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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검찰조사에 비리 공직자 답변 스타일

권우상(한국소비자신문 논설주간)

국회국토해양위원회 박수원 의원(민주통합당 충남 공주)이 해양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권력형 토착비리 단속 현황’을 분석한 결과 매년 특별 단속에도 불구하고 권력형 토착비리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보면 2010년 138건 804명 검거해 17명 구속, 787명 불구속 했으며 2012년 82건 465명 검거해 27명 구속 438명을 불구속 했다. 2012년에는 98건 557명 검거해 39명 구속, 518명 불구속 됐다. 또한 공직자의 부정부패도 심각해 3년간 44건 198명을 검거(구속9), 해양수산 관련 단체 및 공무원들은 기강해이가 도를 넘었다.


권력형 토착비리의 주요 사례는 # 국고 보조금 및 보상금 관련 비리행위 # 해양사업관련 공무원 금품 향응 수수 # 해양수산 관련 단체 임직원 비리 # 식품 관련 토착비리 등이다. 특히 국고보조금 보상금 관련 비리는 2년간 51건 329명이 검거(구속20)돼 국민의 혈세가 구멍 뚤인 수도관 파이프처럼 줄줄 세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 비리 공무원들은 처음 검찰조사를 처음 받을 때 공통적으로 하는 답변이 있다. <나는 모르는 일이다> <돈 받은 일이 없다> <기억이 안난다> 등이다. 이왕 처벌을 받을 바에야 끝까지 버티어 보겠다는 꼼수가 숨어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국회의원이었던 홍사덕도 이런 사람들에게 배운 탓인지 1차 검찰 조사를 받을 때 <나는 모르는 일이다> <돈 받은 일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2차 조사에서는 돈을 받았다고 자백했다. 6천만원이 아니라 3천만원이라고 했다. 그것도 처음엔 돈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면 부인하다가 돈을 준 H회사 사장이 돈을 준 사실을 검찰에서 실토하자 2차 조사에서 나온 답변이다.


진실로 3천만원이 맞다면 H회사 사장은 왜 처음엔 6천만원이라고 말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어차피 일은 터질 것 같아 금액을 적게 해서 형량을 낮추어 보겠다는 속셈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검찰 1차조사에서 한사코 돈 사실이 없다고 하던 홍사덕은 왜 2차 조사에서는 자백을 했을까?

 

그것은 <나는 모르는 일이다> <돈 받은 일이 없다> <기억이 안난다> 하는 말은 비리 공직자라면 누구나 처음엔 그렇게 하는 말이었고, 실제로 그렇게 해서 법망을 빠져나간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회의원이나 공직자들은 한결같이 그런 답변으로 일관해 왔다.


사실 검찰조사에서 두 사람이 돈을 주고 받았을 때 돈을 준 사람이나 돈을 받은 사람이 스스로 자백하지 받으면 제 아무리 날고 뛰는 검사라도 이를 가려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부분 운전기사의 제보에 의하다보니 운전기사의 말이 조금이라도 신빙성이 없으면 금품이 수수된 사실을 밝혀내기는 어렵다. 특히 사과상자나 라면박스에 현금을 넣어 주고 받다보니 현장을 덮치지 않으면 범죄를 입증할 수 없지만 그나마 운전기사의 제보로 들통나기도 한다.


대부분 뇌물을 주고 받을 때는 부피가 적은 5만원권 지폐가 이용된다. 그러다 보니 5만원권 지폐가 뇌물을 전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때 10만원권 지폐를 발행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 적이 있었다.

 

뇌물을 주고 받는 돈의 부피를 줄여 뇌물 수수를 더 쉽도록 하기 위함에서 누군가 이런 제안을 하지 않았나 싶다. 10만원권 지폐는 뇌물을 주고 받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만일 10만원권 지폐가 발행된다면 제 아무리 날고 뛰는 검찰이라도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로 풀려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국무총리를 지낸 한 여성 국회의원은 대한통운 사장에게 뇌물로 현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조사를 받으면서 <돈을 받은 일이 없다> <나는 모르는 일이다> <정치적 탄입니다>라고 주장했다. 혐의가 있으면 국민 누구나 조사를 반는다. 그런데 야당의원이 조사를 받으면 탄압이고 여당의원이 조사를 받으면 탄압이 아니라니 개가 들어도 웃을 일이다.


대한통운 사장은 처음엔 직접 돈을 줬다고 하다가 나중에는 말을 바꾸어 돈을 책상에 놓고 나왔다고 하다가 그 다음에는 기억이 안난다고 했다. 그 바람에 그 여인은 무혐의로 풀려났다. 검찰이 돈을 받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을 본 국민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국무총리를 지낸 여자도 저렇게 빠져 나가는데 나도 한번 그렇게 해 보자” 성폭력으로 검찰 조사를 받아도 <그런 일이 없다> <술이 취해 기억이 없다>라고 한다. 그런 말이 마치 유행어처럼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고 있다.


돈 잘 벌고 즐겁게 사는 고위층 인사에서부터 돈 못벌어 어렵게 사는 하위층 서민들까지 나쁜 짓을 해도 <나는 모르는 일이다> <기억이 안난다>는 말로 무혐의로 풀려나는 사회라면 법치국가의 공정한 사회가 아니다. ‘무전유죄 유전무죄(無錢有罪 有錢無罪)’라는 말이 나온지도 오래 됐다. 그래서 외국인들은 돈만 있으면 한국보다 더 살기 좋은 나라는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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