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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늙음의 미학(美學)

권우상(명리학자. 사회평론가)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 문제가 하나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빈부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노인에게도 양극화가 되고 있는 모습이지만 연령의 관점에서 보면 동일하다. 사람은 누구나 세월의 나이테를 그으면서 늙게 된다.

늙는다는 것은 추해지는 것이 아니라 성숙하고 아름다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나이는 한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에 있다. 웨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노인은 어린 소년과 야구 이야기를 하면서 친구가 되었다.

미국의 대학원에서는 세계적으로 명성이 나 있는 교수의 대부분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老) 교수들이다. 강의하는 솜씨도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어려운 수학도 수학으로 강의하지 않고 재미있고 쉬운 철학으로 강의한다. 세월로 다듬어진 능숙한 강의 솜씨가 한층 돋보인다.

미국에서는 길가에 차를 세워 놓고 자동차를 점검하는 노인도 쉽게 볼 수 있다. 귀밑머리 휘날리면서 엔진 부분의 본닛을 열고 부품들을 체크하고 있는 모습은 젊음이처럼 아름답게 보인다. 자동차에 문제가 있어 물어보면 친절하게 문제를 풀어준다.

조금도 귀찮아 하거나 싫은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남을 배려하는 노인들이 우리 주변에 너무 많다. 그리고 노인끼리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은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풍경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지식과 경험을 통해 말을 하고 행동한다. 그래서 경험이 풍부한 노인들의 말과 행동은 젊은이와 다른 점이 있다.

이런 노인들은 지금도 진리를 탐구하는 어르신들이다. 진리를 탐구하는 어르신들은 아름답다. 나는 수시로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탄다.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것은 어쩌면 초라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버스와 전철 안에서 품위를 지키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특히 노인이 부녀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을 보면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값비싼 벤츠 승용차는 아무리 타고 다녀도 미학(美學)이 없다. 하지만 버스나 전철을 타면 누가 추하고 누가 아름다운지 금방 나타난다.

나이를 추하게 장식하면 그 노인은 기피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나이를 아름답게 가꾸면 그 나이야 말로 석양의 노을처럼 아름답게 보일 수 있다. 나이는 꽃밭처럼 가꾸기에 따라 젊음이 따를 수 없는 ‘성숙함’의 아름다움을 은은한 향수처럼 발산한다.

최근 조국 서울대학 교수와 그 보다 한참 이전에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노인들을 천덕꾸러기처럼 귀찮은 존재로 발언을 한 적이 있어 노인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그들도 세월이 가면 늙은이가 될 것이다. 젊었다고 노인들을 추하다고 멸시하면 바로 그 사람이 곧 추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추해질 것이다, 이들은 겉만 가꾸었지 마음속에는 잡초가 무성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철학의 낭만, 사색의 낭만이 없는 되먹지 못한 인간들이라 할 수 있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노인시절에 나타난다. 젊음은 피부와 에너지 그리고 재주로 아름다움을 표시한다. 하지만 노인들은 굵은 주름과 깊은 사색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노인에게는 성숙한 영혼과 절제된 매너, 그리고 화려한 지식과 빛나는 지혜, 깊은 경험, 황혼보다 다 아름다운 풍경화가 있다.

다 같이 늙어가면서 젊은이에 뒤지지 않는 프라이드를 갖자. 그리고 늙어가면서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자. 그래서 늙음이 곧 아름다움이라는 증거를 노인은 추하고 번거로운 존재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바란다.

젊은이들이 거리에 버린 휴지나 담배 꽁초를 줍는 노인들을 보면 아름다움은 더욱 돋보인다. 그러나 정작 휴지나 담배꽁초를 버린 젊은이들은 조금도 미안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을 보면 씁쓰레한 마음 금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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