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원은 길재(吉再)를 관직에 나오도록 수차례 권유하였으나 길재는 끝내 사양하고 관직에 나오지 않았다. 길재(吉再)는 선주(善州. 지금의 善山) 사람으로 성품이 강직하고 청렴결백하며 효행으로 후세에 모범을 남긴 충신이다. 길재의 나이 8살 때 아버지 길원진(吉元進)이 보성대판(寶城大判)이라는 벼슬을 해서 전라도 보성으로 부임하게 되었는데 워낙 녹봉이 적어서 식구라도 하나 들기 위해 어머니만 가고 길재는 외가에 맡겨졌다. 혼자 외롭게 떨어진 소년 길재는 어머니가 그리워 눈물 짓는 때가 많았다. 하루는 개울에 나가 놀다가 가재를 잡아 시를 지었다. - ‘가재야 가재야 너도 어머니를 잃었느냐, 나도 어머니를 잃었노라, 너를 삶아 먹을 줄을 알지만 네 처지가 나와 같은지라 너를 놓아 주노라’ - 구슬픈 목소리로 시를 옲고는 그 가재를 놓아 주었다. 이 광경을 보면서 개울에서 빨래를 하던 아낙네들은 흐느껴 울었다고 한다. 길재(吉再)는 고려가 망하자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와 노모를 봉양하면서 학문에 전념했다. 그는 어릴적부터 이방원과 함께 글공부를 같이 하여 이방원은 그의 성품을 잘 알고 있었고 이방원이 왕위에 오르자 길재에게 태상박사(太常博士) 벼슬에 임명하여 관직에 나와 줄 것을 수차례 권유했으나 길재는 끝내 사양했다. 권력의 속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이방원은 늘 대신들에게 길재의 고결하고 청렴결백한 인품을 본 받아라고 강조했다. 이방원은 길재가 산골에서 가난하게 산다는 말을 듣고 쌀과 콩 백섬을 보냈으나 길재는 나라를 위해 아무것도 한일이 없다면서 받지 않았다고 한다. 어느날 이방원이 서연(書筵) 관원들과 더불어 숨은 선비를 논하다가 ‘길재는 강직한 사람이다. 내가 일찍이 함께 공부를 했는데 보지 못한지 오래 되었다’고 하면서 길재를 옆에 두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고 한다. 정자(正字) 전가식이 길재(吉再)와 같은 고향 사람이라 길재가 집에 있으면서 노모에게 효도를 다하고 있다고 자세히 말하자 이방원은 기뻐하면서 삼군부에 지시하고 공문을 띄워 길재를 한양으로 불렀다. 이방원은 길재(吉再)에게 “내가 마지막으로 부탁하는 것이니 이번에는 사양하지 말고 봉상박사 벼슬을 수락해 주게”하며 애원하였으나 길재는 “전하께서 옛일을 생각하고 부르셨으니 제가 와서 뵙고 곧 돌아가려 했을 뿐 벼슬에 종사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면서 관직을 사양했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총리나 장관 등 고위 공직자로서는 자질이 부족한데도 국회청문회를 용하게 통과하여 한줌 부끄러움 없이 장관자리에 않는 사람이 적지 않다. 다운계약으로 양도세 탈루,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등 분명히 실정법을 위반하여 처벌 대상이 되는데도 처벌은 커녕 요리조리 핑개를 대며 국회청문회를 잘도 빠져 나간다. 그래서 이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국민일보(7월 19일자)는 공익근무요원을 공무원 개인 심부름에 음식배달까지 시키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 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공익근무요원들이 공무원들의 사적인 심부름에 시달리고 있지만 신분이 드러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신고조차 못하고 있으며 관계기관들은 부당한 업무를 시키지 말라는 공문을 수시로 사업장에 보내고 있으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현재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단체 등 7,000여개 기관에서 5만 3,000여명의 공익근무요원이 병역의무를 다하기 위해 근무중이다. 징병검사 결과 4급 판정을 받은 사람이나 부모가 사망한 독자 등이 공익근무요원으로 소집된다. 행정관서 요원은 24개월, 국제협력봉사 요원은 30개월, 예술, 체육 요원은 34개월을 각각 근무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를 위해 일해야 할 이들이 공무원들의 잔심부름꾼으로 전락하고 있다. 심부름 종류도 다양하다. # 담당 공무원 자녀 입시지원서를 대신 써주기도 했고, # 자녀 결혼식 청첩장을 일일이 봉투에 담기도 했고, # 공무원이 벌레에 물렸는데 자기 집에 가서 벌레 물린데 바르는 약을 가져 오라고 시키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어느 구청 교통과에 근무한다는 한 공익근무요원은 ’불법 주정차 차향 등에 대한 범칙금 부과 스티커를 발부하고 운전자 정보를 휴대용 단말기(PDA)에 입력하고 있을 때 담당 공무원은 차에서 잠을 자고 있으며, 보건소에서 일한다는 다른 공익근무요원은 ‘접수 업무’외에 혈당 혈압까지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다. 이에 대해 병무청은 앞으로 공익근무요원에 대한 부당 업무 지시 근절을 위해 나설 방침이라고 하는 모양이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부산저축은행 사태에서 보았듯이 고위 공직자는 높은 자리에서 부정, 비리를 저지르고 낮은 공직자는 낮은 자리에서 부정, 비리를 저지르고 있으니 공직자의 부정, 비리에는 직위에 높고 낮음이 없는 모양이다. 이런 와중(?)에서도 이 나라가 그런대로 잘 버티고 있는 것은 그나마 청렴결백한 다수의 공직자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