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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칼럼-오래 묵은 해병대 악습은 없애야

권우상(명리학자. 역사소설가)

 
작금에 우리군의 기강을 보면 많이 해이해져 있다. 걸핏하면 총기사고다. 군대에서 총기 사고는 후임자가 못살게 구는 선임자를 향해 총을 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군에서 말하는 소위 기합이란 고통을 견디지 못해 저지르는 일이라는 점에서 마땅히 근절돼야 한다.

해병대가 지원할 정도로 혈기 왕성한 대한민국 어느 젊은이가 기합이란 고통을 받으며 군생활을 할려고 하겠는가. 지난 4일 강화도 길상면 해병대 2사단 해안소초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 희생자 4명 가운데 박치현 상병(21)은 총상을 입은 후 2시간 35분 이상 생명이 유지되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조선일보(7월 9일자)가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박상병은 곧바로 헬기로 이송돼 1시간 이내에 중증외상 전문인에게 응급수슬을 받았더라면 사망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일부 외과 전문의들은 말했다고 한다. 해병대와 의료계에 따르면 박상병은 4일 오전 11시 42 - 50분쯤 김모 상병(19)이 쏜 총에 맞아 가슴 한 군데 총상을 입었으나 그로부터 2시간 35분 뒤인 이날 오후 2시 25분까지 호흡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총기난사 사건 당일 해병대는 119구급차를 불러 박상병을 강화도 강화읍의 중소 민간병원으로 보냈으나 이 병원은 중증외상 환자를 수술할 의료진과 시설을 갖추지 않아 인근 김포에 있던 군헬기를 불러 오후 2시 25분 박상병을 싣고 27분만인 오후 2시 52분에 국군수도병원에 도착했고, 도착 후인 3시 15분에 사망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의료계에서는 빨리 수술을 시도할 수 있었으면 사망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견해인 모양이다. 대한민국 국군의 허술한 의료체계가 만천하에 또 한번 드러난 셈이라 씁쓰레 한 마음 금할 수가 없다.

우리군의 허술한 응급의료 시스템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어찌된 셈인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65만 명의 우리 군이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병사가 총상을 입고도 2시간 35분 동안 수술을 받지 못하고 이곳 저곳으로 옮겨 다녔다고 하니 김정일이 알면 박수를 칠 노릇이다.

세계 각국에서 의료관광을 오는 대한민국의 군대 의료체계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이런 군의 의료시설로 어떻게 120만 북한 인민군과 싸울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난 1월 미국 애리조나 충격사건 때 머리에 관통상을 입은 기퍼츠 하원의원은 단 35분만에 애리조나 대학병원 중중외상센터로 이송됐다는 것을 생각하면 한국군의 의료체계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해병대의 잦은 총기사건을 보면 귀신잡는 해병이 아니라 사람 잡는 해병이 아닌가 싶다. 이런 생각을 더욱 들게 하는 것은 군사전문 매체인 디펜스 21의 보도 내용이다.

이 매체(7월 9일자)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 ‘해병 2사단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킨 김모 상병(19)이 입을 열었습니다. 그는 5일 사고 조사단과의 필담에서 “더 이상 구타 왕따 기수 열외는 없어야 한다”며 이번 사건을 일으킨 이유로 기수 열외를 들었습니다. 언론 보도가 나간 후 기수 열외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는 가운데 악질적인 기수 열외의 실망이 각종 인터넷 게시판을 달구고 있습니다. 도대체 기수 열외가 무엇이기에 김상병은 전우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을까요? 실제 해병대에 근무해 본 경험을 토대로 글을 남겼나 봅니다’ - 이 내용에서 김상병은 기수 열외에 불만을 품고 총기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기수 열외란 기수로 유지되는 해병대 조직문화 안에서 특정 해병의 기수를 박탈하는 악습을 말한다. 그러기에 ‘미제 철조망은 녹슬어도 해병대 기수빨은 녹슬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해병대에서 기수를 박탈 당한다는 것은 다른 어떤 구타나 기합보다 강한 제재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 보니 당사자에게는 정신적인 군생활이 사형선고를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해병대 조직에 병사들은 구타를 전통으로 유지하려 하고 간부들은 이를 어떻게든 막고 잡아내려 하기 때문에 해병대 병사와 간부들 사이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고 한다.

군의 상하 관계가 이런 정도라면 전투시 병사들의 사기에 적지 않는 영향이 미칠것으로 보인다. 해병대 실태가 이러한데 일개 소초장이 부대관리를 위해 기수 열외를 묵인 했다는 건 믿기가 어렵다.

아직 사건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라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만약 소초장이 총기를 난사한 김상병이 기수 열외를 당하고 있는 걸 알면서도 묵인했다면 가장 먼저 처벌을 받아야 할 사람이 아닌가 싶다.

해병대 예비역 사이에서도 기수 열외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고 한다. 해병대 기수 문화 유지를 위해서라도 선임병에게 대드는 높은 기수를 열외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기수 열외를 옹호하는 예비역들이 있는 반면 ’부적응자라도 함께 끌고 가는 게 해병대다.

군생활을 잘못해도 선임은 선임이다‘며 기수 열외를 부정적으로 보는 예비역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잘못을 했다고 하더라도 군 생활을 하는 동안 계속 인간 이하 취급을 받으며 왕따를 당할 이유는 없다. 따라서 해병대의 오래 묵은 악습은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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