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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책은 인생을 견디도록 가르쳐 준다

권우상(명리학자. 사회평론가)

 
올 가을은 유난히 비가 많아 수확의 기쁨을 만끽해야 할 농심을 구기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탓인지 가을이 없다. 춥다 싶으면 겨울이고 덥다 싶으면 여름이다. 그래서 생물의 생태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기후의 변화는 우리의 생활 패턴을 바꾸고 있다.

흔히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가을에만 독서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생활에 바쁘다 보면 독서할 시간이 많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더구나 인터넷과 TV가 책을 탈취해 가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독서율은 OECD 국가중에서 부끄러운 수준이다. 죽을 때까지 8천여 권의 책을 읽었다면 대단한 독서가임이 분명하다. 나폴레옹이 바로 그 사람이다.

1769년에 태어나 1821년에 영면했으니 그가 지구에 머무는 기간은 52년이다. 그동안에 8천여 권의 책을 읽었다니 일년에 평균 몇 권을 읽은 셈인가? 나폴레옹처럼 바쁘게 산 사람도 드물 것이다. 더구나 그는 반생을 전쟁터에서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천여 권에 달하는 독서 편력은 그가 한낱 전쟁광만은 아님을 알려 준다.

무예나 기개, 호기만으로는 영웅이 될 수 없다. 육신의 힘만으로는 타인을 지배할 수 없다. 핵폭탄 같은 정신의 힘이 분출되어야 한다. 달리는 말위에서도 책을 들고 있었고 진지안에서도 책을 빼놓지 않았다는 나폴레옹의 독서 편력은 프랑스를 통치할 만한 인물임을 말해주고 있다.

살아가는 동안 극복하기 어려운 고갯길에 당도 했을 때나 고통과 불행이라는 이름의 덫에 포로가 될 때면 우리는 가장 먼저 마음을 추스릴려고 애를 쓰게 된다. 신앙의 대상에 자신을 내어 맡기기도 하고 모든 것을 보류한 채 탈출과 도피를 시도하기도 한다.

어떠한 타격에도 굴하지 않고 시도하고 또 시도하는 분도 드물지만은 않다. 새로운 에너지로 재무장하지 않으면 안되는 역경과 고난의 시기에 젊은 날에 읽어 주었던 책 속의 한 구절이 문득 되살아나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하는 에너지의 원천이 되어주는 일도 있다.

책 갈피 속에 추억으로만 보관되어 있을 줄 알았던 한 구절이 문득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내 자신을 끌어 올려 주어 용기와 힘을 선물하는 것이다. 우리가 일생생활에서 만나는 사람이라고 하면 다를 것은 없다.

아무말 없이 마주 앉아 있어도 영혼이 끌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 많은 대화를 나누고도 왠지 공허한 느낌만 주는 사람도 있다. 꾸밈만으로는 상대방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 자기 향상을 위한 쉴새없는 노력이 인품 속에 배어 들어야 인간끼리의 진실한 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인품은 책이 다듬어 준다. 물론 책이라고 다 똑 같은 책이 아니다. 그러기에 양서(良書)를 선택해서 읽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내쫓듯 양서(良書)가 악서(惡書)에게 내몰리는 현실이다.

따라서 양서를 골라 읽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속담에 ‘죽을 때까지 배우라’고 했다. 배운다는 것은 눈으로 익혀 마음으로 깨닫는 독서가 으뜸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교육열에 비해 형편없는 독서율을 보이는 것은 교육열 자체가 비정상이라는 이야기 일 것이다.

‘인자(仁者)는 산을 좋아하고 지자(知者)는 물을 좋아 한다’는 옛말이 있다. 하지만 인자한 사람이든 지혜가 높은 사람이든 해박하고 덕망있는 사람으로 존경받는 분이라면 독서가 체질화 되어 있지 않는 사람은 없다.

묵묵히 선 채로 만물을 길러주는 산! 산은 높을수록 골짜기도 깊다. 그러기에 높은 산의 품속에 안긴 인간은 저절로 마음이 평온해지고 또 숙연해진다. 책을 많이 읽어 덕망과 지혜가 있는 사람 앞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도 몸과 마음을 가다듬게 된다.

책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은 물처럼 흘러내리면서 자신을 정화하는 것은 물론이요 산처럼 높아서 두루 사람과 자연을 포용하게 된다. 가을인가 싶은데 벌써 겨울의 문에 들어섰다. 가을이나 겨울이나 독서는 늘 하는 것이다. ‘책은 불행한 사람에게는 나무랄데 없는 상냥한 벗이다. 인생을 줄기도록 해주지는 못할지라도 적어도 인생을 견디도록 가르쳐 준다’는 O. 골드 스미스의 말을 한번쯤 음미해 보면 어떨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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