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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저축은행 피해자 구제안, 금융질서 파괴한다

권우상(명리학자. 사회평론가)

 
국회가 내놓은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안을 보면 제정신이 아니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9일에 의결한 ‘부실 저축은행 피해자 지원 특별조치법안’은 한마디로 엉터리 법안이다. 이는 분명히 입법권 남용이며 법 일탈(法逸脫) 행위다. 국민의 반대 목소리가 적지 않다.

어느 금융기관이나 예금통장에는 반드시 5,000만 원까지만 예금보험공사가 보장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런데도 높은 이자에 눈이 먼 저축은행 예금자들은 5,000만 원이 넘는 예금을 포함하여 후순위 채권까지 내놓으라고 주장하니 참으로 황당하기만 하다. 이들의 어깨를 다독거리며 구제안을 만들어 주는 것은 대선과 총선에서 표를 획득하기 위한 포퓰리즘이다.

저축은행 피해자를 구제한다는 명목으로 내놓은 이 법안은 2008 9월 이후 영업 정지된 18개 저축은행의 예금주에게 현행 예금 한도인 5,000만 원을 초과하는 예금과 후순위 채권에 대해 55%까지 보전해 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금액은 1,025억원 수준이라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액수가 아니라 특별법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국가의 금융질서는 뿌리째 흔들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 돈은 일반 시중은행의 예금자들이 세금으로 낸 돈에서 떼어 간다고 하니 왜 일반 예금자들이 저축은행 후순위 채권자에게까지 돈을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안의 문제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이 구제안은 예금자보호원칙이 파괴될 것이 뻔하다.

현행 예금자보호제도는 금융기관 사고가 발생할 때 예금자의 원리금 합계 5,000만원까지를 보장해 주도록 돼 있다. 국가 위기상황이던 환란(換亂) 때 잠시 예외가 허용됐다가 2002년 재도입 되어 10년간 지켜온 원칙이다.

그런데 국가위기상황도 아닌 저축은행 예금자 개인이 이자를 더 받을 욕심으로 발생한 사태를 국회의원들이 없는 법까지 만들어 이들을 구제하겠다는 발상은 참으로 가소롭기만 하다.

재원조달 방식도 문제다. 법안에 따르면 예금보호기금 특별계정 등에서 1,000억원을 조달하겠다는 것이지만 예금보호기금은 엄연히 은행 예금자와 보험 가입자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적립해 놓은 비상금이다. 이런 돈을 저축은행 후순위 예금자에게 주겠다니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다. 이는 분명이 사적재산권 침해로 인한 위헌소지가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이것 뿐만 아니다. 형평성 훼손으로 인해 앞으로 이와 유사한 사태가 발생하면 그때마다 없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금융질서는 쑥대밭이 될 것이다.

구제 대상이 18개 부실 저축은행 피해자라고 하나 다른 저축은행들도 여전히 부실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그래서 저축은행은 시한폭탄이라는 말도 들린다. 특혜와 도덕적 해이는 다른 저축은행은 물론 모든 금융기관으로 확산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악법중에서도 최악의 악법에 박수를 치고 좋다면서 통과시키는 국회의원들을 보면 여야가 따로 없다. 소수의 표를 얻을려다가 더 많은 표를 잃는다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다. 국회의원들이 아무리 금뱃지에 눈이 멀었다 해도 이렇게까지 금융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을 보면 분노가 치민다.

아직 법사위원회와 국회 본회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저축은행 예금자를 제외한 모든 국민들은 이 법안의 통과를 적극적으로 막아야 한다. 이제라도 국회의원들은 잠시 잃었던 정신을 차리고 정도(正道)로 돌아가 잘못된 것을 반성하고 스스로 바로 잡아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13일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란 비판을 받은 정치권의 저축은행 피해구제특별법 입법 추진과 관련해 ‘저축은행 구제특별법 등 불합리한 법안에 대해서는 입법 단계부터 각 부처가 적극 대처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

이 같은 대통령의 언급은 여야가 선거를 앞두고 원칙과 상식을 무시한 채 법안을 정부 부처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막아 달라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금융질서를 파괴하는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안은 반드시 소멸시켜야 한다.

그리고 대선과 총선에서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국회의원 후보에게는 국회의 진출을 막아야 한다.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사명감은 없고 자신의 보신에만 마음을 담은 생계형 정치꾼은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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