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행정을 책임진 도지사로서 정부의 잘못된 결정과 지방의 절박한 현실을 호소하기 위해 단식이라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크나큰 심려를 끼쳐 드렸습니다.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충정을 널리 이해하시고 한없는 지지와 성원으로 함께 해 주신 여러분께 마음에서 우러나는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열화와 같은 시도민의 뜻을 받들지 못해 죄송하고, 지방의 생존 외침마저 외면 당하는 현실이 너무도 비통했습니다. 역사의 중심에 섰던 시도민 여러분! 지금까지 우리 대구·경북은 누란의 위기마다 역사의 전면에 서서 조국을 지켜 왔습니다. 항일 독립운동, 낙동강 방어 전투, 조국 근대화의 중심에서 이 나라를 온몸으로 지켜고 발전시켜 온 역사가 이를 잘 입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우리 대구경북의 자랑스런 전통과 자긍심은 위축되고, 수구와 보수로만 비춰지고 있습니다. 바로, ‘신공항 무산’과 ‘과학벨트 거점 유치 실패’라는 잇따른 좌절은 우리의 X․Y좌표를 직접 목격하게 된 계기라고 봅니다. 지난날의 찬란한 영광의 향수에 젖어 지나치게 현실에 안주해 왔고, 감정만 앞세운 채 쉽게 망각하며 살아 온 통한의 모습이 현실로 나타난 것입니다. 앞서가는 시도민 여러분 과학벨트가 우리지역에 오지 않았다고, 우리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았다고 이러는 것이 아닙니다. 신공항 없이도 살아왔고, 과학벨트가 없어도 당장은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다음 세대들이 지방에 산다는 이유로 차별 속에 살아 갈 모습이 눈앞에 선명하게 다가오기 때문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방이라는 이유로 미래의 희망마저 앗아갔기 때문입니다. 신공항, 과학벨트는 하나의 징후일 뿐, 앞으로도 반복적으로 균형발전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무시된 현실이 지방과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기 때문에 울분이 더욱 커져 갔다고 생각합니다. 앞날을 걱정하는 시도민 여러분! 원전과 방폐장의 문제도 그렇습니다. 지방의 현실이 너무 어렵고 재정이 너무 부족해서 남들이 기피하는 시설이라도 유치해서 살아가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방폐장 공사는 75%의 진척률을 보이고 있는 반면에, 정부가 약속한 지원사업은 고작 27%의 투자에 그치고 있습니다. 더욱이,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국민적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도 원전이 밀집된 동해안에는 안전기관, 의료기관 하나 없습니다. 원자력 연구나 안전 기관이 모두 대전과 서울에 있습니다. 마치 서문시장의 화재를 막기 위한 소방서를 군위나 의성에 둔 모습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나라가 하는 일이라 국민을 위한 일이라 묵묵히 지켜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국가 에너지의 핵인 원전이 있는 현장에 기초과학시설이 들어오면 국민도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해 더 강력하게 주장했던 것입니다. 존경하는 시도민 여러분! 이번 과학벨트 입지선정 과정에서 잘못된 판단을 한 정부는 이에 따르는 책임있는 답변과 대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물론, 결정과정에서 중앙정부의 고심한 흔적도 있고, 마지막까지 지역에 대한 배려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절차와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든다면 불과 한달 전에 원포트(One-Port) 시스템을 주장하며 신공항을 무산시켜 놓고, 이번 과학벨트에서는 ‘국제공항과의 거리’를 매우 중요한 입지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또한, 광역경제권 정책을 그렇게 강조해 놓고 이번 평가방식은 행정구역 단위로, 그것도 대전과 같은 광역시와 기초자치단체인 포항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했습니다. 평가의 절차도 그렇습니다. 작은 다리 하나를 건설해도 주민 의견을 듣고 동의를 구하는데, 이렇게 중대한 국책사업을 하면서 지방의 의견 한번 듣지 않았습니다. 불합리한 사항에 대한 우리의 시정 건의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습니다. 현장실사 한번 없었습니다. 비공개로 한다면서 중앙언론을 통해서는 결과가 미리 흘러나오고, 일부지역에서는 ‘형님벨트’니, ‘대통령 고향’이니 하면서 정치적인 공세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대형 가속기의 운영경험이 있고 막스플랑크 연구소가 위치하는 등 객관적으로 우리지역이 비교우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있는 그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이 억울합니다. 절차와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했다면 그 결과에 대해 우리가 먼저 나서서 지지했을 것입니다. 함께하는 시도민 여러분! 이제 분노와 절규를 딛고 일어나 지역의 미래를 위한 치열한 경쟁의 전선에 다시 나서야 합니다. 과학벨트의 잘못된 부분에 대한 시정과 새로운 접근, 동해안 원자력 클러스터 등 우리 앞에 놓인 과제들을 과감하게 주장하고, 하나하나 성과로 구체화 시켜 나가야 하겠습니다. 아울러 이번을 계기로 중앙과 지방 간, 자치단체 간, 자치단체와 대학 간, 대학과 대학 간의 새로운 협력의 틀을 굳건히 하겠습니다. 자랑스러운 시도민 여러분 우리 대구경북은 수많은 좌절을 겪었으나, 그때마다 끈질긴 힘으로 시련을 딛고 다시 우뚝 선 경험이 있습니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확고한 신념으로 함께 단식에 동참한 시민사회단체, 시도민의 지지 속에서는 신선한 희망도 보았습니다. 대구경북이 대동단결해서 새로운 지방의 시대를 여는 참다운 주인으로 거듭 날 수 있도록 적극 동참해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