 안달하는 모습이 역력해 보인다. 소비자의 맹목적인 외제품 추구, 싼게 비지떡이라며 무작정 값이 비싼 물건만 찾는 고가품 선호풍조, 그리고 자신의 분수에 넘치는 과소비 등 빗나가도 아주 크게 빗나간 소비자 의식은 스스로를 집안에 가두어 봉(봉황새)으로 키우고 있는 듯하다. 이런 모습을 장사꾼들이 그냥 둘리가 없을 없다. 어떤 미끼라도 던져야 물고기는 잡히고 집힐수록 작은 물고기 보다 큰 물고기에 더욱 탐욕이 생길 것이다.
우리 소비자가 보여주고 있는 소비자의식 부재의 현장을 백화점매장, 호화로운 상점의 쇼윈도 등을 통해 보여주고 이를 건전한 소비자의식을 바탕으로 윤택한 소비생활을 즐기고 있는 일본. 독일. 스위스 등 선진국의 실례와 대조해 보면서 소비자와 소비자의 대종을 이루면서도 생산자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근로자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각종 공해추방과 환경보건, 자원절약 등도 소비자의식이 뒷받침 돼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며 국민들에게 소비자 의식교육을 전개하는 소비자단체들도 많지만 얼마나 소비자가 실천에 옮기고 있는지 의문이다.
구매에 앞서 나에게 현재 꼭 필요한 물건은 무엇인지 생각을 해보고 구매 물품들 가운데 우선 순위를 정해야 한다. 필요한 제품에 대해서 계획을 가지고 하나하나 적어서 눈으로 본다면 보다 소비를 알뜰하게 할 수가 있을 것이다. 소비에 있어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바로 즉흥적 충동구매이다. 이것은 계획적으로 준비를 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들 가운데 하나이다. 수입이 발생하면 저축을 먼저 머리에 담아야 한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적금이나 예금 등 자신의 돈을 모으는 일들을 할 것이다. 따라서 우선 저금을 해야 한다. 그것은 미래에 조금이라도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들은 누구나 갖고 싶고 원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건전한 소비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을 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거기에 맞춰 구매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구매하는 소비자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불량제품도 적지 않게 적발되고 있다. 지난 2013년 한 해 동안 한국소비자신문에 보도된 위반 내용을 살펴보면 기준규격위반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시설기준위반 등 위생적 취급기준위반과 영업자 준수사항위반 등이 주종을 이룬다. 또한 이물질혼입도 많았는데 금속재, 파리, 철수세미, 머리카락 등 인체에 유해한 이물질이 다수이며 설사를 유발할 수 있는 대장균을 포함해 일반세균 기준치 초과도 적발됐다.
이런 생산자의 불성실한 작태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마도 소비자를 봉으로 알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유명 커피전문점의 경우도 예의가 아니다. 이물질 혼입, 유통기한이 경과한 제품을 보관하다 적발되는 등 매년 끊임없이 위생상태 불량으로 적발되고 있다. 유명 커피전문점에 대한 최근 4년간 적발현황 추이를 살펴보면 2010년 42건, 2011년 38건, 2012년 66건, 올해 6월 현재 24건으로 매년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위생관리가 엉망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또한 소비자를 봉으로 알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사회 일각에서는 생활 경제를 살리고 소비자의 복지를 높이기 위해 건전소비운동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이지고 있다. 건전한 소비운동이란 소비자들이 스스로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ㅇ 착한가격· 옥외가격표시업소 이용하기 ㅇ할인판매· 직거래장터 이용하기 ㅇ 일시 급등품목을 유사품목으로 대체소비하기. ㅇ 싸다고 한꺼번에 다량으로 충동구매를 자제하는 등의 건전한 소비운동을 활성화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지금 봉이 된 소비자가 왕이 되기 위해서는 불건한 소비를 타파하고 건전한 소비생활을 지향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