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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지금도 뇌물 인사 승진이라니

권우상(명리학자. 사회평론가)

 
필자는 새마을운동의 열풍이 거세에 일던 박정희 정권시대에 부산의 한 대기업인 K회사에 근무했다. 그 당시에는 부산을 중심으로 신발산업이 황금어장을 형성하고 있던 터이라 젊은 처녀들이 많이 일하고 있었다.

대부분 농촌에 거주하는 처녀들은 살기가 어려워 직장을 찾아 도시로 모여 들었고 특히 인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신발업체는 처녀들이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그때 신발업체로 유명한 K회사는 종업원수가 1만5천여 명이나 되어 부산에서는 삼화, 진양과 함께 3인방이었다.

필자가 K회사에 근무한지 3년이 지나면서 직급 승진에 비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 부서에 여공(여자종업원)이 적게는 80명에서 많게 300여명이 넘다보니 이들을 통솔하는 부서장이 있었고 부서장은 대부분 계장이나 주임이 맡았다.

그리고 계장이나 주임은 반드시 현장 생산라인에서 제조 실무 경험이 있는 반장을 거쳐야 계장으로 승진되는 것이 관례였고 반장은 주임으로, 주임은 계장으로, 계장은 과장으로 승진할 기회도 있지만 상당한 배경이 없이는 계장에서 과장으로 승진하는 것은 사실상 차단막과 다름이 없었다. 회사 중역과 인맥이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뇌물로 직급 승진을 한 사람이나 필자처럼 뇌물을 주지 않아 승진에서 누락된 사람들을 개인적으로 면담한 결과 반장에서 주임으로 승진할려면 뇌물을 줘야 하고 주임에서 계장으로 승진하는데도 역시 뇌물을 줘야 하는데 승진하는 직급에 따라 뇌물 액수가 다르다는 것을 알았고, 뇌물을 챙기고 있는 사람은 K부장이란 사실도 알아냈다.

그리고 노동조합은 종업원을 대변하는 단체가 아니라 회사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어용노조란 사실도 밝혀냈고 노조비의 부당한 징수도 알아냈다. 그 당시 금액으로 종업원의 임금을 착취한 금액이 3년간 20억 정도로 적지 않는 금액이었다. 회사의 비리를 문서로 작성한 후 이 서류를 바탕으로 수기형식으로 재구성하여 서울의 한 월간지 수기공모에 투고했다.

그런데 사실유무를 확인해야 할 잡지사 기자가 K회사에 내사하면서 돈을 받고(필자는 그렇게 생각함) 글을 회사에 넘겨주는 바람에 필자는 허위유포 혐의로 경찰에 조사를 받았다. K회사에서 필자를 상대로 경찰수사를 요청한 것이었다. 경찰조사를 받으면서 형사는 필자에게 회사의 비리를 덮어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회사에서 쫓겨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갖은 공갈과 협박으로 회사의 비리가 외부에 누출되는 막겠다는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지금으로는 어림없는 소리지만 그 당시는 군사독재정권 하에서는 대기업도 권력의 비호를 받고 있었다. 결국 이 문제(그 당시 ‘인간 독거미 필화 사건’이라 했는데 작품 제호가 ‘인간 독거미’라 붙어진 이름)로 필자는 근무조건이 열악한 현장으로 추방됐고 부당한 이런 조치로 소송을 하기 위해 변호사를 찾았지만 소송내용을 보고는 아무도 이 사건을 맡을려고 하지 않았다. 대기업과 싸워야 하는 것이 부담이 되었던 모양이었다. 더구나 대기업은 군부권력이 뒤에서 밀어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회사의 비리를 알고도 돈을 받고 눈감아 주는 일부 언론사 기자도 없지 않았다.

보도에 따르면 국토해양부 산하 교통안전공단 인사비리가 심각한 모양이다. 전보 인사는 200만 - 300만원, 과부장급 승진인사는 1,000만 - 2,000만원, 임원급 승진은 3,000만원까지 뇌물이 책정되고 의례적으로 주고 받았다고 하니 입이 딱 벌어진다.

사정이 이렇게 되도록 사정기관에서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마치 꿈속에 있다가 나온 듯한 느낌이다. 이런 행태라면 합리적인 경영쇄신이나 노력이나 생산성 향상을 위해 매진했을 리가 없을 것은 자명하다.

과거 군부독재 정권에서나 있었던 뇌물 인사 승진이 개인 회사도 아니고 대한민국의 중앙부처인 국토해양부 산하 교통안전공단에서 수년간 성행하고 있었다니 이 나라가 정말 법치국가가 맞는지 모르겠다.

국민이 낸 피와 땀이 묻은 혈세로 먹고 사는 공직자가 이런 추태를 보이다니 국민에게 부끄럽지도 않는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의 위상을 추락시키고 더럽힌 행위는 용서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저축은행을 비롯하여 뇌물로 곳곳이 썩지 않는 데가 없으니 씁쓰레한 마음 금할 수가 없다. 언제 이런 망국병이 사라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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