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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서울시장 선거에 나타난 배신감

권우상(명리학자. 사회평론가)

 
한 매체에 따르면 26일 오후 6시 30분께 서울 종로 세종문화회관 유세가 끝난 뒤 걸어서 이동하던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 여성 운동원들이 박원순 후보 광화문 유세현장 근처에 있던 박 후보 운동원들에 의해 집단 구타를 당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하면서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목격자에 따르면 박 후보 운동원과 그 지지자들이 나경원 후보 여성운동원(선거복장을 하고 있었음)에게 ‘이곳에 왜 건너가나? 친일파, X같은, X팔들, 여기가 어딘데 왔나? 겁 없는 것들’ 등 욕설을 퍼붓고 갑자기 달려들어 머리채를 흔들고 뒤통수를 치는 등 폭행을 가했다고 했다. 이런 구태의연한 선거운동 행태를 보면서 씁쓰레한 마음 금할 수가 없다.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이 나경원을 7. 2% 이겼다. 전체 투표수 406만6,557표 중 박원순은 53.40%인 215만8,476표를 얻었고 나경원은 186만7,880표로 46.21%였다. 득표율 차이는 7.19%, 약 29만표다.

그러나 박원순에 간 216만 표는 모두 박원순이 좋아서 간 표가 아니라 이명박이 미워서, 한나라당이 미워서 간 표가 아닐까 싶다. 1997년 대선 때 20 - 40대는 이명박이 경제를 살리겠다고 해서 그에게 몰표를 준 세대다. 그런데 지금 그들에게는 경제적 비전이 없다. 그래서 그들이 이명박을 증오했고, 그 증오가 투표를 통해 박원순을 도운 것으로 보인다.

작년에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8년만의 최고치인 6.2%였다. 그러나 얼마나 소득이 잘 분배됐는지를 나타내는 노동소득 분배율은 6년만의 최저치인 59.2%였다. 나이 소득은 늘었는데 근로자 소득 몫은 줄었다는 뜻이다. 봉급생활자가 중심이 된 중산층 비중은 1990년 100가구 중 75가구 꼴에서 최근에는 66 - 67 가구로 줄었고 빈곤층은 늘었다. 빈곤층은 작년에 처음 300만 가구를 넘었고 그 비율은 OECD 평균 수치인 10.6% 보다 두 배가 가량 높았다.

서울시장 투표마감 출구조사 결과 박원순 후보는 20대에서 69%, 30대에서 76%. 40대에서 67%를 얻었고 나경원 후보는 각각 30%, 24%, 33%에 그쳤다고 조선일보(10월 28일)가 보도했다. 청년 실업과 등록금 문제에 대한 20대의 불만, 집값과 자녀교육, 직장 불안에 대한 30 - 40대의 불만이 그대로 표로 나타난 것이다. 20 - 40대는 박원순에게 당선을 통해 이런 문제에 대한 변화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정치인에 대한 불신도 나경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만일 박원순이 민주당 후보로 나왔다면 얘기는 달라 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박원순 후보는 무소속으로 기존 정치인처럼 때묻지 않는 시민운동가로 인식돼 있어 이런 이미지가 득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정치인에 환멸을 느끼는 국민의 인식은 안철수에 환호하는 것에서도 볼 수 있다.

급변하는 사회에서도 기존 정치인들은 구태의연한 모습에 안주하고 있다. 이런 정치인들은 앞으로 발붙일 곳이 없게 될 지도 모른다. 60% 대의 중산층이었던 우리 사회가 이명박 시대에 와서 20%로 추락했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를 극열하게 성토했다. 카드 수수료가 높고 은행 서비스료가 약탈 수준에 이르러 모든 자영업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대기업들이 동네 골목 상권까지 침투해도 이렇다 할 대책도 없이 대기업의 편에만 섰다.

대통령 사저 논란도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사저만이 아니라 논현동 집의 공시지가를 작년의 35억8,000만원에서 올해는 19억6,000만원으로 축소했다. 재산세 600만 원 덜 냈다. 이를 자식들에게 증여하면 증여세 6억3,270만원 덜 낸다. 형의 집과 자기 집의 중간에는 그가 좋아하는 황제 골프장이 60개 세트에다 각종 스포츠 단지를 조성해 놓았다. 물론 구청의 협조가 있었을 것이다. 국민들에게 비싼 수수료를 받은 은행들은 돈잔치를 하고 있다. 생각할수록 분노가 치민다.

이명박은 대선 당시 국민들에게 경제를 살리겠다고 약속했고, 300만 일자리를 창출하여 청년 실업을 없애겠다고 했고, 신혼 부부에게는 주택을 제공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모두 거짓말이다. 그러다 보니 이명박에 대한 배신감으로 서울시장 투표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한 것이다. 혁명적인 개혁이 없이는 내년 대선과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패배는 자명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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