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노태우 정권의 유가자율화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국내 기름값이 리터당 2천원을 넘어 초고유가시대를 맞은지 오래되었다. 앞으로 더욱 유가가 오른다면 국민들의 생활은 심각한 국면에 놓이게 될 것이다. 따라서 유가자율화를 폐지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지만 기득권 세력 때문에 쉽지않아 보인다. 정부가 유가폭등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석유민영화로 인한 유가자율화에서 근본원인을 찾을 수 있다. 석유민영화는 노태우정권때 노태우 대통령이 자기 조카에서 석유경영권을 넘기면서부터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는 석유와 같은 에너지는 국가가 직접 소유하고 경영해야 마땅하나 석유를 민영화하여 가격을 자율로 맡기는 바람에 오늘처럼 고유가시대를 맞아서도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는 꼴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유가는 세금을 제외하고라도 미국과 일본에 비해 리터당 400원- 500원 정도 비싸다. 중국은 지금과 같은 고유가시대에도 세계에서 가장 기름값이 싸다. 국가가 직접 석유를 관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기름값이 비싼 이유는 국내에 있는 정유사들의 경영구조에 있다. 현대와 Soil은 경영권 자체가 아랍의 원유자본이 갖고 있고, GS칼텍스는 쉐브론쪽이 50%의 지분을, SK는 국제원유자본이 상당부분 지분을 갖고 있다.
고유가로 인해 국민들이 고통으로 아우성을 치고 있을 때 즐거운 비명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정유 4사에서 챙긴 영업 이익만도 4조 3천억 원이라고 한다. 국민들의 피와 땀이다. 이렇게 된 근본원인은 2001년 유가자율화 정책에 근거한다. 정유사들이 마음대로 판매가격을 정하도록 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유가자율화의 함정이다. 국민들은 국제유가가 오르면 국내 유가도 당연히 오른다고 생각하지만 국제원유 거래는 최소한 6개월 기간으로 거래된다.
그러므로 국제유가가 오른다고 즉시 국내유가를 올리는 것은 그만큼 정유사들이 폭리를 취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함정에 빠져 국민들만 고통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유가의 50% 가량이 세금이란 것도 문제다. 한때 시민단체에서 기름에 붙는 세금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부는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국민들은 노태우장권이 빚어낸 유가자륭화의 그늘에서 적지 않는 고통을 겪고 있지만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정부는 지금 당장 유가자유화를 폐지해야 한다. 만일 당장 폐지하기 어려우면 석유사업법제23조를 발동해야 한다. 석유사업법 제23조에는 지식경제부 장관에게 최고가, 최저가격 고시를 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어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8일 국제원유가 200달러 진입시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는데 그때 가서 유가자율화 폐지와 석유사업법 제23조를 발동하려면 늦다. 꼭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대책을 수립할 것이 아니라 당장 시행해야 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보다 더 급한 것이 석유가격 안정이다. 따라서 정부의 유가대책이 없으면 유가자율화 폐지를 주장하는 촛불시위가 있어야 할 것이다. 정부 스스로 유가자율화를 폐지하지 않으면 시민들이 나서서 유가자율화 폐지를 이끌어 내야 한다. 지난해 2012년 6월 8일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민생종합대책을 보면 7월 1일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3,600원만 이하 근로자와 2,400만원 이하 자영업자에게 유가상승분의 절반을 세금을 통해 환금해 준적이 있다. 박근혜 정부는 이런 방식으로라도 서민들에게 다소나마 도움을 줘야 한다.
민영화와 자율화가 국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국제유가 폭등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석유, 전기, 가스, 의료, 물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분야는 민영화 해서 가격을 자율화하면 안된다. 이미 민영화가 되고 가격이 자율화된 석유도 다시 국영화로 전환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만일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유가자율화 폐지를 통해서라도 국민들의 피와 땀으로 정유사들이 폭리를 취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 유가자율화 때문에 서민들의 등골만 휘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